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이완규 법제처장. [사진=MBC유튜브]
13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제처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권인숙 의원의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이완규 법제처장. [사진=MBC유튜브]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오전 국정감사가 법제처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감사위원의 질문 '행태'를 두고 여·야간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주어진 5분의 질의시간 내내 질문을 하자 이완규 법제처장이 약 5분간 길게 답변했다. 그에 대해 민주당 기동민 간사가 지적하자 국민의힘 측에서 법제처장이 길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댔다. 아울러 김도읍 법사위 위원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권 의원의 질의를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질의 행태'라 규정하자 권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던 것.

권 의원은 법제처의 법령위반심사기준을 읽어 나가며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이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함에도 시행령에 근거를 뒀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제처가 관련 시행령에 '날개'를 달아줬다"며 "행정절차법상 40일 이상 두게 돼 있는 입법예고를 단 며칠로 줄였고, 적법하단 공식 의견까지 냈다"며 법제처와 법제처장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권 의원의 질의는 법제처장의 답변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권 의원은 질의 초입에서 "시간이 없어서 앞으로 하는 주장과 질문을 쭉 말씀드릴 테니까 끝나고 한 번에 말씀해주시길 바란다"고 한 바 있다.

이 법제처장이 길게 답변을 하자 기 간사가 이를 지적하면서 여야간 갈등이 촉발됐단 평가다. 기 간사는 의사진행 발언에서 "지금 우리가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이지 법제처장의 헌법학 개론 강의라든지 형사소송법 개론 강의를 듣는게 아니지 않냐"라며 "오늘 시간이 없어서 공수처도 하고 법제처도 해야하는데 (국감의) 기본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제처장의 일방적 견해인 것이지 (권 의원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게 아니므로 법제처장의 일방적 답변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자율성을 부여해달라"며 "원활하게 의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위원장님은 법제처장의 길고 일방적인 답변을 통제해달라"고 했다.

민주당 기동민 간사가 "우리가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이지 법제처장의 법 강의를 듣는 게 아니다"라며 김도읍 위원장에게 증인의 긴 발언을 통제해달라고 주장하는 모습. [사진=MBC유튜브]
민주당 기동민 간사가 "우리가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것이지 법제처장의 법 강의를 듣는 게 아니다"라며 김도읍 위원장에게 증인의 긴 발언을 통제해달라고 주장하는 모습. [사진=MBC유튜브]

이에 대해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이 반박했다. 박 의원은 "법제처장이 저렇게 답변하는 이유가 있지 않냐"며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여러 질문을 했기 때문에 기록해놨다가 답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 역시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위원장을 자꾸 지적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건 아니시겠죠"라며 "저는 마이크 꺼진 상태에서 말하는 것 웬만하면 지켜본다. 마이크 꺼지면 발언 마무리할 수 있도록 연속되는 선에서는 지켜본다"고 했다. 이어 "추가로 질문할 경우엔 정리해달라고 몇 번 부탁을 드린다"며 "자율성을 주지 않는단 점에선 1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도읍 법사위 위원장이 "제가 회의를 시작하면서 질의답변 포함해 5분이라고 설명드리고 시작했다"며 자료를 들어 설명하는 모습. 민주당 측에서 '위원의 질문 형태에 대해 지적하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사진=MBC유튜브]
김도읍 법사위 위원장이 "제가 회의를 시작하면서 질의답변 포함해 5분이라고 설명드리고 시작했다"며 자료를 들어 설명하는 모습. 민주당 측에서 '위원의 질문 형태에 대해 지적하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사진=MBC유튜브]

김 위원장은 "권 의원과 법제처장의 질의 '행태'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질의행태라고 본다"며 "박 의원께서 시의적절하게 말씀하시다시피...행태라는 게 잘못된 말이냐. 국어사전 좀 보시라"라고 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항의한 데 따른 반박이었다.

당사자인 권 의원이 박 의원 질의 후 "무거운 질의라서 (법제처장의 답변을) 참고 들었다"며 "각자 위원이 질문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다. 위원장님이 함부로 말씀하신 것에 유감이고 사과하시라"라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유감이다. 기 간사가 지적을 하니까 말한 거다"라며 "제 스스로가 지적한게 아니다. 그러면 그 질의가 잘된 거냐"라고 설전을 이어 갔다.

이에 김 의원이 "판단을 하면 안되죠. 예의를 지키십시오"라며 "위원장은 마음대로 해도 되고 위원은 하면 안되냐"라고 소리치며 의사진행발언을 계속해서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조용히 하시라. 예의를 지키시라"라며 "제가 회의를 시작하면서 질의답변 포함해 5분이라고 설명드리고 시작했다. 김남국 의원은 요 최근 법사위 회의에 상당히 지장을 초래하는 분이다. 요즘 뭐 예의는 실종됐나요"라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법사위 국감에선 이 법제처장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 개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한 법제처 심사에 대해 "헌법과 법률에 아주 적법했다" "법무부 해석과 법제처 심사·의견이 반헌법적이라고 말한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의 질의에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단 평가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김도읍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하며 의사진행발언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모습. [사진=MBC유튜브]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김도읍 위원장의 발언을 반박하며 의사진행발언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모습. [사진=MBC유튜브]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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