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2.10.27(사진=연합뉴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2.10.27(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故이대준 씨 피살 월북몰이 의혹'을 주도했다는 각종 혐의를 받고 있는 서훈 前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일 구속된 가운데, 그의 정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영장전담 부장판사 김정민)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를 받는 서훈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훈 전 실장에 대한 '월북몰이 주도의혹'이란, 서해상에서 공무중 북한군의 총격에 의해 숨진 故이대준 씨가 총격을 받았다는 첩보가 확인된 그 다음날인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경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에 첩보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그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총책임자라는 점에서 그 다음 수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그의 바로 윗선인 문재인 前 대통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이같은 평은 그를 발탁해 기용해본 이력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한될 뿐이다. 한때 국가정보원 원장 등 안보사령탑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놀라운 일들이 진행돼 왔음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으로 발탁됐던 서훈 전 실장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아래 국정원 내 대북공작부서 주요 간부 40여명의 옷을 벗겼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했던 엘리트요원들에게는 '정치관여·직권남용'이라는 정치적 풍파가 들이닥쳤고, 그가 원장으로 있던 시절 수많은 요원들이 이를 직격으로 맞아야 했다.

그랬던 서훈 전 실장의 핵심이력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으로 이어진다. 국정원 대북담당 차장을 했었고, 청와대 비서실 정치특보, 1차 남북정상회담 전략수행관,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 전략위원 등을 거쳤던 그의 이력은 모두 '북한'과 연결돼 있다. 그 중에서도 과거 1997년 당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현지사무소 소장 직함을 달고서 북한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가 2008년 썼던 <북한의 선군 先軍 외교>를 <펜앤드마이크>가 확인해보니, 그는 "(北 김정일의)선군외교는 일종의 강압외교, 갈등적 외교전략으로 북한의 선군외교는 적대국 혹은 잠재적 적대국에 대한 외교전략으로는 효용이 있을지 모르나, 북한과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사용할 수 없다"라고 단언한다.

서훈 전 실장은 또한 "기본적으로 적대적이라고 할지라도 소규모 협력관계가 창출되고 있는 적대국가와는 그 협력 관계를 파탄시키고자 하지 않는 이상, 이 적대국가에 대해 선군외교를 지속적으로 구사할 수는 없다"라며 "협력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주변국들에 대해서도 선군외교를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북한은 주변국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실질적으로 포위될 위험에 노출된다"라고 밝힌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북한 김정일 식의 적대적 외교정책 기조인 '선군외교'에 대해 "북한 스스로가 주장하고 있는 선군외교의 존재이유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으로, 선군외교의 존재이유를 없애주면 북미 관계 개선, 북미수교 과정이 보인다"라며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북한의 선군외교의 구조적 발생요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서훈 전 실장의 분석은, 사실상 그 1년 뒤인 2009년 5월25일 함북 길주 풍계리에서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오판으로 귀결됐다. 선군외교는 北 김정일 식 외교정책 노선으로, 조선인민군의 군사력을 앞세워 상대국에 대한 압박력을 높여 대북 강화책을 전개하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형태의 정책 기조를 의미한다. 그 수단으로 핵실험을 강행하는 것인데, 정작 국정원 대북 담당 요원으로 근무했던 그가 북한의 의도를 읽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거꾸로 이를 오판했던 것이다.

이같은 판단력을 가진 인물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정보수장으로 임명했고,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실장으로까지 영전한다. 안보사령탑으로 했던 그의 대북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발언은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북한의 선군외교의 구조적 발생요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데에서 나타난다.

북한은 이미 지난 1970년대부터 미북 평화협정론을 줄곧 주장해왔다. 미북 평화협정론이란, 본래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문에 서명한 관계국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미북 평화협정을 맺음으로써 종전선에 이르자는 논의를 뜻한다. 그 과정에서 북미관계가 나아져야 한다는 논리인데,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정전협정 체제가 무너지게 됨으로써 주한미군 철수의 단초가 된다. 그 근거는, 북한이 미북 평화협정의 또다른 접근 수단으로 '핵군축'을 주장한 것에서 기인한다.

서훈 전 실장이 말한 '북미 관계 진전을 통한 선군외교 축소론'은 곧 북한식 핵군축 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북한은 1950년 제네바 연설 등에서 핵군축 등을 '남한 주한미군 10만 감축론' 등을 거론했고, 1990년대 초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외국군 철수'를 명분으로 한 주한미군 철수론을 주장하며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했다. 이는 즉 북미관계 개선을 주장한 북한의 주장이 곧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제반조치를 뜻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불완전한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서훈 전 실장은 "북한 스스로가 주장하고 있는 선군외교의 존재이유는 '미국의 대조선적대시 정책'으로, 선군외교의 존재이유를 없애주면 북미 관계 개선, 북미수교 과정이 보인다"라며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북한의 선군외교의 구조적 발생요인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했고, 이같은 대북관을 가진 이를 정보수장으로 기용한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와 같은 대북관을 가진 자들이 안보사령탑으로 있던 지난 2020년 9월22일, 해양수산부 소속 故이대준 씨가 공무중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하게 됐고, 정보수장은 '월북몰이 주도의혹'을 자초하게 됐다.

한편, 더불어민주당(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훈 전 실장의 구속 건에 대해 "남북관계에 악영향 줄 것", "국민통합 등 상당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와 달리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법 앞에서 누구도 자의적으로 배제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법의 잣대에 의해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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