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3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전 실장보다 윗선인 청와대 고위 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범죄의 중대성과 피의자의 지위, 관련자들과의 관계에 비추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했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사실을 은폐하기로 하고 관계부처에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또 이 씨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국방부·국가정보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도 받는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사건 은폐 및 월북 조작의 '컨트롤 타워'로서 다수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범죄를 주도했다고 판단했고 법원도 이날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서 전 실장이 지난 10월 27일 국회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및 안보라인 수뇌부와 함께 기자회견 열어 혐의를 모조리 부인한 것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법원 판단으로 이어졌다.

서 전 실장 측은 당시 대응은 '정책적 판단'이므로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는 한편 증거인멸 우려도 없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서 전 실장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은 10시간 가량이 지난 오후 8시경 끝났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 기록을 갈아치웠음은 물론 1997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장 기록을 세웠다.

심문을 마친 재판부는 9시간 가까이 더 숙고한 끝에 3일 오전 5시께 서 전 실장의 구속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제 서 전 실장과 서 전 실장 윗선 간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예정이다.

청와대 지휘 체계상 서 전 실장이 안보관련 핵심 현안을 보고하는 '윗선'은 문 전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북 정책의 최종 결정자였던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 전 실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재판부는 당시 청와대의 정책 집행 과정이 통상의 절차와 확연히 달랐던 점 등에서 정부의 재량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도의 정책적 판단사항을 사법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주장을 물리친 것이라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최장 20일의 구속 기간 동안 서 전 실장을 상대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다른 고위 인사의 연관성을 규명한다. 박 전 원장도 이 씨 피살 직후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했다. 박 전 원장은 당시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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