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리만 탈환에 성공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동부 전선의 핵심 요충지인 리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점령지 합병 선언과 동시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곳이다. 굴욕을 맛본 푸틴 대통령에게 일부 측근들이 전술핵무기 사용을 공개 권유하기에 이르렀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1일(현지시간) 동부 도네츠크 리만시를 탈환했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우리는 리만 시내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리만 시내 중심부 시의회 건물 밖에서 우크라이나 깃발을 게양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러시아 국방부도 러시아군이 리만에서 퇴각했음을 인정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북서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반격에 나선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거둔 최대 전과라고 평가했다. 리만은 도네츠크에서 동쪽 루한스크로 넘어가는 길목에 핵심 요충지다. 러시아군은 리만을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공략에 병참 기지로 활용해 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상 연설에서 "지난주 돈바스 지역 내에서 우크라이나 깃발이 늘어났다. 한 주 뒤에 깃발 수는 더 불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군의 리만 수복 소식에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며 "리만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서쪽과 남쪽으로 병력과 물자를 보내는 보급로에 있는 도시로, 러시아군은 이 보급로를 잃으면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국방부 장관을 남부 오데사에 보냈다. 독일은 레오파드 전차를 지원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확전을 우려해 응하지 않아왔다.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독일 국방부 장관이 현장에 첫 방문한 일을 두고 전차 지원 가능성 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 주변에선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이날 러시아군이 리만에서 철수한 것을 비판하며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천여개의 전술핵무기를 보유 중이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이 전술핵을 흑해 등지에 투하하거나 우크라이나 군부대에 쓰자는 제의 등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서방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쓰려는 동향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지만 전쟁 초기보단 그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서방은 '러시아가 합병한 지역을 장악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 전쟁연구소는 푸틴 대통령의 합병 선언을 두고 "정작 4곳을 합병한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합병 대상지의 국경선도 긋지 못했다"라며 "러시아가 합병 지역의 국경이나 행정 방향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합병부터 서둘렀기에 러시아측은 합병지의 통치에 애를 먹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욱 장기화되는 조짐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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