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 수원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후 마이크를 정리하는 모습. 그의 굳은 표정은 전날 있었던 그의 전 비서실장 전형수 씨의 사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9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 비서실장 전형수 씨가 유서에 이 대표를 직접 언급한 것이 확인됐다. 전 씨는 이 대표에게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6쪽 분량의 유서를 자택에 남겼다. 유서 첫 장엔 이 대표에 대한 심경을 썼고, 나머지 다섯 장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발언으로는 "이재명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 놓으십시오.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지요"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전 씨는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며 자신이 이 대표와 관련된 각종 의혹에 억울하게 연루됐다고 주장했으며,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조작됐다고 토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전 씨 유족이 유서 전체를 공개하길 거부하고 있어 그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기 그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대표가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이후에는 당선인 비서실장 및 초대 도지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 후 2019년엔 경기주택도시공사 경영기획본부장, 사장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전 씨는 이 대표와 연관된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한 차례 전 씨를 소환해 영상 녹화 조사를 진행했을 뿐 추가적인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 씨 유족 역시 "'성남FC 의혹'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예정된 조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전 씨가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었던 지난 2019년 5월 김성태 쌍방울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간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그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단 이야기가 쌍방울 전 관계자로부터 나온 상태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경기 시흥 수도권 미래폐자원 거점 수거센터 방문, 국민속으로 경청투어 등 예정된 현장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전 씨의 빈소를 방문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특수부 수사 대상이 되면, 사냥 대상이 되면 피할 수가 없는 모양"이라며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자꾸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 아니냐"며 검찰을 비판했다. 또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는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아달라"며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 수사를 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라고 반발했다. 즉 전 씨의 안타까운 사망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 검찰 때문이란 것이다.

다만 이 대표와 관련된 인물이 숨진 사례가 전 씨를 포함해 5명으로 늘어나면서, '왜 이재명 주변에선 이토록 죽음이 빈번하게 발생하는가'라는 의문이 여론에서 급속도로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사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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