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6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발사 영상을 17일 공개했다. 사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1단 추진체가 분리되는 장면. [조선중앙TV 화면] 2023.3.17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6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실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발사 영상을 17일 공개했다. 사진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1단 추진체가 분리되는 장면. [조선중앙TV 화면] 2023.3.17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의 신뢰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으며 실전배치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17일 화성-17형의 단분리 장면 등 발사 장면을 공개하고 신뢰성을 검증했다고 자평한 것과 관련해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대외 선전용’에 가깝다고 평가절하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독일 ST 애널리틱스 박사는 1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1단 추진체 분리 장면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그리 놀랍지 않다”고 했다.

실러 박사는 “북한은 1단 분리나 탄두 제작 능력이 없다는 외부의 비판에 대응하고 재진입체 역량 등에도 기술적 진전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외부 세계에 보내려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화성-17형 발사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일부 역량의 진전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임을 자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 발사를 통해 “신뢰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제 겨우 두세 번 발사했을 뿐”이라며 “현재 화성-17형은 시제품 수준으로 운용과는 거리가 멀다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사일 비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여 미사일의 비행경로를 조정하기 위한 과정인 ‘측풍(crosswind)’에 따른 영향이나 혹한, 혹서 등 각종 기상조건에서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북한의 화성-17형 실전배치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ICBM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이미 확보했을 것”이라며 “화성-15형에 이어 화성-17형도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든다는 일각의 분석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여부를 확증할 수 있는 정상각도 발사 대신 고각 발사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기술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주변국과의 직접적인 마찰이나 시험 시 발생할 사고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ICBM 기술의 또 다른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다탄두 기술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이 단기간에 확보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러 박사는 화성 17형은 이론적으로는 다중 탄두를 가지기에 부피, 공간 등 적합하며, 로켓 상단에도 여러 개의 재진입체를 운반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다탄두 장착 기술을 확보하는데 30년이 걸렸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중국의 도움을 받는 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독립적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VOA에 북한이 ICBM 핵심 역량인 재진입체와 다탄두 기술 확보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일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그러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과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실전 배치를 위해서는 수많은 시험 발사와 시행 착오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또 북한이 화성-17형 발사에 고체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밴 디펜 전 부차관보는 액체 연료용으로 만들어진 ICBM의 경우 고체연료로 전환할 수 없으며, 연료주입 체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계의 변경과 재설계, 엔진 교체 등 많은 변화가 필요하며,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선보인 ICBM 체계 대부분은 액체연료 기반으로, 고체연료 기반 기술이 안정적으로 확보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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