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인기 영공 침범해 민가 위로 날았다…격추 실패. 2022.12.26.(사진=연합뉴스)
북 무인기 영공 침범해 민가 위로 날았다…격추 실패. 2022.12.26.(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무인정찰기 5대가 지난 26일 서울 북부 영공까지 침투해 7시간 동안 대남정찰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군이 무인기 격추에 실패하면서 '무인정찰기'의 존재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바로 무인정찰기라고 하는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본부(의장 김승겸)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는 이날 오전 10시25분부터 미상항적 형태로 우리 군 레이더에 포착됐고, 이에 작전권을 가진 합참이 대응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무인기는 단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북한의 무인기 침투행위는 지난 2014년 3월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해안 일대에서 최초 추락 기체가 포착된 이후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이어 지난 2017년에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가 배치된 경북 성주까지 활동했었다.

그런데 무인기 도발은 이미 예견된 무력도발의 한 형태이다. 지난 10월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각종 도발에 따라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10월15일 무인기 도발을 예상한 바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무인기 도발행위가 벌어진 것이다(관련 기사 : [긴급 진단] '北 화력·공중 도발' 이후 전술조치 중인 軍···추가 예상되는 무력 도발은?)

기존 재래식 형태의 정찰자산을 축소시켜 레이더상에서 은폐됨에 따라 비대칭 전력으로 발전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무인정찰기가 비대칭전력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우리 군이 무인정찰기를 포착하는 데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상대방과 대등한 수준의 형태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동일 무기가 아니라 상대방이 보유하고 있지 못하거나 대응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전력을 발전시켜 상대방을 위협하는 전력을 비대칭전력이라고 일컫는다. 북한의 무인기가 비대칭전력이 된 까닭은, 최신화된 우리 군 레이더의 한계치 그 이상까지 끌어올린 북한의 교묘한 침투력 때문이다.

우리 군이 북한군 무인기의 완전 격추에 실패한 것은, 우리 군 전력의 운용력 부족 혹은 통제력 약화 또는 기강해이 때문이 아니다. 적의 항공전력을 포착할 수 있는 레이더 능력보다 북한군의 비대칭적 침투력이 더 높았기 때문인데 구체적인 원인은 '레이더반사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의 한계에 기반한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이번 편에서 북한 무인정찰기 침투사건의 원인과 현재의 대침투작전 능력평가를 독자들에게 밝힌다.

북한 무인기가 26일 5년 만에 남측 영공을 침범해 서울, 강화, 파주 상공을 7시간가량 휘젓고 다녀 군이 격추 등 대응작전을 벌였다. 군은 북한 무인기를 향해 사격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고, 북한 무인기들은 북으로 돌아가거나 우리 레이더 탐지에서 사라졌다.2022.12.26(사진=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26일 5년 만에 남측 영공을 침범해 서울, 강화, 파주 상공을 7시간가량 휘젓고 다녀 군이 격추 등 대응작전을 벌였다. 군은 북한 무인기를 향해 사격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고, 북한 무인기들은 북으로 돌아가거나 우리 레이더 탐지에서 사라졌다.2022.12.26(사진=연합뉴스)

#1. 무인기 침투 대비 軍 방공작전은 총 '4단계' 편성···첫 단계 '탐지'부터 문제 왜

북한군의 무인기 침투 사건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시점은 지난 2014년 3월 경으로, 그 당시 필자는 군 방공 장교로 임무 수행중에 있어 이 사건을 겪어본 당사자이기도 하다. 군의 주된 임무는 적의 침투를 차단하고 아군의 생존성을 보장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방공병과(兵科)는 항공 전력 형태로 침투하는 모든 적의 의지를 모조리 분쇄하는 데에 있다. 우리 군의 영공 방어는 공군과 육군이 맡고 있으며, 영해에서의 영공 방어는 해군이 주로 맡고 있다.

지상에서의 영공 방어 임무는 공군과 육군이 나누어 맡고 있으며 적 항공전력의 침투 고도와 위치, 수단에 따라 공군과 육군이 분담한다. 초고도, 고도, 중고도, 저고도 등은 대부분 공군이 맡는다.

대표적으로 사드(THAAD)를 통한 대공방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등은 대부분 공군이 맡고 있으며 지대공 미사일 혹은 공대공 미사일, 전구탄도탄(ABM: All Ballistic Missile)대응 등은 통상적으로 공군이 맡는다.

그와 달리 육군의 경우, 육군 전력의 생존성 강구를 위해 육군 방공 병과가 이를 전담하고 있다. 육군 방공이 맡는 이유는, 미사일 등 초장거리 및 장거리 대응 수단을 통한 적의 전략무기(핵미사일 및 장거리탄도탄) 대응보다는 적의 전술무기(적 항공기 등 전략무기에 비해 규모와 수단의 형태가 다소 축소)로부터 아군 전력의 생존성을 보다 효율적으로 강구하기 위함이다.

