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6일 있었던 SK 최태원 회장의 이혼소송 1심 판결을 계기로 삼성 이재용 회장의 10여년전 이혼과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1998년 6월 대상그룹의 큰딸 임세령씨와 결혼, 화제가 됐다. 하지만 결혼 11년만인 2009년 2월, 임세령씨가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임씨는 남편 이재용을 결혼생활의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배우자’로 규정해 소송을 냈는데, 이와관련 당시 삼성 및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불륜설’이 나돌았다.

두 사람의 이혼은 임씨측의 소송제기 일주일만에 이재용 회장이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포함 1000억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혼에 합의함으로써 마무리됐다. 임씨측은 이혼소송을 내면서 당시 이재용 회장 재산의 절반가량인 5,000억원의 분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6일 있었던 SK 최태원 회장과 전부인 노소영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1심 판결과 비교하면 이재용 회장의 당시 1000억원 위자료 및 재산분할은 매우 파격적인 액수로 받아 들여진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김현정)가 6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이혼판결에서 결정한 재산분할 액수는 665억원.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주) 주식 중 42.29%(650만주),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의 5% 가량만 인정한 것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에 결혼한 30년 부부였다. SK(주) 주식에 대해 최 회장측이 “선친에게 물려받은 SK 계열사 지분에서 비롯한 것인 만큼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 ‘특유재산’”이라고 주장한 반면, 노 관장측이 “결혼 기간이 오래된 만큼 해당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이 되는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며 맞선 이유다.

반면, 임세령씨와 결혼할 당시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 상무의 직급으로 삼성전자 주식 보유분이 0.5%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에버랜드나 삼성SDS 주식 등도 모두 결혼전에 취득한 것이었다. 결국 이번 최태원-노소영 판결 결과를 적용해 끝까지 재판을 했을 경우 이재용 회장이 임세령씨에게 분할할 재산은 100억원에도 못미쳤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6일 1심선고 이후 노 관장측 변호인단은 아직까지 항소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노 관장 주변에서는 이번에 사실상 패소한 변호인단을 교체해 항소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이다.

최태원-노소영 이혼재판은 여성계에도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심 판결이 나오자 여러 여성 단체에 관여하고 있는 한 여성운동가는 자신의 SNS에 “법원에 남아있는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냄새가 짙게 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우리 법조계에서도 외국처럼 '프리넙(prenup, 결혼 전에 이혼 시 재산분할 등을 미리 정하는 혼전 계약서)' 제도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이혼 소식과 함께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게이츠 부부가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는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저서에서 '아무리 사랑해도 혼전 계약서를 꼭 쓰라'고 했던 것이 세간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이혼 때 재산분할 등 재산관계를 미리 정해두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프리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내용까지 혼전 계약서에 담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프리넙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현행 민법은 제829조 등에서 혼인 전에 '부부재산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결혼 전 각자의 재산을 정하고 등기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칠 뿐 이혼 시 재산 분할 등에 대해 정하는 내용까지 인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률신문에 "세대가 변하면서 공동 생활비 통장과 자신의 통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는 등 경제적으로 각자 독립해 생활하는 부부가 많아진 만큼, 기여도에 따라 각자의 특유재산까지 재산분할 대상이 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의 기고문을 내 기도 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