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학회, ‘연방제 통일’ 방안 통일부에 제안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2020년 6월 15일 오후 강원 철원군 노동당사 앞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공동선언 당시 사진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2020년 6월 15일 오후 강원 철원군 노동당사 앞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공동선언 당시 사진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한국정치학회는 지난해 12월 ‘사례연구를 통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발전방향 구체화’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를 통일부에 제출했다.

통일부는 1994년 수립된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수립 30주년을 맞아 ‘시대적 변화’에 맞춰 그 내용을 바꾸겠다며 이 같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는 해당 용역 보고서에 대한 ‘정책 연구 평가’에서 “현 시기 통일 정책에서 가장 필요한 과제 중 하나로 이에 부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평가한다”며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안을 마련하는 데 참고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평가했다. 윤 정부는 2024년 새로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정치학회가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의 연구는 지난해 9월부터 3달 간 독일, 예멘, 홍콩, 유럽연합 등의 해외통일 사례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론은 “현 방안이 상정하는 ‘1민족·1국가의 단일국가’는 남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다” “결국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여져진다”이다.

‘연방형 단일국가’란 남한과 북한이 통일국가의 각 주로서 연방을 구성하는 형태다. 이는 북한이 1960년대부터 주장해온 ‘낮은 단계의 연방제’나 ‘고려연방제’와 유사하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한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3단계 통일방안(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화해·협력 △남북연합 △1민족 1국가 통일국가 완성이라는 3단계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남북이 적대, 불신,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상호 신뢰 속에서 긴장 완화와 화해를 정착해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하며 평화 공존을 하는 ‘화해·협력 단계’다. 2단계는 남북정상회의, 남북각료회의, 남북평의회, 남북공동사무처를 추후 남북 합의에 따라 설치·운영하며 ‘민족공동체’를 형성하는 ‘남북연합 단계’다. 이는 ‘유럽연합(EU)’과 같은 국제법적 ‘국가연합(confederation)’이 아니라 ‘민족공동체(common wealth)’ 개념이다. 북한정권은 헌법에 따르면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3단계는 남북연합 단계에서 제정한 통일 헌법에 따라 남북 자유총선거를 시행해 통일국회를 구성하고 ‘1민족, 1국가’의 통일정부를 수립하는 ‘통일국가 완성 단계’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제시한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아래 ‘단방제 통일국가(1국가, 1체제, 1정부)’다. 북한정권의 소멸과 대한민국 중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지향한다.

그러나 정치학회는 해당 보고서에서 “현재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따르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통일국가를 표방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흡수통일로 인식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인식으로 북한에서 많은 잠재적인 방해자 세력들이 등장할 수 있으며, 이는 통합 과정에서 많은 정치·경제·사회적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따라서 “이러한 통합 이후의 역진 현상에 보다 내구성 있는 정치체제의 구축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제3단계인 ‘통일국가 완성’ 단계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하나, 현 방안이 상정하는 ‘1민족·1국가의 단일국가’는 남북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예멘 사례에서 나타난 통일 이후 ‘통합 역진 현상’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방주의적 관점에서 통일을 위한 명확한 방안으로 점진적 통일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남과 북이 연방 주를 형성하는 연방형 단일국가 형태가 가장 적절하다고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자신들이 제안한 ‘연방형 단일국가’에 대해 “우리 측의 국가연합 모델단계가 선행하고 이의 점진적 발전의 최종 단계로 연방형 단일국가 탄생을 상정한다는 ‘과정’의 면에서 우리 측 통일방안의 독자성이 부각됨과 동시에 북측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 혹은 ‘연방연합제’와 공통점 역시 지니는 것”이라고 스스로 평가했다.

학회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이들이 제안한 ‘연방형 단일국가’는 북한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 연방제’와 닮아있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북한의 남조선 혁명, 한반도 공산화를 위한 전술이다.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는 1980년 10월 김일성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공산당 활동 허용, 안보·방첩기관 해체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며 주장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에서 시작됐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남북 통일방안은 북한을 인정해야 평화를 이루고 교류 협력, 경제협력을 통해 남과 북이 신뢰를 쌓아 정치적 평화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우리는 북한 붕괴를 원하지 않습니다.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고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하는 평화적, 민주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해 9월 21일 미국 방문 중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러한 선언은 1국 2체제 즉 연방제 통일을 옹호하는 것이며, 헌법 제3조 및 제4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밝힌다. 또한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헌법은 규범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대한민국 영토로 간주한다. 1948년 유엔 결의와 같이 대한민국 정부를 그 영토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인 정부로 본다(제3차 유엔총회 결의 제195호 제2항). 헌법은 한반도에서 사실상의 분단 상태가 고착되고 영구화되는 것을 규범적으로 결코 인정하지 않으며, ‘통일을 지향’할 것을 명령한다. 또한 그 방식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헌법은 북한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헌법에 따르면 북한정권은 반국가 단체다. 반국가 단체는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일컫는다.

1국 2체제(연방제) 통일의 덫

정치학회가 제안한 ‘연방형 단일국가’ 즉 연방제 통일방안은 하나의 연방국가에 남한의 자유민주체제, 북한의 공산체제가 공존하며 통일문제를 별도의 기구를 두어서 논의 결정하자는 것이다. 남과 북이 민감하지 않은 비정치적 분야(체육, 문화, 경제 등) 교류 협력을 활성화해 신뢰를 쌓은 후 정치적 통일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허구며, 기만에 가깝다.

1국 2체제의 문제점은 민족감정에 바탕을 둔 통일지상주의로 권리는 포기하고 의무만 떠안는 것이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파탄 상태다. 최근에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북한은 핵 보유국으로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는 월등한 힘을 갖고 있다. 연방제 통일이되면 북한의 무리한 요구와 내정간섭이 이어질 것이 뻔하다. 북한은 같은 혈육을 나눈 민족이지만, 국제 질서의 측면에서 볼 때 3대 세습 독제정권이다.

1국 2체제의 결과는 김정은 독재일가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한 남북한 통일 시점에 평화통일을 이루었다고 통일 후까지 평화가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연방제 통일이 현실화되면 남북한 통일 전후와 통일 과정에서 공산독재세력의 합법적 참여가 가능해 진다. 이 경우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남한 내 좌익세력은 물론 북한정권은 연방제 통일을 주장한다. 그러나 연방제 통일은 공산국가로 나아가는 경유지에 불과하다.

분단은 완결된 상황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문제는 ‘어떤 통일이냐’에 따라 나라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분단국은 좋든 싫든 사상전을 치러야 한다.

예멘은 사상과 무관하게 남과 북이 합의해 평화통일을 이루었다. 그러나 통일 후 지금까지 분열과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베트남은 무력적화통일로 100만 이상의 지식인들이 처형을 당했고 지금도 공산세력의 부정부패가 나라를 좀먹고 있다. 독일은 급작스런 통일로 많은 비용과 부작용을 겪었지만 현재 유럽 최강국 자리에 올랐다. 이는 통일과정에서 어렵지만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수호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콜 총리는 1989년 12월 18일 드레스덴 연설에서 “자유가 빠진 평화는 허구입니다. 여러분! 자유를 위해 투쟁하십시오!”라고 했다. 동독은 1990년 3월 18일 역사상 최초의 자유선거로 탄생한 의회가 서독 기본법 23조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서독 연방체제에 편입 통일을 결정했다.

우리도 통일의 시작과 과정에서 ‘자유, 인권, 민주’ 등의 가치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통일 후에는 북한 재건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분단은 자유통일 또는 공산통일, 둘 중 하나로 마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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