이를테면 우리 군 역습자산 중 일부인 K-9 포병전력과 K-1 기갑전력을 북한의 MIG기 등 적 항공전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함인 것이다.

그에 따라 육군 방공 전력은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 전력으로 분류된다. 대공포의 경우 20mm~30mm 혹은 40mm 대공포 등이 있으며 지대공미사일(SAM: Surface-to-Air Missile)의 경우 4인 이하 1개 반 병력 단위로 구성된다. 우리 군은 단일 종의 장비에 의한 적 항공전력 단독 타격이 아니라 대공포·SAM에 의한 중첩 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적 항공전력을 완전 파괴할 수 있는 형태로 전개한다.

여기까지의 설명은 방공작전의 큰 얼개인 '탐지-식별-결심-타격'이라는 4단계 과정 중 최종 단계인 '타격단계'를 완성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북한군의 무인정찰기에 대한 타격 가능성을 언급하기에 앞서 최초 '탐지' 단계에서부터 발생한다는 데에 있다.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격추에 나선 군의 대응 작전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민항기가 한때 이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사진은 이날 김포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무인항공기. 2022.12.26 [KBS 화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사진=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격추에 나선 군의 대응 작전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민항기가 한때 이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사진은 이날 김포 상공에서 포착된 북한 무인항공기. 2022.12.26 [KBS 화면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사진=연합뉴스)

#2. 무인기 탐지능력 'RCS' 현존 한계치 뛰어넘는 北의 교묘한 침투력, 대체 뭐길래?

북한군의 무인정찰기에 대해 전개되는 우리 군의 육군 방공작전 단계 중 최초 단계는 '탐지 단계'에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 우리 군 장비는 '저고도 탐지레이더(LAAR: Low Altitude Acquistion Radar, TPS-830K 등)'이다.

우리 군의 방공작전은 이미 앞에서도 한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적 전력 탐지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고도별(초고고도, 고고도, 중고도, 저고도, 초저고도 등) 레이더를 중첩 배치함으로써 탐지공백을 최소화하였다. 1번 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할 경우, 2번 레이더가 탐지하는 방식이다.

저고도 이하 초저고도로 내려올 경우, 약 3km이하 2km 고도선을 뜻하는데 그 이하로 내려올 경우 초초저고도이며 약 1.5km 내지는 1km 그 이하로 침투하는 적의 항공전력을 탐지 및 식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1km 고도선에서 침투하는 적의 항공전력은 Mi계열 회전익 항공기(헬기)나 MIG계열 고정익 고속기가 아니라 드론(drone) 혹은 무인기에 속한다. 크기와 규모 면에서도 약 2제곱미터가 되지 않는 초소형 항공기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4년 3월 백령도 등지에 약 2제곱미터 안팎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 소형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가 추락한채로 우리 군에 의해 포착됐다. 이는 당시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승계되었던 北 김정은이 그해 2014년 신년사를 통해 "국방공업부문에서의 경량화·무인화·지능화·정밀화"(2014년 1월2일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의 신년사 발언)를 언급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2제곱미터가 되지 않는 북한군 무인기는 현존하는 육군 저고도탐지레이더의 탐지능력 그 이상을 뛰어넘어간다는 데에 있다. 즉, 북한군이 꼬리 날개를 약 20cm 줄이거나 양날개를 약 5cm가량 잘라냈을 때 현존 저고도탐지레이더의 탐지한계능력(RCS) 수준인 2제곱미터보다 줄어들어 탐지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쉬운 비유로는, 날벌레를 잡기위한 전기파리채를 휘둘렀는데 정작 잡혀야할 날벌레의 크기가 전기파리채의 망크기보다 작아 날벌레를 잡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4년부터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를 대응하기 위한 온갖 방안을 쥐어짜내어 왔지만, 북한 무인기의 특성과 우리나라 지형을 감안할 때 기술정보에 기반한 탐지력이 아닌 인간정보에 기반한 탐지력을 제외하고서는 사실상 이를 잡을 뾰족한 비책도 뚜렷하지 않다.

12월24일 저녁 육군 7사단 초병이 야간 경계근무를 하는 강원 철원군 중부전선 비무장지대에 투광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2013.12.25(사진=연합뉴스)
12월24일 저녁 육군 7사단 초병이 야간 경계근무를 하는 강원 철원군 중부전선 비무장지대에 투광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2013.12.25(사진=연합뉴스)

#3. 무인기 탐지 위한 방공작전 제반 여건, 알고보니 '고난도'···제약요소 대체 뭐길래 

북한군 무인기 대응작전의 첫단계인 '탐지단계'와 두번째 단계인 '식별단계' 과정에서 무인기 포착이 어려운 이유는, 한반도 지형의 특성과 기상 및 경계작전의 한계를 안고 있어서다.

