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경찰청 입구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경찰청 입구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동안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 당했던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 경찰 이관 문제'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경찰청 국가안보수사본부'로의 개편을 통한 해법 풀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7일 나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바로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안보경찰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응방안에 관해서다.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자유민주연구원(원장 유동열) 주최로 한 안보경찰 역량 강화방안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정책세미나 형태로 열린 가운데, 그동안 무너졌던 안보수사체제를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바로 세워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 것.

여기서,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이란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군·경찰 3대 기관이 대한민국 헌법 질서를 문란케 하려는 반국가세력에 대한 수사활동권을 일컫는 실무용어로, 보다 포괄적으로 '안보수사권'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대공수사권으로 통칭되는 안보수사권은 종래에 국정원 대공수사국과 국군방첩사령부(舊기무사령부)·경찰청보안국 등 3대 보안기관이 행사해왔으나, 2020년 12월 당시 집권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원법 개정안을 강행 통과시킴에 따라 그 시행 시점이 3년 유예돼 오는 2024년 1월부터 경찰에 의한 단독 기능화 조치가 이뤄진다.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찰로 넘어가게 된 대공수사권은 이제 1년 후 경찰이 직접 행사하게 되는 만큼 경찰의 안보수사 역량에 의한 질적 격차에 따른 수사기능저하가 예고되는 상황. 그 이유는 문재인 정부 기간을 포함해 지난 20여년 간 약 4천507명(1997년 기준)에서 2천184명(2022년 기준)으로 감원됨에 따라 수사역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수사력의 양적 축소 외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안보수사체제 등 질적인 부분에 관한 문제 또한 계속되고 있어서다. 경찰의 현행 안보수사체제의 결정적인 질적 문제는, 경찰 조직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대통령에 비해 정치권력의 압력에 보다 더 취약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관련 기사 : [탐사기획] 文 '경찰 댓글 몰이 수사' 표적된 '경찰청 보안국'···어떤 조직이길래?).

그 이유는, 경찰 조직 자체가 국정원과 달리 대통령 직속기관도 아닌데다 그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조직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정치권과 행정수반 최측근급 대열에서 발생하는 각종 간첩 사건일 경우, 조직 위치상 권력의 압력에 맞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은 이에 대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설명을 인터뷰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김형연 법무비서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도 함께 자리했다. 2018.1.14(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대공수사권 등 권력기관 개편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2018.1.14(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정치권력의 압력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게 무슨 말인가.
▲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이후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은 경찰이 정치권력의 압력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과거 경찰이 국내 안보수사를 하게 되면 여-야당 가리지 않고 수사과정에서 온갖 정치적 압력이 밀고들어오는데, 과연 차관급 경찰 지휘부가 이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경찰 지휘부가 과연 상층부의 묵시적 압력이나 노골적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제대로 (수사를)한다면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국무총리실-대통령실 등의 부당한 간섭과 정치권의 압력에 당당히 맞서야 하는데, 과연 경찰 상층부가 (수사중립성에 관한)소신을 지켜내고 일선 안보수사관들을 격려하며 보호해 줄 지휘관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정치권력이라고 표현했는데, 실제 장관급 이상의 고위급 인사들 중 안보수사의 대상자가 된 사례가 있다는 말인가.
▲ 2006년 적발된 일심회 간첩사건을 보면 된다. 당시 국정원 대공수사국은 수사과정에서 운동권 경력의 청와대 000 비서관이 일심회 총책 장민호(마이클 장)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파악하고 해당 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하려 하자 청와대가 방해를 했다. 000 비서관을 결국 소환조사하지 못했지만,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이 일심회에 대한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고 대공수사국에 힘을 실어줘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일심회 간첩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

-혹시 문제가 있었나.
▲ 그러나 수사 도중 김승규 국정원장이 사퇴압력을 받고 사임했다. 만일 이런 상황이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청와대 참모들이나 정치권과 연계된 간첩사건 등 안보사건이 발생했을 시, 일선 대공수사관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소신껏 수사활동을 전개하려 하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수사에서 정치권력의 부당한 압력과 간섭으로 수사 자체가 방해를 받고 무산된다면, 국가안보라는 둑은 무너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협의로 26일 구속된 개인사업가 장민호씨 등 3명(이정훈, 손정목, 이진강)과 일심회 조직 및 흐름도.2006.10.28(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협의로 26일 구속된 개인사업가 장민호씨 등 3명(이정훈, 손정목, 이진강)과 일심회 조직 및 흐름도.2006.10.28(사진=연합뉴스)

유동열 원장이 언급한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터진 '일심회 사건'이란,  北 공작원 회합 통신 사건으로 '386 간첩단 사건'으로도 불리는 사건으로 1989년부터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던 장 마이클(장민호)가 1997년 일심회를 결성해 1985년 조직된 반미(反美) 학생운동권 조직 '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3민투위 혹은 삼민투위)' 주요 직위자 출신인사들을 만나 간첩망을 편성했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이때 고대 삼민투위원장 출신 인사를 비롯한 여러 운동권 인사들이 연루됐는데, 청와대 000 비서관의 이름이 '일심회 진상보고서'에 올랐다고 보도한 모 일간지를 상대로 고소했고 2008년 1월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천만원의 위자료를 줄 것을 선고했었다. 그때의 인물인 000비서관에 대해 국정원장(김승규)이 수사하려다 결국 사퇴압력을 받았던 것(관련 기사 : [탐사기획]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취임 1년' 그늘 속 86운동권 배후 세력 근황 추적).

