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1. 정치 진영에 따라 극단적으로 나뉘는 MBC에 대한 평가

      「”尹, 거짓말 때문에 공직서 물러날 수도” 美 외교전문지는 왜?」, 「성남FC 광고유치가 뇌물? 정치수사 아니면 뭐야?」, 「”지금 무정부 상태란 말이”..”비 온다고 퇴근 안 하나?”」, 「최재성 “尹, '전세계 조롱거리'돼..왜 9시에 출발했나? 귀신이 곡할 노릇”」, 「”전세계 조롱거리”됐다? 尹, 지금도 큰일인데..앞으로 더 '큰일'난 이유」, 「현지 충격 폭로 “아베 조문 외교? 착각 말아야. 日선 '스토커 외교'라고 해」 

      MBC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썸네일 제목이다. 공영방송에서 내놓는 콘텐츠의 썸네일 제목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균형감을 잃고 편향된 느낌을 주며, 표현이 거칠다. 딴지방송국에서 운영하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방불케한다.     

      최근 '바이든' 자막 논란이나 <PD수첩>의 대역 논란을 계기로, MBC가 '公營 방송'이 아니라 '陳營 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MBC가 진보 진영의 관점과 유·불리에 따라서, 시사나 보도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선택하고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 MBC의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D수첩>과 <탐사기획 스트레이트>가 어떤 아이템을 다뤄왔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MBC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은 진보 진영으로부터는 높은 신뢰와 사랑, 보수 진영으로부터는 불신과 미움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이 시사IN의 2022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결과다. M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 7.5%로 KBS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도 10.2%를 기록하여 조선일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의 7.5% 정도는 언론매체 중 MBC를 가장 신뢰하고 있고, 10.2% 정도는 MBC를 가장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14.0%의 응답자가 언론사 중 MBC를 가장 신뢰한다고 답한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19%가 MBC를 가장 불신한다고 밝혔다. 한때 '만나면 좋은 친구'라 불리던 MBC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정파적으로 엇갈린 반응을 얻게 된 것일까? 더군다나 과거 '공정방송 실현'을 기치로 파업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지금 MBC의 헤게머니를 잡고 있는데도 말이다.  

2. 조롱의 대상이 된 <뉴스데스크> 시청률

      2017년 12월 8일 최승호 전 PD가 MBC의 새 사장으로 첫 출근을 하였다. 출근 첫날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MBC 노사 공동선언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해고자 6명을 전원 복직시키고, 해고무효 확인소송에 대해 회사측이 제기한 대법원 상고를 취하한 것이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았다. 노사 합의라면 적법절차도 지킬 필요가 없다는, 노영방송으로의 복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두번째 조치는 <뉴스데스크>의 간판을 한시적으로 내린 것이었다. 배현진, 이상현 앵커는 시청자에게 고별 인사도 하지도 못하고, 그날부로 방송에서 퇴출되었다. KBS 황상무 앵커가 2018년 4월 13일 시청자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뉴스9>을 조용히 떠난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승호 사장의 출근 첫날, 오정환 보도본부장과 문호철 보도국장을 비롯한 보도국의 국•부장단 전원이 보직해임되었고,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던 80여명의 기자들은 이날부터 뉴스 마이크를 잡지 못하게 된다. 

       20일 가까운 재정비 기간을 가진 다음, MBC는 2017년 12월 26일 박성호 전 해직기자를 메인앵커로 하는 새로운 <뉴스데스크>를 선보였다. 박성호 앵커는 뉴스 첫머리에서, MBC가 지난 5년 동안 권력의 잘못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기에 몰두했으며, 기자 윤리, 저널리스트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반성한다면서, 앞으로는 권력이 아닌 시민의 편에 서는 뉴스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12월 27일에도 「'권력의 입'이 되다...”MBC뉴스를 반성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MBC가 청와대 눈치만 살피며,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뉴스만 나열했고, 촛불집회는 축소하고, 태극기 집회는 지나치게 확대해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한가지 아이러니컬한 것은, MBC가 2016년 12월 17일 있었던 태극기 집회에 '주최측 추산 51만명, 경찰 추산 3만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터무니 없는 숫자를 그대로 전했다고 비판한 대목이다. 

