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서해서 390발 사격…새벽 이어 또 도발.2022.10.15(사진=연합뉴스)
북한, 동·서해서 390발 사격…새벽 이어 또 도발.2022.10.15(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4일 화력 도발을 일제히 감행하면서 국지도발 가능성이 고조돼 군(軍) 전술조치에 나섰다. 북한의 이날 무력도발 형태는 화력·미사일 도발에 이어 항공기 발진 등 공중도발까지 복합적 행태로 나타남에 따라, 유사시 아군 생존성을 어떻게 유지하면서 적의 무력도발 의지를 꺽을 것이냐는 게 주안점으로 모아졌다.

지난 14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하루 동안 약 500여발에 가까운 비(非)표적 포격을 가했다. 그에 따라 낙탄지점은 9·19 군사합의에 의한 북방한계선(NLL) 북쪽 해상완충구역 공간이었다고 것으로 합참은 전했다. 사실상 9.19합의가 무효화됐음을 알 수 있는 도발이다.

그 전날인 지난 13일에도 북한은 다수의 항공기를 띄워 우리 군이 전술조치를 위해 도상에 가상으로 설치한 전술조치선(Tactical Action Line, TAL)을 넘어오는 등 공중침투능력이 있음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적의 항공기·포병 전력에 의한 복합적 재래식 도발 양상인데, <펜앤드마이크>는 이같은 여러 형태의 무력 도발 과정에서도 우리 군(軍)이 대응하기 어려운 도발 양상에 대해 독자들에게 밝히고자 한다.

우리 군(軍)은 전방 지역에 육군지상군작전사령부 산하 여러 개의 군단급(육군 중장급) 제병(濟兵)합동부대가 155마일 군사분계선 일대에 산개배치돼 상시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서해와 동해 일부 특정 경계부대가 강안 및 해안 경계를 같이 겸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부대는 육상경계작전으로 이를 수행 중이다.

철책 점검하는 장병들.(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철책 점검하는 장병들.2009.10.27.(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육상경계 가운데 북한군에 의한 각종 무력도발의 형태는 육상·강안지역 도발로 분류할 수 있으며, 통상 해상 도발의 경우 해안지역 도발로 연결되기 전까지 육군이 아닌 해군이 주작전책임군으로서 이를 맡는다. 육군 대인화기의 사거리를 고려해 해안 지역에 배치된 육군 소속 경계부대가 북한군의 해안접안시도를 무력화하게 되며, 통상 육군이 155마일 대부분을 육상경계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북한군에 의한 육지 도발 형태는, 총격·화력 등 직사화기및 곡사화기에 의한 무력도발 형태와 지뢰·크레모아·급조폭발물(EOD) 등 장애물 도발 형태로도 가능하다. 총격 도발의 경우, 군사분계선 일대로 AK계열의 직사형 개인화기에 의한 소부대·특작부대 침투 형태가 수반된다. 사거리가 약 2km가 채 되지 않기에 전방 GP 등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력 도발의 경우,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북한의 최소구경인 약80mm 이상의 박격포 형태 소구경 곡사화기 및 대구경 화포(火砲)에 의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곡사화기 사거리가 적게는 2km 이상에서부터 구경이 커짐에 따라 그 사거리는 30km 이상으로 늘어난다. 군사분계선 북쪽에 설치된 북한군의 1천여문에 달하는 방사포(다연장포, 북한군식 표현)와 단일 대구경포가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데 이 사거리 안에 들어오는 모든 아군의 유생역량 또한 북한군의 표적이다. 실제로, 북한군은 지난 2010년 11월23일 北 황해남도 옹진반도 개머리진지에서 우리 연평도를 향해 170여발의 기습 포격을 감행했다. 이렇게 시작된 '연평도 포격전'으로 우리 해병 서정욱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戰死)했다.

화력 도발의 경우, 곡사화기라는 특성에 따라 우리 군은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방 지역 경계작전 부대의 진지를 요새화했다.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화력도발에 의한 우리 군 장병들의 생명을 북한군으로부터 지킬 수 없기에 생존성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화력도발은 선제포격을 가했을 때 국지도발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데다 선제포격 후 화포를 거둬 이동하거나 갱도화 된 포대에서 포신만 내놓고 쏘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적 표적에 대한 직접 사격이 쉽지 않다. 적군의 화력 도발 직전 계획된 화포 방열(정식명칭 방렬, 放列) 태세를 우리 군이 얼마나 빨리 먼저 포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우리 군의 생존성이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탐지·식별·타격 등 3과정으로 이뤄지는데, 탐지 과정에서 GP 관측장교·정찰반 획득정보와 대(對)포병 레이더 탐색활동, 공중식별정보를 취합하게 된다. 화력도발에 대한 대응작전은 이처럼 3개 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느 특정부대의 단독 작전 혹은 단독 분석 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경계작전을 수행하는 여러 병과가 함께 이를 대응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했던 지난 2018년 9·19남북군사합의에서 전방의 우리 군 GP 일부를 철수했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탐지과정에서의 작전성, 즉 획득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정보·작전에서의 중첩성 요소'를 무너뜨리는 데에 일조한 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화력도발을 감행할 때 우리 군 장병들이 생존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군의 동태를 살피는 일련의 첩보획득작전의 밀도가 옅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하다.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고는 '북한 목함지뢰가 원인'.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이 같은 조사내용을 10일 발표하고 "북 도발에 응당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08.10.(사진=연합뉴스)
비무장지대 지뢰폭발사고는 '북한 목함지뢰가 원인'.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폭발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는 이 같은 조사내용을 10일 발표하고 "북 도발에 응당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08.10.(사진=연합뉴스)

