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27일 2023년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윤석렬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주변국들이 북한 주민의 실상을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하셨지요. ‘통일은 갑자기 올 수 있다’는 말은 더더욱 가슴 설레게 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권 시기 남북한이 평화롭게 지내다보면 언젠가는 통일이 된다‘는 말로 남북한 주민을 기만했던 일을 생각하면 이제야 정상이 된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의 실상’이라는 말을 들으며 지난날 북중국경에서 촬영한 사진 몇 장이 떠올랐습니다.

최근 백두산 지역이 영하 41도를 기록하고, 56년 만에 찾아온 최강 한파라니 북녘땅이 완전히 얼어붙은 것 같습니다. 한겨울 북녘 주민들은 어떻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을지 걱정되었습니다. 북중국경에서 바라본 북녘주민들의 삶은 한마디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손이 시리다’는 표현만으로는 그 추위를 표현하기 어렵지요. 차디찬 압록강 물에 손가락 하나 잠시 담갔을 뿐인데 손마디가 떨어져 나갈 만큼 아렸습니다. 살갗에 닿은 바람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얼굴을 할퀴는 느낌처럼 따갑고 매서웠습니다. 장엄한 물줄기를 자랑하며 유유히 흐르는 압록강도 일렁이는 물결 그대로 얼어붙을 정도입니다.

사진=강동완
사진=강동완

그런 추위에 북녘의 여성들은 압록강 두꺼운 얼음장을 깨고 빨래터를 만들었지요. 시리도록 차가운 강물에 두 손 호호 불어가며 옷을 헹궈냅니다. 한껏 물을 머금은 옷을 통에 담아 머리에 이고 미끄러운 빙판길을 수백 미터는 족히 걸어가야 하지요.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곳에서 어떻게 빨래를 말릴지는 더욱 큰 문제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북녘의 여성들입니다.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 말하는 북한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생애 다함 없는 고통의 세월을 그저 견뎌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겨울 북한 주민들이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가는 모습(사진=강동완)
한겨울 북한 주민들이 공동우물에서 물을 길어가는 모습(사진=강동완)

평양이 아닌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말하면 너무 북한을 미화하는 것이지요. 북한을 악마화한 우리 사회의 이념적 편향성이 문제라는 말은 더더욱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겐 한 줌의 물을 구하기 위해 살을 에는 고통을 감내하도록 해놓고, 자신은 홀로 높은 자리에 앉아 만세를 부르라 하면 그건 분명 악마에 지나지 않습니다. 핵무기 하나 손에 움켜쥐고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만 관심 둘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일입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하지 않았던가요.

북한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건 우리와 함께 살아갈 그들을 제대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독재의 칼날에 신음하는 저들의 고통을 덜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그러니 이 엄동설한을 녹일 따스한 온기는 바로 북한 주민에 관심을 갖는 우리의 작은 마음입니다. 그 마음들이 모이고 합쳐져 분단의 얼음을 녹이리라 확신합니다. 북한인권, 바로 당신의 마음입니다.

강동완 객원 칼럼니스트(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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