      2년뒤 MBC는 '조국 집회' 참가인원을 소개하면서, 하룻만에 10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다시 일주일 뒤에는 300만명으로 부풀린 주최측의 터무니 없는 추산숫자를 그대로 전했다. 게다가 '경찰 추산'은 아예 소개하지 않았다. 또 태극기 집회는 축소보도가 아니라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 3.1절 태극기 집회나 2019년 8.15 태극기 집회는 <뉴스데스크>에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주최측 주장대로라면 수십만명이 참가했는데도 말이다.

      아무튼 MBC <뉴스데스크>가 거창하게 재출범했지만, 시청률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2018년 5월까지의 시청률을 보면, 2월 한달만 5%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을뿐, 나머지 4개월은 3%대의 시청률을 보였다. 김장겸 사장 시절인 2017년 상반기의 평일 5.4%와 주말 6.2% 시청률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2018년 6월 한정우 보도국장이 임명된지 불과 7개월만에 전격 교체되었다. 후임으로는 최승호 사장과 같은 해직자 출신인데다 노조위원장 출신이라서 실세라 평가받던 박성제 취재센터장이 임명되었다. 현직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의 남편이 MBC 보도국장이 되는 것에 대해, 권력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MBC 홍보실은 이에 대해 "앞으로 MBC 뉴스 보도를 보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보도국장의 교체에도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하락은 계속되어, 2018년 8월 5일에는 1.97%라는 바닥을 치기에 이르렀다. 이 수치가 특히 뼈아팠던 것은 과거 자신들이 보수 경영진에게 퍼부었던 조롱과 비난이 고스란히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2016년 12월 8일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2.8%를 기록하자, 김희웅 당시 MBC기자협회장은 “2%대로 추락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 정도면 뉴스데스크를 폐지해야하는 수준이 아닌가'란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하면서, 보도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1%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보도책임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2019년 3월부터는 <뉴스데스크>의 방송시간을 30분 앞당겨 저녁 7시 30분부터 8시 55분까지로 확대개편을 했다. 광고 수입의 감소를 무릅쓰고, SBS 8뉴스 전 광고가 나가는 시간에 시청자들을 흡인하려는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개편 후에도 시청률 부진 현상은 여전해서, 우파 성향의 MBC노조로부터 '뉴스데스크가 종편을 이기면 뉴스다'(2019.9.6.)와 같은 조롱을 당하기도 했다. 

3. '진영 방송'의 시작 

     이렇게 빈사 상태를 헤매던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살아나기 시작한 계기는 '조국 사태'였다. 2019년 9월 28일과 29일, 주말을 맞아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대규모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이 촛불집회 관련보도를 계기로 MBC는 JTBC를 제치고 親문재인, 親조국 진영을 대변하는 매체로 우뚝서게 된다. 

     MBC는 9월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드론을 활용한 항공 촬영으로 촛불집회의 풀 샷(full shot)을 방송했다. 당시 참가인원 규모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던 터라, 집회 전체 모습을 담은 MBC의 영상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9월 29일 하루만에 유튜브 조회수는 42만회를 넘었고, 親조국 진영에서는 “마봉춘이 돌아왔다”고 환호하며 SNS로 영상을 퍼날랐다.

     JTBC가 9월 28일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를 중계차로 연결했을 때, 집회 참가자들이 '진실 보도'를 연호하고, '돌아오라 손석희'라는 손팻말을 흔들며 항의하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승기를 잡은 MBC 박성제 보도국장은 10월 1일 결정타를 날린다. '진영방송'의 본거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딱 보니 100만짜리다'라는 어록을 남긴 것이다. 이틀 전인 9월 29일 서초구청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쓰는 '페르미 기법'을 적용하면 사람이 서있을 때를 가정해 평당 최대 9명을 계산해보니 총 5만명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10만 군중대회와 5만 5천명이 참석했다는 빅뱅 콘서트 사진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래서 100만 인파를 주장했던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의 입장이 궁색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박성제 보도국장이 “면적 계산하고 이런 거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경험 많은 사람은 감으로 압니다.”라며, 9월 28일 100만명, 9월 29일 200만명이라는 주최측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발 소스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언론의 속보경쟁 때문에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의 지지자들이 듣고싶었던 바로 그런 얘기를 박성제 국장이 해준 것이었다. 