육상에서의 도발 형태중 지뢰·급조폭발물 등에 의한 장애물 도발 형태는, 지난 2015년 8월 육군 제1군단 산하 제1사단 전방경계작전 구역에서 벌어진 '목함지뢰 도발'이 대표적이다. 이때 수색대대 소속 김정원 및 하재헌 하사(現 예비역 중사, 조정선수)등이 작전중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을 당했다.

북한군은 이같은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것 뿐만 아니라 서해안 일대로 물에 뜰 수 있는 각종 목함지뢰·급조폭발물(EOD)를 떠내려 보내기도 한다. 해병대가 주둔 중인 강화도 일대에서는 북한군의 급조폭발물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급조폭발물이 철제가 아니라 플라스틱 혹은 일부 목재로 만들어져 있어 탐지도 쉽지 않다.

육상에서의 도발은 공중에서의 도발도 포함된다. 통상 육상도발과 공중도발을 분류하지만, 공중도발 중에서도 육군의 무기체계상 사거리가 닿거나 탐지가능한 공간까지 포함하는데, 공중 도발 중에서도 최근 북한이 감행한 적 항공기의 전술조치선(TAL) 접촉 시 육군의 대공무기가 작전을 맡게 된다. 우리 공군의 전투기가 여러 단계에 걸쳐 전술조치선상 어느 지점에 적 항공기가 움직이느냐에 따라 단계별로 대응하게 된다. 육군의 대공무기를 다루는 방공(防空)병과가 이를 맡는다.

그런데, 북한의 복합적인 무력도발이 있을 경우 총격·화력·공중 도발 양상 중에서 공중 도발의 경우 지리(geomateric)정보에 의한 영향을 받게 된다. 공중공간에서의 적 항공기 침투가 왜 육상의 지리정보와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이 가능한데, 이는 강원도 지역 일대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공중도발의 경우, 도발 구현수단의 고도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지난 14일을 비롯해 올해 27번의 북한군 전구탄도탄(미사일) 도발이 있었는데 전구탄도탄의 경우 고도를 우리 군이 측정한다. 미사일 도발에서 고도를 측정하듯이, 적 항공기에 의한 침투 역시 고도를 측정한다. 측정고도에 따라 우리 군 중에서 공군이를 대응해야 하는지, 육군 방공무기가 이를 대응해야 할지 판단하기도 한다. 초고도, 고도, 중고도, 저고도, 초저고도 등 고도별로 세분화할 수 있는데, 이때 초저고도 및 저고도 공중도발 수단에 대해 육군 방공무기 일부가 이를 대응한다.

강원도 지역의 경우, 산악지형이 발달해 있다보니 저고도로 침투하는 소형 항공기에 의한 무력도발 행태를 조기에 포착하는 것이 대단히 쉽지 않다는 평가다. 항공기 특성상 그 속도와 레이더반사면적(RCS)에 따라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데, 북한은 비(非)철재료로 만든 AN계열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소부대 특작부대를 실어나를 수 있는 AN계열 수송기를 갖고 있어 우리 군의 RCS능력으로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초저고도로 날아오는 북한군의 무인기 또한 만만치 않은 상대다.

국방부는 2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지난 9일 인제군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의 비행경로 등을 분석해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통해 북한의 소형 무인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7.06.21(사진=연합뉴스)
국방부는 21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지난 9일 인제군에서 발견된) 소형 무인기의 비행경로 등을 분석해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통해 북한의 소형 무인기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7.06.21(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무인기 위협의 경우, 이미 지난 2014년과 2017년 아군 방공망이 통째로 뚫린 것으로 밝힌 사례가 있다. 현존 모든 대공침투포착레이더의 독특한 능력인 RCS포착 범위가 무인기의 크기보다 크다보니 무인기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바다에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졌는데, 잡으려는 물고기 보다 그물망의 촘촘한 크기가 더 커서 물고기를 잡기 어렵다는 비유와도 일맥상통하는 한계점이다.

육군은 이같은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 지역에서는 판단·타격에 앞선 단계인 탐지·식별과정에서 육안경계 등을 추진했었다. 건물과 인공구조물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는 빛공해 제한점까지 있어 육안경계로도 북한의 무인기를 잡아내기 힘들다는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했는데, 더구나 약 60%이상이 산악 지역인 강원도의 경우 계곡 사이로 들어올 수 있는 북한군의 무인기 위협을 막아내는 데에 상당한 애로점을 겪고 있는 중이다.

