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내부에 설치된 추모 공간(사진= 선우윤호 기자)
신당역 내부에 설치된 추모 공간(사진= 선우윤호 기자)

"여성 혐오 범죄다" vs "범죄자에 의한 안타까운 살인사건이다" 신당역 살인사건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는 23일 오전 신당역 화장실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았다. 현장에는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찾은 시민들의 흔적들이 놓여 있었다. 포스트잇에 문구를 써서 붙이거나 꽃을 놓거나 음료수나 과자 등을 놓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었다.

본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것은 포스트잇에 적힌 문구였다. "여성의 나라는 어디인가" "더이상의 혐오범죄가 없는 사회" "여성혐오는 픽션도 망상도 아닌 현실" 등의 문구들이 포스트잇에 적혀있었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스토킹 범죄로 인한 살인사건이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행법상 스토킹으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완벽하게 막을 수 없는것도 사실이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검찰에 송치되어 구속된 인원은 총 4554명 중 254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역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사진= 선우윤호 기자)
신당역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사진= 선우윤호 기자)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여성 혐오 범죄'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하거나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죽음을 이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 사건은 '스토킹 범죄로 인한 살인사건'이다. '여성 혐오 범죄' 등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마치 사실인것마냥 주장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신당역 살인사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추모 현장을 찾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지만 공통적으로 "여성 혐오 범죄인지는 모르겠다" 혹은 "여성 혐오 범죄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스토킹이나 성범죄에 취약한 것 같다"라며 "이와 관련해서 법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당역 추모 공간(사진=선우윤호 기자)
신당역 추모 공간(사진=선우윤호 기자)

어느 순간부터 대한민국에서 죽음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민간인의 죽음, 정치인의 죽음, 공인의 죽음 등 다양한 죽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극심해진 남녀갈들으로 인하여 살인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더 초점을 두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2022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건을 사건으로, 죽음을 죽음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확대해석하며 이용하려 한다.

성 관련 범죄에서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가지고 '여성 혐오'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그 프레임을 위해 이용하려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잘못된 접근이다.

신당역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가 두 번 다시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선우윤호 기자 yuno93@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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