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신화통신]

중국의 정찰 풍선이 중국 정부의 취약성을 보여준단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총지휘하는 중국 정부가 보기보다 덜 일관적이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현지시각)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뉴욕타임스는 "정찰 풍선이 중국의 실수로 미국 본토 상공에 있었든 혹은 중국의 뻔뻔한 군사적 이목끌기였든, 풍선의 출현으로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어떻게 탐색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를 역임했던 수잔 셔크(Susan Shirk)는 "이번 사건으로 중국이 국제적·국내적으로 특히 피해를 입은 부분은 중국의 능력에 대한 의문, 그리고 시 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의혹"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방중을 취소함으로 인해 중국이 미국의 압력을 막아낼 기회를 놓쳐버린 점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시아의 동반자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과 반도체 기술에 대한 규제를 통해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긴장을 낮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다는 것이다. 시 주석이 블링컨 장관과의 외교적 대화를 통해 미국의 압박을 줄이게 되면 중국의 약해진 경제를 되살리는 것과 같은 내부 문제들에 더 관심을 기울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그는 중국 정찰 풍선을 문제삼아 지난 5-6일 예정됐던 방중 계획을 전격 연기했다. [사진=뉴욕타임스]

또 정찰 풍선 문제는 제로 코로나(Zero Corona) 정책,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무제한으로" 지원한다는 데 동의한 정책 등 중국의 다른 잘못된 오판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셔크는 "생각해보면 정말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진핑의 세 번째 임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라며 "시진핑은 정점에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중국의) 이 모든 부정적인 반응(피드백)을 보고 있다"고 했다.

시 주석과 인민해방군, 중국 정보기관의 판단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서 중국이 대만 해협 등 다른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졌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이에 대해 셔크는 "과거에 중국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유연함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왜냐하면) 경제 발전을 제1순위로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몇년 간 시진핑 치하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이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우리가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느끼는 이유"란 말도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자국이 띄운 정찰 풍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다른 이론도 있다"며 "중국의 제멋대로인 관료제(sprawling bureaucracy)는 지구 전역에 퍼져있는 자국 고고도 풍선의 행방을 추적하거나 풍선이 언제 경보를 울릴지 예측하기엔 너무나 비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중국이 6일 또 다른 풍선이 원래의 경로를 벗어나 남아메리카 상공에 떠 있다고 인정한 데서 이를 추정할 수 있단 것이다.

정찰 풍선이 미국 본토 영공에 떠다니고 있단 사실을 중국 지도부가 모르고 있었을 수 있단 추측도 제기된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안보연구 프로그램 책임자이자 인민해방군 전문가인 테일러 프레이블(Taylor Fravel)은 "중국 지도부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풍선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이를 허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풍선의 행방을 모르고 있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프레이블은 "풍선의 비행 의도에 대해 단지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중국 지도부는 전혀 몰랐거나 미국이 풍선을 발견했을 때의 정치적 파장에 대해 아무런 염려를 하지 않았거나 외교에 신경쓰지 않고 자국의 장기적 계획을 실행하는 중이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인민해방군이 정부내 다른 부처를 무시하고 독자적인 행동에 나섰을 수도 있단 평가도 나온다. 전 미 국방부 관계자였던 드루 톰슨(Drew Thompson)은 인민해방군이 미국과의 긴장을 고조·지속시켜 이익을 얻기 위해 풍선 사건을 총지휘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핵과 재래식 미사일을 관장하는 인민해방군 로켓군이 정찰 풍선의 운영 주체로 짐작되는데, 미국과의 갈등을 부추겨 국방비를 올릴 의도를 가졌을 수 있단 것이다. 톰슨은 "이와 같은 사건을 방지할 국가 안보 협력 과정이 중국에서 작동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톰슨의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과거 실제로 그런 적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인민해방군은 로버츠 게이츠 전 미국 국방부 장관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베이징에서 회동을 갖기 단 몇 시간 전에 J-20 신형 전투기의 첫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 당시 이는 미중 양국의 방위 협력을 허위로 돌리려는 인민해방군의 시도로 해석됐다. 게이츠 전 장관은 전대 주석인 장쩌민, 후대 주석인 시진핑보다 권력이 허약하단 평가를 받았던 후 전 주석이 전투기 시험비행에 대해 전혀 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미국이 중국의 속내를 파악하기 힘들게 돼 양국 관계의 변동성이 심화된단 점이 세계 안보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시에서 처음 창궐했을 때 중국이 정확한 정보와 실상을 공개하지 않아 전 세계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듯, 미국이 중국의 의도를 오판하게 되면 미중 충돌이 가까운 기간 내에 실제로 현실화될 수 있단 문제가 생긴다.

톰슨은 "중국의 의사결정에서 투명성이 완전히 결여됐음이 풍선 사건을 통해 드러난다"며 "이는 중국 정치 시스템의 오류(버그, bug)가 아니라 특징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태는 또 일어날 것"이라며 "만일 사태가 빠르게 진전된다면, 중국 정부는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급격하게 진전되는 위기에서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없는데, 이는 중국과 노력을 해 나가는 데 있어 나쁜 징조"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F-22 전투기가 중국의 풍선을 격추하는 모습. 미국은 이 풍선이 미국 내 주요 전략시설을 관측하기 위한 '정찰용'이라 확신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국 민간기업의 '기상관측용'이라 강변하고 있다. [사진=AP통신]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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