아군 생존성을 위협하는 또다른 대공위협은 북한 무인기 말고도 저고도로 침투하는 복합무인폭발물 등이다. 대북전단의 경우, 남동풍을 이용해 북한지역으로 풍선과 전단을 실어나르는데, 북한 역시 겨울 북서풍을 이용해 우리나라 경계작전 지역으로 급조폭발물을 비롯한 각종 불온성 삐라(전단)를 실어보낸다. 일종의 심리전인데, 아군 생존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수도 있는데다 경계작전을 방해하는 북한의 저수위 무력도발 양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동·서해안 일대에서는 북한군에 의한 급조물 등이 심심찮게 발견되기도 한다.

육상 도발 형태 중에서도 공중 및 육지도발 외 강안·해안 지역 경계를 담당하는 일부 부대에서는, 강안·해안 경계작전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육군 제8군단이다. 육군 제8군단(충용군단) 지역인 동해안 앞바다에서는 동해상의 NLL과 맞닿아 있다보니 북한군에 의한 '의심선박'이 끊임없이 포착된다.

<펜앤드마이크>가 지난 7월7일 단독 보도한 <[단독] 文청와대, 北선박나포 박한기 의장 소환 이유는 <해상대침투작전지침>기획 때문?> 기사에서는 박한기(학군21기) 前 합참의장이 문재인 청와대로부터 소환된 사건의 내막 일부를 파헤친바 있다.

박 전 의장이 소환된 뒷배경으로는, 8군단장이었던 지난 2016년 경 마련한 해상 대침투작전 안을 고안한 해상대침투작전 안건에 따라 그가 합참의장으로 영전한 이후인 지난 2019년 7월27일 동해안 NLL을 넘어온 북한 소형목선에 대한 조치에 관한 이야기로 올라간다. 그때 8군단은 해상대침투작전 조치에 따라 대응했었다.

군 당국은 어젯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소형 목선을 예인 조치했다. 합참은 28일 "어제 오후 11시21분께 북한 소형목선(인원 3명)이 동해 NLL을 월선함에 따라 우리 함정이 즉각 출동했다"며 "승선 인원은 오늘 오전 2시17분께, 소형목선은 오전 5시30분께 강원도 양양지역 군항으로 이송 및 예인했다"고 설명했다.2019.07.28(사진=연합뉴스)
군 당국은 어젯밤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북한 소형 목선을 예인 조치했다. 합참은 28일 "어제 오후 11시21분께 북한 소형목선(인원 3명)이 동해 NLL을 월선함에 따라 우리 함정이 즉각 출동했다"며 "승선 인원은 오늘 오전 2시17분께, 소형목선은 오전 5시30분께 강원도 양양지역 군항으로 이송 및 예인했다"고 설명했다.2019.07.28(사진=연합뉴스)

해안 작전이 어려운 이유는, 해군과의 연계성 때문이다. 육군 화기의 사거리가 닿는 지점에서부터 육군의 경계작전이 시작되는데, 해군과의 작전 인계 과정의 합동성 문제도 있다보니 접안 지역 일대에서는 군단장의 제병협동·각군별합동작전 공조 능력이 요구된다. 자칫하다간 작전이 꼬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공조할 수 있는 지휘관의 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경계작전의 난이도가 일반 육상작전에 비해 낮다고도 볼 수 없는 대목이다.

강안지역 육상경계작전 또한 난이도가 일반 야지경계작전보다 높은 이유는, 서해안 강안 경계가 민·관 협동성을 요구한다는 점 때문이다. 계절별로 강안지역에서는 피서지·어로활동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구간·시기 별로 불법·합법인지를 두고 민·관의 혼선이 일어난다.

작전 구역에 걸쳐 있는 강안지역에 대한 민·관·군의 혼선이 빚어짐에 따라 경계작전에 영향을 주는데, 그 대표적인 구간이 임진강이다. 임진강·한탄강 일대에서의 경계작전은 홍수철과도 맞닿아 있는데다 강원도 지역과 달리 계곡화되어 있지도 않아 평상 도보 침투 실제사례까지 있어 민·관·군의 합동성이 매우 요구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승겸 합참의장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과 함께 북한군의 도발에 대해 한미간 연합방위태세 및 각급 공조를 통해 강화·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라고 합참은 전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북한군의 도발 양상과 형태 및 수위와 회수가 증가됨에 따라 아군 생존성이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전방 경계작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국군의 경우, 앞으로 국군 내 긴장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한편, 지난 14일 북한군의 이번 화력 도발을 포함해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북한의 위반 횟수가 총 5번이라고 군 당국은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보존GP' 부근에서 월북 사건 발생.2022.01.05(사진=연합뉴스)
'보존GP' 부근에서 월북 사건 발생.2022.01.05(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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