     사실 MBC의 보도국장이 MBC 라디오 <시선집중>이 아니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가 고도로 계산된 행동이었다. 강성 민주당 지지층에게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김어준의 라디오에 출연하여, '조국 사태' 국면에서 MBC가 그쪽 진영을 대변하고 있다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10월 1일 저녁에는 <PD수첩>이 「장관과 표창장」이라는 제목으로, 검찰이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학교 표창장' 위조를 기소한 근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주요 근거는 조국 전 장관 딸의 표창장이 일련번호와 양식에서 진짜 표창장 양식과 차이가 있으며, 조국 전 장관 딸이 했다는 봉사활동 자체가 없었다는 최성해 총장의 증언이었다. 

     그런데 <PD수첩>은 수료증이나 상장은 학과에서 조교나 직원이 임의로 만들기 때문에 내용과 양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전 동양대학교 조교의 주장을 소개하는가 하면, 봉사활동이 있었다는 당시에 조 장관 딸이 실제로 동양대를 방문했고, 최성해 총장과 조국 장관의 딸, 그리고 정경심 교수가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최성해 총장과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만났다는 총장 측근의 녹취록을 소개하면서, 조국 전 장관이 보수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되고 있다는 음모론에 힘을 보탰다. 

       그 다음날인 10월 2일 김재영PD 역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장관과 표창장」을 제작하기까지 김어준이 방송에서 주장하던 내용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사의를 표했다. 10월 1일과 2일, MBC의 보도국장과  PD수첩 담당 PD가 연거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親조국 성향을 과시한 것은, '나꼼수'의 팬덤이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때 '주털야손', 즉 '아침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저녁에는 <손석희의 JTBC 뉴스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뉴스공장>의 청취자들이 JTBC의 뉴스룸을 선호했는데, 이제는 MBC <뉴스데스크>로 흐름이 바뀐 것이다.     

      이 점은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의 시청자수 집계를 통해서도 확인이 된다. MBC 뉴스데스크는 2019년 10월부터 수도권 기준 평균 48만 5천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하여, JTBC의 44만 2천명을 앞서기 시작하더니, 11월에는 20만명 이상 앞서게 된다. 

      “특정 정파에 유리한 말을 듣고 싶어하는 특정 시청층이 시청률을 올렸다고해서, '그것이라도 지켜야한다'는 절박감이 있으니까 다들 아무 말도 못하고 있지 않나?”라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2016년 6.3%, 2017년 5.2%, 2018년 4.0%로 급감하던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2019년에도 4.0%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춘데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에 휩쓸려갔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신뢰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19년 12월 중순에 조사된 2019년 4분기 에서, M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부문에서 JTBC를 제치고 KBS에 이어 2위를 차지하였다. 9월말에 조사된 3분기 때 5.5%의 응답률로 6위를 차지했는데, 불과 3달만에 12.7%로 무려 7.2%p가 상승한 것이다. 반면 JTBC는 3분기 14.7%에서 11.7%로 3.0%p가 하락하였다.

     진중권 교수는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제 '신뢰도'란 실은 호감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조국 국면에서 JTBC는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하게 ‘사실’을 보도했다. 그런데 결과는 신뢰도의 급락으로 나타났다. 반면 MBC는 노골적으로 당파적 입장에 서서 피의자에 유리한 ‘대안적 사실(허구)’을 창작했다. 특히 <PD수첩>은 그 목적을 위해 야바위에 가까운 날조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도 MBC의 신뢰도는 이 시기에 급격히 상승했다. 이처럼 한국의 대중은 사실보다 허구를, 대안적 사실을 더 신뢰한다.” 

      신뢰도뿐만 아니라 '공정'이라는 개념에도 진영 논리가 강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부가 2019년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국 사태' 보도와 관련해 가장 공정했던 방송사 1위는 MBC(19%), 2위는 TV조선(17%)이었다. JTBC는 14%로 3위였고, 채널A와 YTN은 6%, SBS와 KBS, MBN, 연합뉴스TV는 5%를 기록했다. 조국을 가장 옹호했거나 반대한 방송사가 1, 2위를 차지한 반면, 나머지 방송사는 아예 주목을 못받은 것이다. 이념 성향별로 볼 때 보수층에서는 TV조선이 가장 공정했다는 의견이 34%였고, 진보층에서는 MBC가 가장 공정했다는 의견이 32%로 가장 많았다. 중도층에서는 JTBC(12%)와 TV조선(11%), 채널A(11%)에 비슷한 점수를 주었다.

