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화물연대의 대화가 완전히 끊긴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8일 지난달 24일부터 집단운송거부 중인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해야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일몰제를 연장하겠단 일관된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정례브리핑에서 "화물연대가 일단 복귀해야 안전운임제 제도에 대한 논의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안전운임제 폐지로 입장을 전면 바꾼 것이냐는 질문엔 "복귀를 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 실장의 언급에서 정부의 인내심이 바닥났음을 관측할 수 있단 분석이다. 정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근거해 업무개시명령을 2차례 발동했다. 지난달 29일엔 시멘트 분야, 이날엔 철강 및 석유화학 분야에 대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운송거부를 이어가자 정부 역시 일몰제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김 실장은 "품목별 논의나 연장 등이 논의될 수 있지만, 조건 없이 업무 복귀가 되어야 한다"면서 "화물연대가 복귀해야 그 다음 논의로 넘어갈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정부가 화물연대에 더 이상 물류를 마비시키지 말고 빨리 업무에 복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역시 화물연대 복귀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중재안에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와 여당이 당정회의 결과로 제시한 ‘3년 연장안’을 수용해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반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모든 대화는 화물연대의 ‘조건 없는 조속한 업무 복귀’, 그 다음이다”라며 "화물연대의 불법행위를 두둔한 걸로 모자라 ‘불법파업을 합법화’하는 ‘노란봉투법’ 강행까지 예고했으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무승부로 하자’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공격했다.

대통령실도 직접 강경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운송거부자들이) 복귀하고 나면 얼마든지 대화 테이블을 열 수 있다. 복귀를 위한 어떤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며 "선(先)복귀 후(後)대화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일관된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강공이 아니라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정부의 이같은 기조전환과 관련, "올 연말 일몰제를 맞은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할 수 있다고 (애초에) 제안한 것은 정부였다"며 "화물연대는 그런 제안을 걷어차고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다"고 비판했다. 책임이 화물연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이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선복귀 후논의' 기조로 돌아서는 듯한 모양새를 내비친 것이어서 화물연대와 차후에도 강대강 대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대로 상황이 유지된다면, 이달 31일부로 안전운임제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급작스럽게 기조 전환을 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가 대화를 거부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보다는 일단 "대화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파업부터 풀고 대화하자는 역제안을 하는 유연성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정당성을 잃은 상황에서 강대강 대치를 이어간다면 국민들은 자칫 정부가 '원칙적 대응'의 선을 넘어 노조를 탄압하려 한단 인식을 가질 수 있고, 최근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국정수행 지지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단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 15일째인 8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의 정당성이 크게 약화되었음에도 이를 그치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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