이와 같은 전례가 있는 와중에 조직변화 없이 경찰이 대공수사 기능을 받게 될 경우, 정치권력에 의해 국정원 조직보다 더욱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유동열 원장이 밝힌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안보경찰의 역량 강화 방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다음은 유동열 원장의 제안이다.

-먼저, 현행 안보수사 체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로 대한민국 안보수사의 총본산은 경찰청의 안보수사국이 맡게 됐는데, 문재인 정부의 경찰지휘부는 간첩 등 안보위해사범을 수사하는 안보수사국을 일반수사를 전담으로 하는 국가수사본부(약칭 국수본) 소속의 일개 국(局)으로 편재하여, 안보수사 비전문가인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를 받도록 했다. 심지어 안보수사의 특수성을 도외시하고 일반 범죄 수사 지침을 기계적으로 안보수사국에 적용토록 강제하여 효율적 안보수사를 저해하고 있다. 대공수사 활동은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며 비밀로 분류되어 있어 보안이 생명이다.

-경찰 국수본 안보수사 체제가 종래의 국정원 대공수사국 중심 수사체제와 차이가 큰 가.
▲ 국정원은 대공수사국 내에서도 '차단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고 있어 과(課)과 팀 단위에서 조차 상대팀이 어떠한 간첩수사 공작을 전개하는지 모를 정도이다. 경찰도 보안국 시절의 경우에 나름대로 대공수사공작에 대한 보안성이 기본적으로 유지되고 있었으나 현재 국가수사본부 체제 하에서는 이를 보장할 수 없다. 국수본 지휘부의 '보안의식'이 미흡하고 '차단의 원칙'도 지켜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수본 내에서 국가존망과 생존권이 달린 안보수사의 우선순위가 일반 범죄수사에 밀려 소외되고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이러다 보니, 안보경찰들이 특진, 승진에 일반 범죄수사요원들에 밀려 홀대받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안보경찰을 보국훈장 수여에서도 배제시키기도 했다.

-경찰도 국정원처럼 조직단위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안보수사청(廳) 등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 안보경찰이 제 역할을 수행하려면 최소한 정치적 중립성과 활동의 독립성 및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앞장에서 지적한 대로 현재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안보수사국으로는 정상적 활동이 어렵다. 경찰청 소속으로 국가안보수사본부(본부장 치안정감)를 신설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이관하여 경찰청에 독립적인 (가칭)안보수사처를 신설하기로 했는데, 어쩐 일인지 당시 야당의 무대응과 여당의 독주로 국가수사본부 소속의 일개 국(局)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러면, 국가안보수사체제를 개편한다면 어떻게 개편해야 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는가.
▲국가안보수사본부는 본부장(치안정감), 차장(치안감), 3개 수사단장(경무관), 16개 과(과장, 총경)로 편재할 것을 제안한다. 3개 단은 안보수사기획단(3개 과), 간첩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1단(5개 수사과), 국내 안보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2단(5개과), 첨단과학수사를 전담하는 안보수사3단(3개과)이다. 지방경찰청에는 국가안보수사본부장의 지휘를 받는 안보수사부(부장 경무관)나 안보수사단(단장 경무관 또는 총경)을 두어 지방청 안보수사대(대장 경정)를 지도·운영해야 한다. 국가안보수사본부 체제는 경찰의 안보수사체제가 국가안보수사본부를 정점으로 전국적으로 일원화된 지휘체계에 의해 안정적으로 운영됨으로써, 안보수사의 신속성·탄력성·전문성 등이 제고되어 국가의 안보대응역량이 제고될 것이다. 국가수사본부의 신설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경찰법)'의 개정을 필요로 한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관한 문재인 청와대의 개편안. 2018.01.15(사진=연합뉴스)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에 관한 문재인 청와대의 개편안. 2018.01.15(사진=연합뉴스)

현행 국가안보수사 체제가 2024년 1월부터 경찰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안보수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경찰법 개정을 통한 안보수사 체제의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2022년 12월 기준으로 국회 의석은 여소야대 형태인데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경찰법 개정 입법은 쉽지 않은 상황.

이에 대해 유동열 원장은 "만일 야당의 비협조로 국가안보수사본부 법제화를 위한 경찰법 개정이 여의치 않을 때, 그 대안으로 '경찰청과그소속기관등직제(대통령령 제32629호)'에 이를 반영해 운영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직제개편안을 통해 안보수사체제의 직접적 변화 이전 완충적 조직개편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과반 의석수 확보로 인해 정부여당에 의한 개정안 처리가 매끄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제한적 여건에 대해 유 원장은 "작금의 여소야대의 국회 의석 분포상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야당은 과거 여당 시절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했기 때문에 경찰 이관에 따른 안보경찰 강화에 책임있는 자세로 협조해야 한다"라며 "당리당약을 떠나 국가안보를 위한 여·야의 협력이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만큼 야당은 앞장서서 국가안보수사본부 신설 등 경찰의 안보수사력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안보경찰 역량 강화방안' 정책세미나에는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개회사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진행됐다. 남주홍 전 국정원 차장이 사회진행을 맡았고,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해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 이정훈 명지대학교 객원교수(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최성규 경찰청 안보기획과장 등이 토론에 함께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안보경찰 역량 강화방안' 정책 세미나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발제토론에 나선 모습. 2022.12.07(사진=조주형 기자)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른 안보경찰 역량 강화방안' 정책 세미나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가운데,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이 발제토론에 나선 모습. 2022.12.07(사진=조주형 기자)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