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일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 발표를 비판하며 "일본 퍼주기"라 비판하고, "일본의 수출 규제 횡포에 맞서 기술독립, 소부장 자립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 사례"라 말한 것을 두고 그 진위여부를 가려봐야 한단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표가 윤 정부의 업적은 지나치게 까내리면서 전 정권의 그릇된 치적 홍보는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전날인 21일 300조원이 투입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 기업의 뛰어난 제조기술과 일본 기업의 소재, 부품, 장비 경쟁력이 연계되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경제정책 역주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과연 어느 나라 경제산업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소부장 자립'이 마치 성공적이었던 것처럼 자평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단 지적이 타당성을 얻고 있다. 일부 핵심 품목에서 일본 의존도는 소폭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일본에 대한 의존성이 큰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의존도는 지난 2019년 32.2%에서 지난해 9.5%로 비교적 크게 낮아졌지만, 포토레지스트의 경우엔 85.5%에서 76.2%로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윤 정부가 일본 소부장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려 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단 지적도 나온다. 이미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직접 한국에 공장을 짓거나 한국 기업과 합작 회사를 설립해 설비를 들여오는 등 한일 무역 갈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발적인 조치를 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본 화학기업 도쿠야마사는 지난 2021년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1200억원을 들여 울산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2024년부터 고순도 용제를 연간 3만t씩 생산하게 되는데, 반도체 웨이퍼 세척에 쓰이는 중요 소재라 한국에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파악된다. 

또 일본 대표 화학기업인 스미모토 화학도 지난 2021년 9월 한국에 100억엔 이상을 투자해 포토레지스트 제조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모두 한일 기업간 협력이 한 나라에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양국에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다. 윤 대통령이 최근 "한일관계가 제로섬 아닌 윈윈 관계"라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대표가 한국 기업의 중국 의존에는 소홀히한 채 일본에만 초점을 맞추는 등 근시안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관세청 품목분류체계를 바탕으로 한국의 주요수입품목을 전수조사한 결과 핵심소재 상당수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차체 및 항공기 부품 경량화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제조에 필수적인 마그네슘 잉곳(주괴)은 지난 2021년에 이어 2년째 중국 의존도가 100%였다. 전자제품 경량화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인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대 중국 의존도도 2021년 85.7%에서 지난해 89.8%로 소폭 상승했으며, 2차전지 핵심 원재료인 산화리튬 산화코발트 황산코발트 인조흑연도 중국 의존도가 2021년 87.6%에서 지난해 94.5%로 올랐다. 중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발생했던 2021년의 요소수 대란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이 대표가 인지는 하고 있느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세계가 '블루팀(미국, 일본, 서유럽 등 자유민주주의국가 진영)'과 '레드팀(러시아, 중국 등 독재국가 진영)'으로 나뉘는 상황을 이 대표가 파악은 하고 있느냐고 비판하고 있다. '신(新) 국제질서'라고도 말할 수도 있을 국제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동아시아에서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두 축인 한국과 일본의 미래지향적 협력이다. 

그런데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기 반일 선동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유지란 행복한 추억을 잊지 못하고 여전히 '신독립군가'를 부르는 등 과거 회귀적인 행보만 취하고 있다. 이러한 민주당을 일본 야당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설득하겠다고 나선 것이 드러났고,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그런 이야길 듣고 부끄러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 망신이 될 형국이다. 한국의 진짜 국익이 무엇인지 제1야당 민주당과 이 대표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란 평가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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