한반도 서쪽 끝과 동쪽 끝인 경기도 파주 지역과 강원도 고성-속초-양양 지역은 육지경계 외에도 타격체계 사거리가 중첩되는 강안 및 해상경계구역을 포함하고 있는데, 주야간 상관없이 바다 및 강물 소리로 인한 무인기 탐지 과정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무인기 탐지 및 식별 과정은 비단 경계병력의 육안으로만 포착되지 않는다. 눈과 귀가 모두 열린 채 경계를 서게 되는데, 기술정보 탐지력의 한계 상황에서 중첩되는 인간정보 탐지력인 눈과 귀를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만큼 주야간 동공의 흔들림으로 인한 오인보고, 우천 및 폭설 등 악천후에 의한 기상 변동요소로 인해 사실상 무인기 탐지는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 군의 경계작전 주요 전개지역인 중부전선 대부분이 산악지형으로 형성돼 있다. 좁고 굴곡이 많은 계곡을 통한 무인기 침투가 용이한 여건 하에서 탐지를 위한 레이더 반사고각과 발사각도는 산악지형에 의한 각종 차폐공간이 발생한다. 이는 마치 언덕을 향해 빛을 쐈을때 언덕 뒤편에는 빛이 닿지 않아 그늘이 발생하는 원리이다.

이런 작전여건도 문제거니와, 무인기의 크기 자체가 2제곱미터가 되지 않는다는 비대칭성이 가중됨에 따라 무인기 탐지를 위한 작전성은 그 난이도가 대단히 높다고 평가된다.

통상 수십km 밖에서 날아오는 여객기를 손으로 올려다봤을때 손톱보다도 작게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2제곱미터가 채 되지도 않는 적 무인기를 야간 혹은 우천시 수백미터 밖에서 왜 포착하지 못했느냐는 지적은 현실성 없는 지적으로 되려 사기저하로 연결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수도방위사령부 및 수도군단 등이 경계작전을 하고 있는 서울과 경기도 도심지 등은 각종 빌딩과 빛공해 및 소음, 등으로 작전 난이도가 더욱 상승한다. 추가적인 제한사항이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24시간 단위 수차례의 교대근무와 특정기간 동안의 집중적인 경계작전으로 인한 피로도와 비전투손실 문제 등으로 경계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다.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무인기 숫자도 수 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2022.12.26 (사진=연합뉴스)
북한 무인기가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군이 대응에 나섰다.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 수 개가 포착됐다. 무인기 숫자도 수 대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2022.12.26 (사진=연합뉴스)

#4. 敵 무인기 개발, 이미 40년 전부터 진행···비대칭성 극복 방법 강구가 관건

북한군이 무인기를 이용한 대남침투를 감행한 것은, 이미 2014년 北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한차례 예고됐었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예고한 이번 무인기는 이미 1980년대부터 북한이 본격적으로 진행했는데, 1988년 중국산 무인기 D-4(ASN-104)를 입수했는데, 1990년대부터 시리아와 러시아 등으로부터 각종 정찰용 무인기를 받아들여 실험을 거듭했었다.

그렇게 개발된 각종 무인기들은 2012년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그 일부가 노출되기 시작했고, 2013년 정전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그 모습이 포착됐었다. 이렇게 진행된 북한 무인기의 시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40년에 걸쳐 진행됐던 것이다.

육군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적인 무인기는 '방현-I, 방현-II(D-4, 5)', 'Shmel(샤멜)', '두루미'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행거리는 200km에서 길게는 800km 수준으로 한반도에서 적지종심정찰활동이 가능하다.

즉, 북한에서 띄워 한반도 남쪽지역 내부를 종적으로 왕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북한 무인정찰기의 비행고도선은 약 2km 수준으로, 육군의 중기관총 등으로 타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그만큼 낮게 비행하여 우리 군과 민관 정보를 샅샅이 훑어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같은 비대칭적 능력의 무인정찰기를 북한이 지속개발하는 까닭은 그들의 전쟁수행전략 저변에 깔린 '배합성', '비대칭성'에 근거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재래식 무기였던 무인정찰기를 평시전개함으로써 전평시 기준을 무너뜨리기 위한 '배합성', 무인기에 대한 크기를 줄여 탐지력을 최소화함으로써 그 은밀성을 고도화하는 '비대칭성'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북한 무인기 침투 도발 사건에서 나타난 우리 군의 '탐지·식별' 단계에 대한 <펜앤드마이크>의 분석에 이어 추후 '식별-타격' 단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북한 무인기 최대 1천여대…정찰뿐 아니라 공격용도. 2022. 12. 26.(사진=연합뉴스TV)
북한 무인기 최대 1천여대…정찰뿐 아니라 공격용도. 2022. 12. 26.(사진=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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