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2.10.17 [국회사진기자단]
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2022.10.17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이낙연을 제친 것은 한국 정치사의 작지 않은 이변이었다.

국회의원 ‘0선’으로 중앙정치 무대의 기반이 전혀없는 이재명이 5선 국회의원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의 이낙연을 이길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재명 승리의 첫 번째 비결은 운동권 출신의 ‘대부’ 이해찬을 잡으면서 그를 따르는 민주당의 친노 친문계 586 좌파 국회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이었다. 이낙연이 대세론 형성을 위해 ‘이명박 사면’ 같은 국민통합 메시지를 던질 때 이재명은 강성 좌파노선을 견지했다.

이해찬은 학생운동권 출신이 정치인으로 변신해 가장 성공한 사람으로 꼽힌다. 1980년,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뒤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당 정권 내내 출세가도를 달렸다.

서울대 교문 앞에서 서점을 하던 이해찬이 1988년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관악구에 처음 출마했을 때, 서울대 운동권이 모두 달려가 그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이때 그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고 국회 보좌관이 된 사람이 유시민이었다.

이해찬은 앞선 1987년 대선에서 백기완을 앞세운 진보진영의 독자후보론에 맞서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비판적 지지론’을 운동권에 퍼뜨렸다. 이때 국민들의 열렬한 김영삼 김대중 후보 단일화 요구에 맞서 이해찬이 내세운 것이 ‘4자 필승론’이다.

“노태우 김영삼이 영남표를 나눠먹고 여기에 김종필이 보수표까지 가져가면 김대중이 호남과 서울의 독자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책략가 이해찬의 ‘4자 필승론’은 김대중을 매료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이해찬을 아꼈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가 이끈 마지막 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 김대중은 이해찬을 가리켜 “내가 저 사람한테 여러 번 속았어요”라고 말하면서도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김대중과 운동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이해찬은 오랜 시간 민주당내 운동권 출신의 대부였고, 지난 총선때는 당 대표로서 ‘180석 대승’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재명은 이런 이해찬을 잡았기 때문에 오늘날 ‘친명계’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의 입지를 구축했다.

지금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쌍방울 사건에서 이재명이 이해찬을 잡을 수 있었던 단서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대장동과 쌍방울 둘다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그가 장악한 지방권력과 유착한 초대형 비리의혹 사건이다.

우선 검찰의 쌍방울 사건 수사과정에서 이해찬 전 대표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황모씨가 쌍방울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황씨는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였던 2018~2020년 이해찬 의원실 4급 보좌관으로 일했으며, 이 전 대표의 국회의원 임기가 2020년 5월로 만료되기 직전인 같은 달 14일 코스피 상장사 미래산업의 비상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미래산업은 황씨가 사외이사로 취임하기 한 달쯤 전인 2020년 4월 쌍방울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황씨는 당초 이 전 대표의 운전기사로 일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수행과 일정 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미래산업 사외이사로 취업한 2020년 5월부터 같은 해 8월까지 약 3개월은 이 전 대표의 당 대표 재임 기간과 일부 겹친다.

황씨는 이 전 대표가 야인이 된 2020년 8월 이후에도 수행 업무를 하다 지난해 10월, 이 전 대표의 회고록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자취를 감췄다. 그 무렵 쌍방울그룹 비리를 수사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사장을 지낸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 한 층 위에 있는 이해찬 전 대표의 사무실도 있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임기를 마친 2020년 8월부터 이 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쌍방울그룹의 돈 수십억원을 북한에 송금한 경로인 아태교류협회와도 연결된 단체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친 이해찬계 국회의원이었던 이화영 전 부지사가 깊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2011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쌍방울그룹 고문으로, 2017년 3월부터 2018년 6월까지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쌍방울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이 전 부지사는 사외이사에서 물러난 뒤에도 쌍방울그룹 측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뒷돈을 받고 법인카드를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된 바 있다.

정치권과 검찰 주변에서는 이와 함께 대장동 비리의 주범 김만배씨가 운용한 화천대유와 천하동인을 비롯한 일부 편드에도 이해찬 전 대표 측근 등 민주당 인사들의 관련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부 펀드의 경우 이 전 대표측 인사들의 구체적인 지분 수치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인 이재명의 오늘을 만든 성남시와 경기도라는 지방권력 및 이와 유착한 지역 토호비리, 중앙정치권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추후 검찰수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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