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2년 세제 개편안에 의하면 내년부터 법인세율이 25%에서 22%로 낮아지게 된다.

이에 대하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월 2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법인세 인하를 '서민 지갑 털어 부자 곳간을 채우기'로 규정하고 최선을 다하여 국회 의결을 막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법인세 인하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법인세율 인하를 통하여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사람들 나아가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법인세율 인하는 낙수효과 없는 부자 감세이며 서민 지갑 털어 부자 곳간 채우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즉, 법인세 인하에 대한 찬반 논쟁은 법인세를 인하하면 실물 경제가 활성화될 것인지 그리고 법인세의 경제적 부담이 법인의 주주들인 부유층에게 주로 귀착되는지 이렇게 두 가지를 쟁점으로 하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촉진 효과가 제한적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고 있는 반면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은 법인세 인하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부자 감세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지명도가 높은 재정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의 저서 [재정학]에서 법인세 인하에 대한 찬반론의 이론적 근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법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인 법인세의 부담을 누가 실질적으로 부담하게 되는가?"라는 주제에 대하여 두 가지 대립되는 견해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놓았다.

첫번째 견해는 법인 부문에 투입된 노동에 대하여 임금이 지급되는 반면 투입된 자본에 대하여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므로 법인의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은 법인 내의 자본에 과세하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법인 내 자본에 대한 과세는 법인 부문이 생산한 상품의 가격을 인상시켜 수요의 일부가 비법인 부문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생산과정에서 자본 대신 노동을 투입하려는 유인을 발생시킨다. 법인 부문이 비법인 부문보다 효율적이며 자본집약적이므로 - 고위험 고수익 사업 및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의 경우 개인회사보다 법인의 형식을 취할 확률이 매우 높다 - 법인세 부과는 국내 자본이 수익성 높은 법인 부문에서 수익성 낮은 비법인 부문으로 이동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법인세 인하 반대론자들의 이론적 근거는 '법인세 부과를 통한 사회적 형평성 개선의 정도가 법인세 부과로 인한 경제적 효율성 저하를 압도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 되어야 하는데 상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의 증가, 법인 부문의 고용 감소 등으로 인하여 법인세의 부담이 여러 경제주체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법인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다.

두번째 견해는 법인 부문에 투입된 노동에 대하여 임금이 지급되는 반면 투입된 자본에 대하여 이자가 지급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의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및 투자 촉진 정책까지 고려하면 이미 법인 내 자본에 대하여 충분한 대가가 지급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법인의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은 법인의 경제적 이윤에 대한 과세의 성격을 갖는다.

이 경우 법인세는 법인의 이윤극대화를 위한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법인세율을 인하시킨다고 해서 민간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며 법인세율을 인상시킨다고 해서 국내 자본이 효율성 높은 법인 부문에서 효율성 낮은 부문으로 이동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법인 부문에 자본을 투입한 사람들이 주로 부유층이라는 전제 하에 소득 재분배를 위하여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방안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법인세가 법인의 경제적 이윤에 대한 과세라는 견해가 옳다고 하더라도 법인세 인상 전에 한가지 더 고려해 보아야 할 사항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법인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법인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으로 본사를 이전해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법인세 인하에 대한 의견 대립은 외견상 경제적 효율성을 우선시하느냐 사회적 형평성을 우선시하느냐의 이념 대립으로 보이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주식회사로 대표되는 법인세 납세자들에 대한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현행 세제 혜택 및 투자 촉진 정책이 기업 입장에서 보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에서 보면 첫번째 견해와 같이 법인세의 실질은 법인 부문 자본에 대한 과세가 되는 반면 정부 및 지자체가 투자 유치를 위하여 기업들에게 각종 특혜를 주고 있다는 시각에서 보면 두번째 견해와 같이 법인세의 경제적 실질은 법인 부문 경제적 이윤에 대한 과세가 되기 때문이다.

"법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인 법인세의 부담을 누가 부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법인세 인하에 찬성하는 한덕수 총리는 법인세를 '법인 부문의 자본에 대한 과세'로 보고 있는 반면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이재명 대표는 법인세를 '법인의 경제적 이윤에 대한 과세'로 보고 있다고 이해하면 두 사람의 논리 전개 방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법인세를 보는 두 사람의 관점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전자는 경제적 효율성을 저하시키면서 사회적 형평성 개선 여부가 불분명한 법인세의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후자는 기업들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법인세를 인하하는 것은 세수 감소에 따라 서민층을 위한 복지 예산의 감소를 가져올 뿐이라며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 소득세는 자연인의 소득에 대하여 부과하는 개인소득세(individual income tax)와 법인의 소득에 대하여 부과하는 법인소득세(corporate income tax)로 구분된다. 현행법 체계 하에서 개인소득세를 부과 징수하기 위한 법을 소득세법, 법인소득세를 부과 징수하기 위한 법을 법인세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 세법 조항에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만 시장에서의 가격조정과정을 통하여 납세의무자 이외의 사람에게 조세부담이 전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조세의 전가(tax shifting)이라고 부른다.

유태선 시민기자 (개인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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