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북러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푸틴(연합뉴스)
2019년 북러정상회담 당시 김정은과 푸틴(연합뉴스)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고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인 바그너 그룹에 무기를 판매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 측과의 무기 거래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북한정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현지 용병업체에 로켓과 미사일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북한이 지난달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사용할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 수장으로 있는 바그너 그룹은 2014년 설립 이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는 등 비공식적으로 활동해 왔다.

커비 조정관은 “바그너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을 지원할 무기 공급업체를 찾아 전 세계를 뒤지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북한이 바그너 측에 1차 무기 인도를 완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바그너 측은 무기 대금을 지불했다”며 “지난달 북한은 바그너 측이 사용할 보병용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로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북한과 바그너 그룹 간 구체적인 무기 거래 규모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전달한 무기의 규모가 우크라이나 전장의 역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북한이 바그너에 전달한 무기의 규모가 우크라이나 전장의 역할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더 많은 군사 장비를 전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분명히 우려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이 같은 무기 거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

커비 조장관은 “북한의 관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며 “그러나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해 바그너 측에 무기를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 파트너들과 함께 안보리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고 바그너 측에 무기 인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러시아 용병회사 와그너그룹의 건물(연합뉴스)
러시아 용병회사 와그너그룹의 건물(연합뉴스)

또한 커비 조정관은 미국 상무부가 전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바그너 그룹에 대한 추가적인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에 대해 “미국의 기술 또는 생산 장비를 기반으로 한 전 세계 어느 장소, 어떤 무기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그는 향후 몇 주 안에 바그너 그룹과 세계 각국의 무기 지원 네트워크들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할 것을 예고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갈수록 바그너 그룹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매달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써가며 우크라이나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지만 신병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감옥에서 죄수를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바그너그룹이 현재 우크라이나에 계약직 1만명과 죄수 4만명 등 5만명을 배치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전쟁이 계속되면서 바그너그룹의 위상이 높아져 이제는 러시아군 장교들이 바그너그룹의 명령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군 및 다른 부처와 경쟁하는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했다.

이날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도 북한과 바그너 그룹 간 무기 거래를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파괴를 일삼기 위해 무기를 구매한 것은 북한이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한반도 불안정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올해 전례 없는 수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무기) 이전이 이뤄졌다”며 “이것은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으로 안보리가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해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북한을 옹호할 뿐 아니라 그 같은 행동의 동업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은 향후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제기하고 이 위반에 대한 정보를 대북제재 문제를 담당하는 1718 위원회와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북한이 무기와 탄약이 부족한 러시아에 불법 무기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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