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 백드롭에는 신영복 글씨체가 보인다. 2023.3.20(사진=연합뉴스,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 백드롭에는 신영복 글씨체가 보인다. 2023.3.20(사진=연합뉴스, 일부편집=조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당대표가 22일, "일본 기업이 혜택 보는 일에 정부가 나섰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 추진 기조를 비판하면서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경기도 외부투자유치구역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전범기업'으로 낙인 찍은 일명 '전범기업'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 휘하의 행정부지사가 포함된 경기도 대표단이 일본을 방문했는데, 이때 전범기업으로 낙인찍은 바로 그 일본 외투기업의 고위관계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경기도에 대한 추가 투자를 독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 "국내 기업은 피해를 입고, 일본 기업은 혜택을 보는 일에 정부가 나섰다"라는 비판성 발언을 내놨다.

이와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에는 전날인 21일,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 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다"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제12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모두 발언 그 다음날인 2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내 기업은 피해를 입고 일본 기업은 혜택을 보는 일에 정부가 나섰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지난 2019년 당시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던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해서는 경기도 행정부지사까지 나서서 오히려 투자를 유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표 모습과 그의 SNS글 캡처.(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표 모습과 그의 SNS글 캡처.(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

#1. 민주당이 밝힌 '전범기업' 알고 보니 李 경기도 외투단지 입주···이제와서 日기업 유치 비판?

<펜앤드마이크>가 경기도를 통해 입수한 2019년 7월 종합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외투단지에 입주되어 있는 일본기업 현황은 경기도 8개 외투단지 구역에 46개 공장(44개 법인)이 들어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의 8개 외투단지는 ▲평택포승(3개사) ▲어연한산(6개사) ▲추팔(4개사) ▲현곡(18개사) ▲장안1(6개사) ▲장안2(2개사) ▲당동(5개사) ▲오성(2개사)다. 기타 지역으로 구분되는 평택포승에는 동우00이, 의왕에는 덴소인터내셔널000가 입주해 있으며 현곡에는 미쓰이금속00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이들 경기도 외투단지에 위치한 44개 법인(46개 공장) 가운데 민주당이 밝힌, 일명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발표한 299개 기업 중 현존하는 '전범기업'이 있다는 게 핵심.

이와 같이 일명 '전범기업'으로 규정했다고 밝힌 일본 기업에 대하여 이재명 대표가 경기지사로 근무했을 당시 외투단지에 품고 있었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소부장 기업 유치 기조발언을 내놓자 "일본 기업만 혜택 보는 일에 정부가 나섰다"라는 공개발언을 꺼내들은 것.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전범기업'으로 꼬집힌 일본 기업이 2019년 당시 경기도 내에 들어가 있었을까. 먼저 전범기업으로 알려지게 된 배경은 지난 2019년 3월15일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안(경기도의회 의안번호 454)'를 내놓으면서 촉발됐다.

이들은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전범기업 299개 기업 중 현존하는 전범기업'이라며 284개 기업 명을 가감없이 공개했는데, 이 때 공개된 284개 기업 가운데 일부가 경기도 외투단지에 입주해 있었던 것. 경기도 외투단지에 입주해 있었으면서 갑자기 '전범기업'으로 규정된 기업으로 지목된 이들은 '동우000'과 '미쓰이0000'이다.

'동우000'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투자법인으로서 1991년 설립 이래 국내 최초로 반도체, TFT-LCD의 필수 소재 등을 자체 개발생산한 업체다. 스미토모라는 명칭의 기업은 민주당 도의원들이 '전범기업'이라고 규정하여 내놓은 조례안 상의 기업과 일치한다. 스미토모 말고도 '미쓰이00' 역시 경기도 외투단지에 들어가 있으면서 해당 조례안 상에서 거론된 기업들 가운데 하나다.

이외에도 '아지노00'라는 일본 기업 역시 민주당 조례안에서 전범기업으로 분류되었으나, 경기도 평택 포승단지에 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경기도가 2018년 11월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국내 유수의 라면 등 식품업체와 일을 한다는 소식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사진=연합뉴스)

#2. 李 경기도, 민주당 '전범기업'이라고 밝힌 日기업 상대로 도내 투자유치 추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였던 지난 2019년 4월9일, 경기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화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포함한 일명 '경기도 대표단'이 '2019 G-FAIR 도쿄' 개막식 이후 도쿄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일본 외투기업 관계자를 만나 만찬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전범기업'이라며 조례안에 이름을 올렸던 '스미토모00' 등의 기업이 초청됐다. 경기도는 해당 기업에 대하여 "경기도 주력산업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도내 대표 일본계 외투기업"이라고 밝혔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기도는 "도내에 10년 이상 수차례 증액투자를 통해 역내 생산 활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오고 있고, 이를 통해 경기도 주력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소재 및 장비를 도내 고객사에 즉각·안정적으로 공급했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화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가 이날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치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기업 활동을 수행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라면서 "도내 일본 외투기업은 경기도의 주요 산업분야에서 도내 기업들과 상호 발전해 온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도와 함께 성장하기를 희망한다"라고 당부했다고 경기도는 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던 당시, 경기도가 이와 행보를 보였던 이유는 그날 경기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당시 경기도가 실시한 '외국인 투자기업 전용임대단지 실태 조사 분석'에서 도내 총 8개 외투단지에 입주한 일본외투기업 44개사는 총원 4천909명을 고용하였고 이와 같은 수치(2018년 기준)는 단지 전체 고용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단일국가 가운데 최고 수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국내 기업은 피해보고 일본 기업만 혜택 보는 일에 정부가 나섰다"라는 주장은, 그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의 경기도 모습과는 다소 딴판인 모양새다.

한편, 민주당의 오늘날 모습과 다소 대치되는 듯한 과거의 모습이 대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이와 같은 행태를 꼬집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마주친 기자들에게 "구한말, 쇄국정책을 고집하면서 내부 권력 투쟁에만 골몰하던 국가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쳤을 뿐만 아니라 국민을 엄청난 고통 속에 밀어넣었다"라면서 "그와 같은 과거 행태를 민주당이 답습하다가는 역사적 죄를 짓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뒤의 백드롭에는 신영복 글씨체가 보인다. 2023.3.20(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옆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뒤의 백드롭에는 신영복 글씨체가 보인다. 2023.3.20(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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