    P.S. 2022년 1월 28일 대법원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4년 징역형을 확정했다. 동양대 표창장을 비롯한 조민씨의 7대 스펙 전부에 대해 허위로 인정한 것이다. 

4. MBC 뉴스의 유튜브化

     '조국 사태' 이후 MBC 뉴스의 유튜브 조회수도 급증하기 시작하였다. 2019년까지만 해도 지상파 3사 중 가장 낮은 조회수를 기록하던 MBC는, 2020년에 1위에 올라선 이후, 그 격차를 계속 늘리고 있는 중이다. 올해 8월에는 월간 조회수 5억 8천만뷰로 역대 언론사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이 낸 보고서 '2019 뉴스미디어 리포트-유튜브 저널리즘'에 따르면, 뉴스 수용자가 유튜브 뉴스에서 기대하는 차별화된 가치는 '재미', '유쾌한 장난', 그리고 '경박함'이었다. 신뢰성, 전문성과 같은 전통적 뉴스의 중요 가치들은 유튜브 이용자의 이용동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도 밝혔듯이 MBC가 '나꼼수' 스타일의 제작기법을 도입한 것도 MBC 유튜브가 활성화되는데 일조했을 것이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는 법. 객관성, 공정성, 균형성과 같은 전통적인 저널리즘 가치들은 많이 훼손되었다. '나꼼수'는 사실과 주장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세상을 진위(眞僞)가 아니라 호오(好惡)의 기준으로 보며,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내로남불'이라는 극단적 진영 논리로 무장하고, '합리적 의심'이니 '작전세력'이니 하는 음모론을 스스름없이 퍼뜨리고는, '아님 말고'하면서 빠져나가는 무책임한 측면이 있다. 이런 '나꼼수'와 MBC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긴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한 것은 MBC 저널리즘에 심각한 해악을 가져왔다고 본다. 

     가장 심각한 부분이, 세상을 선악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파악하고, 자신을 진보정치 진영의 일원으로 인식하면서, 반대진영을 악마화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 병행성'(Political Parallelism)의 심화다. '나꼼수'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악마화하는 '각하 헌정방송'을 표방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중인 2021년 10월 19일 방송된 <PD수첩> 「누가 고발을 사주했나-17분37초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아무 관련 없다'고 답하는 장면에 빅뱅의 '거짓말' 음악을 트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 2022년 1월 16일 <스트레이트>가 '서울의 소리' 기자가 몰래 녹음한 김건희 여사와의 대화를 방송한데 이어, 그 다음날 라디오 <시선집중>에 <스트레이트> 장인수 기자와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까지 출연시켜 이슈화를 시도했는데, 백은종씨가 출연한 유튜브 썸네일 제목이 「서울의소리 “김건희 언어술에 전부 넘어가..추가 공개? 국민이 궁금해하면 신속하게”」였다. MBC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올인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었다. 

