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로고. [사진=KT 제공/연합뉴스]

지난 8일 KT 신임 사외이사로 임명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임명 이틀만에 사퇴하는 등 KT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입지에 위협을 느낀 KT 경영진이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사들을 대거 동원해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KT지배층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윤 대통령의 '이름'을 파는 것이라면, 극단적인 부도덕 행위에 해당한다.

임 고문의 임명과 사퇴는 이같은 일련의 의혹을 증명하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임 고문은 "(사외이사 임명이) 용산과 조율됐다고 생각해 사외이사 직을 수락했으나, 방패막이로 쓰려는 의도를 알게 돼 사임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KT가 자신을 방패막이로 삼으려 하는 것을 뒤늦게 알고 사퇴한 셈이다.

임 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지내 '친윤'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윤 정부로부터 '이권 카르텔'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KT 이사회와 KT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낙점된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임 고문을 이사진에 포함시켜 정부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고, 여기에 더해 회사 내외에 '윤경림 대표이사 체제의 KT가 이제 정부와 아무런 갈등·문제가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자신을 '방패막이'로 쓰려 했단 것이다.

KT의 이러한 의도를 알게 된 대통령실에서는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고문이 대선 캠프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친윤'을 멋대로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이권 카르텔 타파'라는 윤석열 정부의 대의명분을 '얄팍한' 술수로 빠져나가려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KT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 그는 임명 이틀만인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연합뉴스] 

9일 단행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의 KT 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선임 또한 '정권 분노 무마용'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윤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 출신으로, 기수로 따지면 4년 선배가 된다. '윤경림 대표이사 체제'를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준비하고 있는 KT가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선배를 자회사 대표로 임명한 것은 윤 정부의 '이권 카르텔' 개혁을 무마하기 위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윤 부회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말하며 어이없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윤 대통령과 관계 있는 인사를 KT 핵심 보직에 임명하는 방식으로 '구현모-윤경림 대표이사 승계'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KT에 대해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특히 본지가 9일 보도한 '프록시 서버' 관련해 검찰은 '사법방해'의 의도가 있다고 보고 엄중 수사에 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방해'는 거짓 진술이나 허위자료 제출 등으로 수사나 재판 절차를 막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날 KT 내부 제보에 따르면 KT는 검찰의 서버 압수수색을 방해하기 위해 '프록시 서버'를 설치하고, 직원들에게도 프록시 프로그램을 깔라고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실체적 진실을 왜곡·은폐하고 사법질서 신뢰를 위협하는 위증과 무고 범죄를 엄단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어 KT에 대한 수사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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