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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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2월 초에 그간 3년간 채택하여 왔던 제로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급격하게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확진자가 폭증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새로운 변이의 가능성마저 대두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로코로나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 첫째, 그는 “3년간 극단적인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경제 악화를 초래하고 인민들에게 상당한 불편을 끼친 후에야 이제 여타 국가들이 겪은 과정을 왜 그대로 따라가느냐 하는 의문”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둘째, 그가 제로코로나 정책이 중국식의 사회주의체제가 여타 서양국가들의 민주체제보다 우월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그렇지 아니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와 관련, 위마오춘 미국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제로코로나 정책은 중국의 대약진운동 및 문화대혁명에 비견된다. 이 정책들은 모두 정치 우선적인 공산주의 운동이다. 그 주도사상은 중국공산당의 백전백승의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사회주의제도가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시진핑이 사회주의체제가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로코로나 정책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공산주의 체제가 오만하고 무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면 위마오춘이 제로코로나 정책과 비교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은 무엇인가? 마오쩌둥은 선진국을 경제적으로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이에 따라 나온 것이 대약진운동(1959-1962년)이다. 이 운동의 기본 생각은 이념적 열정, 대중동원을 이용하여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철강의 증산을 위해 각 가구의 ‘뒷마당’의 용광로에서 시작하여 백만 개의 제련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쓸모가 없었다. 대약진운동의 비극은 3,000만 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경제가 망가진 것이었다.

이후에 마오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을 발동했다. 이는 마오의 실추된 권력을 강화하고 사회주의이념을 주로 젊은이들을 동원하여 인민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억 명 이상이 정치적 타격을 받았고 경제는 곤두박질 쳤다. 금번 3년간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위마우춘의 언급에 의하면 “중국의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이 3개 정책들의 공통점은 중국공산당의 사회주의체제가 여타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전제 하에, 이념적 열정과 대중동원 등을 통하여 중국의 어려움을 특별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제를 악화시키고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면 앞으로 시진핑은 중국을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인가? 마오쩌둥 이후에는, 덩샤오핑이라는 실용적인 지도자가 나타나서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하여 왔다. 마오가 ‘이념과 열정, 대중동원’을 중시하였다면, 덩은 ‘실용주의와 신중함, 개인의 창의성’을 중시했다. 하지만 시진핑은 덩의 마오의 이념과 열정으로 다시 회귀하려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금번에 시의 극단적인 제로코로나 정책도 이념과 열정을 중시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마오의 방식이 어른거린다. 그가 앞으로도 권위주의적 태도를 유지하고 정책의 무오류성을 주장한다면, 제로코로나 정책과 같은 무리한 정책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한편, 극단적인 방역정책을 통해 시진핑이 사회주의체제가 민주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시도는, 결과적으로 세계적인 체제경쟁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2020년 초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생했지만, 2020년 중반에 중국 내에서 코로나 확산이 잦아드는 시점에 코로나의 ‘중국 책임론’을 ‘중국 공헌론’으로 막아 왔다. “중국 인민의 힘든 노력이 세계 각국의 전염병 방제를 위한 소중한 시간을 벌어줬고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서양 각국에서 코로나가 확대되자, 중국 정부는 중국식의 사회주의체제가 여타 서양국가들의 민주체제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이 중국 책임론을 회피하는 한편 사회주의체제의 우월함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초래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중국 혐오와 우려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중국은 ‘비호감 나라’가 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0년 중반에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14개 민주국가들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여기에서 ‘중국은 비호감’이라는 대답이 평균 73%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스인홍 중국 인민대학 교수도 “중국의 체제선전전은 세계 각국의 반감만을 불러왔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3년 간의 극단적인 제로코로나 정책을 아무런 사전 대책 없이 갑자기 폐기하여 중국은 혼란에 빠졌으며, 여타 국가들은 중국발 코로나 확산 가능성에 우려를 갖고 있다.

중국의 방역정책의 실패는 사회주의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시진핑에게 타격을 주었다. 당초 중국은 자신의 권위주의적 체제가 기민하고 유능하며 효율적이어서, 혼란과 무질서를 만들어내는 민주주의보다 훨씬 강력한 추진력의 우수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여 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사태로 인해 이 주장이 허구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향후 시진핑은 미국과의 체제경쟁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가? 시진핑은 작년 10월 공산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직후 11월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 이래 줄곧 미국에 대해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전술적 변화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상당히 악화된 중국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과의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금번 코로나사태로 인해 체제경쟁에서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체제경쟁을 늦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로서, 첫째, 시진핑은 이념을 중시하는 한편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에 확신을 갖고 있다. 둘째, 미중 간의 신냉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미국은 냉전 이후 중국에 대해 실시한 포용정책은 이미 실패했으며 앞으로 중국을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조만간 쇠락할 것이며,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대해 상당 기간 동안 ‘버티기’를 하면 어려움에서 벗어난 후 1등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

따라서 향후 당분간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는 전술적으로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이이제이’의 방법을 통해 우회하여 미국을 계속 압박하려 할 것이다. 작년 11월 이후 EU국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는 것과 같이 여타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 대만과 같은 약한 고리를 공격하여 이들 국가들이 민주국가들과의 연합전선에서 이탈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국가들과 함께 가치외교를 추진하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에 원칙적인 대응을 통해 국가이익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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