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간첩단에 대해 창원 지역의 한 고등학생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지난 2020년 말에 올린 질문. [사진=네이버 지식IN]

제주 간첩단 'ㅎㄱㅎ'사건을 수사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경남 창원과 진주, 전북 전주 등의 지역에서도 북한 연계 지하조직이 결성된 정황을 포착하고 확대 수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2년 전 창원 지역 고등학생이 이와 관련된 질문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한 것이 뒤늦게 발굴돼 화제다.

자신의 아이디를 비공개 설정한 이 학생은 "저는 창원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라며 "소문 같은 것을 잘 안 믿는데 작년부터 명곡동 어디에 간첩이 들었다 하는 말이 있다. 그냥 애들끼리 하는 말이겠거니 했는데 몇 달이 지나도 소문이 안 사라져서 조금 무섭다"고 했다.

이어 "제가 사는 곳과 명곡동이 그리 멀지 않은데 지나가면 만날까 걱정된다"며 "작년 여름방학 때부터 간첩 잡는다던데 지금은 간첩 잡혔냐"고 물었다.

이 학생은 이에 더해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어디선가 주워 듣기로는 학생들이 간첩 잡는데 도와주면 일당을 30만원 이상으로 받는다던데 이게 가능한거냐"는 것이다.

학생은 "편의점 알바도 시급이 8000원인데 일당 30만원은 좀 아니지 않냐"며 "간첩이 동네에 산다는데 대놓고 간첩 잡겠다는 것도 그렇고 학생들이 간첩 잡자고 알바해서 큰돈을 번다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간첩을 잡을 때도 이렇게 대놓고 알바 모집하고 그러냐"며 "지금까지는 뜬소문인가보다 했는데 진짜 그런 일이 있으면 겨울방학 때 알바할 겸 저도 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도 달렸는데 "(알바로 간첩잡는다는 건) 전혀 근거없는 낭설"이라며 "간첩을 그렇게 잡지도 않고 은밀하게 체포해야 하고 대규모 작전을 공개적으로 펼치면 군인과 경찰을 동원해야지 아무나 30만원 주고 간첩을 잡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러다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어떻게 하느냐. 아이들끼리 장난으로 하는 헛소문"이라며 "간첩이 있는 곳을 알고 신고만 해도 포상금이 천만원을 넘는다"고 했다.

고등학생의 질문에 대한 비공개 답변. [사진=네이버 지식IN]

2년이 갓 넘은 이 질문이 알려지면서 "이 학생이 옳았다" "고등학생이 맞았다" "진짜 간첩이었네" "수상할 정도로 촉이 좋은 학생"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이에 더해 '창원 지역에서 고등학생들이 알 정도면 동네 사람들도 알음알음 다 알았을 것인데, 이제까지 사건을 본격 조사하지 않고 뭘 했는가'란 탄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시기 이미 간첩단에 대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를 개시했지만 중단됐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수사가 진행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이와 연관이 돼 있지 않냔 추측도 나온다. 

문 정권은 지난 2020년 9월 21일 북한에 의해 사살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故 이대준 씨의 사망 경위 등 진상을 문 전 대통령 유엔 연설에 지장을 준다며 은폐 시도했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던 간첩 활동 정황도 북한과의 관계 협력에 해가 될까봐 수사를 중단한 것 아니냔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질문의 존재를 안 네티즌들은 '고등학생이 옳았다' '진짜 간첩이었다'며 놀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네이버 지식IN]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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