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1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평가받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항소심을 앞두고 소송대리인인 변호인단을 전원 교체했다. 최 회장은 1심 소송을 승리로 이끈 변호인단에게 항소심도 맡겼다. 노 관장은 최 회장과의 이혼 소송에서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지난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의 재산 형성이 아닌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따지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문제"라면서도 "최 회장의 지분 형성과정 등에서 처가의 도움이 있었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노 관장은 법무법인 리우 김수정 변호사, 법무법인 한누리 서정, 김주연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1심 변호를 맡은 한승, 고승환, 이형철 변호사 등 전원이 항소심 변호인단에서 교체됐다. 김수정 변호사는 2022년까지 9년간 서울가정법원에서 부장판사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서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서울서부지법 등에서 민형사 영장 등의 업무를 두루 맡았다. 경제법, 기업지배구조, 기업소송 전문가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재직 당시 경영권 분쟁 등의 기업소송 업무를 처리했다. 

노 관장은 항소심에 기업소송 및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들을 새로 선임해 SK 주식 분할에 있어 1심에서와 다른 판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심산이다. 노 관장은 지난달 15일 법무법인 클라스 김기정 대표 변호사도 선임한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서울서부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법원도서관장 재직 중인 지난 2016년에는 대법관 후보로도 올랐다. 노 관장의 김 변호사 선임을 두고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상대하기 위한 대표적인 전관 변호사 선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 관장은 올해초 언론 인터뷰에서 1심 판결에 대해 "예상 못한 결과"였다며 "특히 이 판결로 인해 힘들게 가정을 지켜온 많은 분들이 유책 배우자에게 이혼을 당하면서 재산분할과 위자료를 제대로 받지도 못하는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노 관장은 그룹 지주사 SK 주식 50%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종가 기준 1조 3586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노 관장 측은 최 회장이 결혼 뒤에 이뤄진 SK C&C(직전 대한텔레콤)와 합병을 통해 SK 최대 주주가 된 만큼 혼인 중에 형성된 재산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1994년 11월경 아버지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2억 8000만 원으로 인수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이후 인수, 합병, 액면분할, 증여 등을 거치면서 현재 SK 주식이 된 것이라고 했다"며 "이것은 사실관계가 잘못된 것이다. 여러 도움도 있었다. 항소심에서 SK 재산 형성 과정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두 사람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일대 주목을 받았다. 슬하에 세 자녀를 둔 결혼 생활은 최 회장의 2006년경 시작된 외도로 파탄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세계일보에 편지를 보내 김희영 씨와의 불륜 사실과 딸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1975년생 미국 시민권자 김희영 씨는 지난 2018년 1월 학술지원 및 자선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티앤씨(T&C)재단을 출범시켰다. 재단 이름은 최태원의 T와 김씨의 영어이름 클로이의 C를 딴 것으로 전해졌다. 티앤씨재단이 2018년 당시 기부받은 액수는 30억원으로 모두 최 회장이 냈다. 최 회장은 2019년 5월 2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 참석한 뒤 "그룹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지독한 기업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든 했다. 솔직히 저는 공감 능력이 제로였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사람을 보지 않고 모든 것을 일로 봤다"며 "그런데 저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돈 이런 것은 전혀 관심 없고 전부 사람이었다. 저는 공감 능력은 없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이 세상에 있는 문제를 통해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것이 저한테 목표가 됐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이 무엇인지 배우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앞세우는 '사회적 가치' 배경에는 최 회장이 언급한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는 1남2녀의 자녀가 있다. 내연녀였던 김희영 씨와는 어린 딸을 뒀다. 김희영 씨는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도 뒀다. 최 회장의 양자 입적 관련 뒷말도 끊임없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과 노 관장 간의 재산분할 소송을 "SK 그룹의 지배권이 달린 문제"로 보고 있다. 노 관장이 SK 주식을 분할받지 못한 상태에서 최 회장과 이혼을 하게 되면 내연녀였던 김희영 씨가 최 회장과 법적 부부가 된다. 김희영 씨가 노 관장 자녀들보다 SK 지분 등에서 더 많은 상속권을 갖게 된다. 또 '혼외자는 상속에 있어 법적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민법 규정에 따라 노 관장 자녀들은 김희영 씨 자녀와 같은 수준의 지분을 상속받게 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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