      사실 현재 MBC의 헤게머니를 쥐고있는 언론노조 세력들이 보수진영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보수 정권 시절 언론노조원들이 힘든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진보진영이 계속 집권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방송법에 의해 부여받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민주적 여론 형성'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진영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방송의 사유화'이자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집값 폭등으로 문재인 정권이 코너에 몰려있던 2020년,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7월 26일, 8월 2일 그리고 9월 6일 세차례에 걸쳐 집값 폭등의 원인을 박근혜 정권 탓으로 몰고가는 듯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중 8월 2일 「집값폭등의 또 다른 주범은 언론...‘언론’은 정말 집값 안정을 바랄까?」편은 '정치 병행성'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준 방송이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재건축으로 23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둬, 온라인에서 '#주호영23억'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여러번 소개하면서 사실상 '#주호영23억' 운동을 부추기는가 하면, '주호영'이라는 이름을 무려 20번 가까이 거명하면서, 주호영 대표의 사진과 자료화면을 15번이나 노출하였다. 더군다나 “MBC가 의도를 가지고 편파적으로 보도한다고 보는 입장이기 때문에 더 이상 취재에 응하지 않겠어요.”라는 주호영 대표의 전화 통화를 소개하고도, 사전 약속없이 국회로 찾아가 '매복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흔히 앰부시(ambush)라고 하는 매복 인터뷰는 권력자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해서 하는데, 나는 MBC가 민주당 진영을 상대로 '매복 인터뷰'를 시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얼마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민들이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이라고 절규하고 있다며,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경질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만큼 과도한 '좌표찍기'였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은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한 상태에서, 우선 의혹제기부터 하고 보는 경우다. 자신들이 악(惡)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혹 제기일 경우 이런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2020년 4.15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MBC가 터뜨린 '채널A 취재윤리 위반사건'의 경우를 보자. 당시 이 보도는 문재인 정권이 제기한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부각하고, '보수=적폐'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줌으로써,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을 거두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당시 MBC가 보도한 내용 중에 상당 부분은 사실확인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1심 재판부는 이 철 전 VIK대표의 지인이라고 MBC가 소개했던 지현진씨에 대해, “이 철은 지현진과 일면식도 없는 관계”라는 사실을 밝혔다. 알고보니 지현진씨와 이 철 전 대표를 연결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민본의 변호사였다. 지현진씨의 제보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더욱 꼼꼼히 해야했던 이유였다. 뉴스타파 김성수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제보자 지현진씨가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에 대해 최초로 제보한 곳은 뉴스타파였다고 한다. 뉴스타파가 제보의 근거가 박약하다고 판단해 취재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니, 제보자가 “그럼 MBC로 가겠다”고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2020년 4월 1일 MBC는 【단독】 타이틀을 걸고, 「”최경환측 신라젠에 65억 투자 전해들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이철씨가 지난 2014년, 당시 최경환 부총리가 5억원, 또 그의 주변 인물이 60억원을 신라젠에 투자했다는 말을 당시 신라젠 대표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자는 “이 전 대표에 따르면 당시 곽병학 사장은 '전환사채 1백억원을 발행하려 한다'며, '최경환측 자금(65억원)을 감안해 이 전 대표의 회사가 전환사채 인수금액을 정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겁니다.”라고 보도를 했다. 

     이 기사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로부터 최 전 부총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제보를 받았지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부정의혹에만 관심을 보였다면서 '검언유착' 의혹을 강화하는 성격이 있었다. 

     나중에 이철 전 대표측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MBC에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한 뒤 보도해야한다고 별표까지 쳐서 강조했지만, 그런 과정 없이 보도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 대질조사에서 곽병학 전 신라젠 대표는 이철 전 VIK대표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가 이철 전 대표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지의 여부를 곽병학 전 신라젠 대표에게 크로스 체크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또 최 전 부총리측이 담당 기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판결에서 법원은 MBC의 보도가 불법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근거로 적절하고 충분한 진위조사 없이 보도한 것은 상당히 경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MBC 보도행태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첫째, 보도 신빙성에 관한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는데도 이철의 전문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보도했다. 

     둘째, 최 전 부총리 이름의 투자가 없었음은 명백하게 확인되고, 그런 내용은 이철이나 신라젠으로부터 전환사채 인수약정서를 확인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셋째, 곧바로 보도해야 할 만큼 사안의 긴급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도대체 MBC는 뭐가 그리 급해서 사실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일단 의혹 제기부터 하고 본 것일까?  

5. 맺음말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갈등 전문가인 아만다 리플리는 그의 저서 '극한 갈등'에서, '고도 갈등'(high conflict)은 善과 惡의 구도를 뚜렷하게 생성해 정치적인 반목, 집단간의 복수극으로 몰아놓는 극단적인 갈등이며, 런던대 킹스 칼리지 조사를 인용해 한국인들이 진보와 보수 사이의 '고도 갈등'의 정도를 가장 심하게 느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9년 가을에 있었던 '조국 사태'는 수십만의 인파가 각각 親조국과 反조국을 외치면서 광장에서 대치한 엄청난 '고도 갈등'의 경험이었다. 이때 MBC는 지난 2017년 12월 <뉴스데스크>를 재출범하면서 국민들에게 약속했듯이, 객관성·중립성·균형성이라는 공영방송 저널리즘의 가치를 고수하며 갈등의 중재자로 나서기보다는, 한쪽 당사자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손쉽게 시청률이나 유튜브 광고수익을 올리는 길을 택했다. 

     여기에 대한 부작용으로 다른 한쪽 진영으로부터는 더 높은 不信과 미움을 받음으로써, 가장 정파적인 방송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 필자의 분석이다. /김도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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