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25일 대북 통일정책 세미나 열어
박정희 ‘평화통일구상선언’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에 비견될 만한 역작

유영구 이사장 체제로 정비를 마친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우선 8월 25일 오후 3시부터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박정희 정부의 대북 통일정책을 재조명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당당한 평화, 박정희에게 다시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세미나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은 지난 8·15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담대한 구상’이라는 윤곽이 제시되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면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과 함께 발전소와 송배전 설비, 항만·공항 등 인프라 구축, 농업 생산성 향상과 병원과 의료 체계 현대화 등 민생 개선, 국제투자와 금융 지원 같은 경제 개발 사업을 제시했다.

또 북한의 지하자원을 한국과 국제사회가 활용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식량을 지원하는 ‘한반도 자원 식량 교환 프로그램’, 보건의료와 식수, 위생, 산림 등 민생 개선 시범 사업은 비핵화 협상 초기 단계에도 조건 없이 진행하겠다고 제안했다. 게다가 북한이 한국 측 제안에 호응할 경우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와 유엔 제재에 대한 부분적 면제도 협의할 수 있고, 군사·정치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담대한 구상’은 ‘핵 개발 포기 및 비핵화’를 전제하고 있어 북측의 협조와 지지와 동의가 없으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그런데 북한이 어떤 나라인가. 핵은 이제 자신들의 생존에 사활이 걸린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그것의 포기를 전제로 한 구상이 얼마나 허망한 말 잔치인지를 확인하는 데는 며칠이면 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걷어찬 북한

8월 17일,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겨냥하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함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데 이어 8월 19일, 노동당 부부장이란 직함을 가진 김정은의 여동생이 나서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어리석음의 극치,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발길로 걷어차는 듯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날 김여정은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라고 비난했다.

이 여성은 또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 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남 메시지, 그것도 한국 대통령의 제안에 재를 뿌리는 성명을 노동당 부부장이 담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 대통령은 그 정도 급이라는 의미 아닌가. 그러한 지위의 인사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바보스럽기 짝이 없다”라는 모욕까지 당해야 하는 제안을 굳이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정희기념재단이 주최하는 대북 통일정책 세미나 포스터
박정희기념재단이 주최하는 대북 통일정책 세미나 포스터

국격을 중시하는 분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대북 통일정책의 틀을 제시하는 것은 뭔가 의미가 있을 것도 같다. 좌승희 박사(박정희학술원 원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이번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는 송종환 주파키스탄 대사를 역임한 경남대 석좌교수와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선 평화, 후 통일의 묘수 본받아야

송종환 교수는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에서 대북 통일정책을 담당했던 전문가로서 ‘정책 전환 지도자의 리더십: 박정희 대통령의 「8·15 평화통일구상 선언」 발표와 윤석열 정부의 안보·외교·대북정책 방향’을 주제로 삼았다. 다음은 송 교수의 발제 내용 요약이다.

송종환 교수(전 주파키스탄 대사).
송종환 교수(전 주파키스탄 대사).

“일류 리더는 국가가 처한 입지와 주변 정세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국가, 사회와 조직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하고 그 비전을 성취하도록 각자가 지닌 능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미·중공 간 대화로 서서히 열리는 데탕트(냉전 완화 시기)를 맞아 1970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8.15 평화통일구상 선언」이라는 비전을 발표한 후 1970년대 동안 평화 정착과 통일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 추진하면서 국가안보를 공고히 한 일류 리더의 대표적 사례이다.

1960년대 경제건설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된 박대통령은 「8.15 선언」을 통해 남북한이 통일될 때까지의 중간단계로서 평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선 평화, 후 통일’ 기조의 「8.15 선언」을 발표하였다.

미·중 간 패권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정세가 신냉전체제로 바뀌고 북한이 핵무장을 한 냉혹한 안보 환경에 처하여 윤석열 정부는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라는 생각에 바탕을 둔 과거 5년 정부의 종북·친중 기조의‘구걸하는 평화’와는 전혀 다른 정책을 택하여야 한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여 새 정부는 취임 후‘당당한 평화’를 기조로 하여 적이 전쟁을 감행하지 않도록 우리의 힘을 기르고 동맹국과 연합하여 전쟁억지력을 높이면서 이를 뒷받침할 외교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전환만으로는 당면 북한 핵 위협 대응에 충분하지 않다. 더욱이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에 굴복해 비핵화 협상 재개에 응해 오더라도 핵 폐기보다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지대론’을 주장할 것이므로 북 핵 폐기 협상의 진전은 거의 기대되지 않는다.

당면 북 핵 위협을 억지하는 일방 북한과 이를 지원하는 중국을 북한 핵 폐기 대화 테이블로 강력히 유도할 수 있는 세 가지 핵 옵션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설득할 여섯 가지 논리를 제시하여 국가지도자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자유 민주 통일의 터전을 굳건히 해주도록 건의하고자 한다.”

박정희 ‘평화통일구상선언’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에 비견

제성호 교수의 발표 주제는 ‘박정희의 통일 이니셔티브: 구체적인 전개와 성과’인데, 발제 요약은 다음과 같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정희 정부는 1970년 8월 동서 간의 데탕트 기류에 발맞춰 통일 이니셔티브를 추동했다. 이는 1960년대 ‘선 건설 후 통일’의 기조하에 추진한 경제발전계획의 성공과 남북한 격차 해소에 따른 대북 자신감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시발점은 박 대통령이 광복절 제25주년 기념사에서 발표한 「평화통일구상선언」이었다. 이 구상은 1969년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이 추진했던 ‘동방정책’에 비견할 만한 것이었다. 박정희식 ‘대북정책 대전환’은 1971년 남북적십자회담 예비회담 및 남북간 정치대화(고위급 비밀접촉) 과정을 거쳐 합의된 7·4 남북공동성명의 채택으로 공식화되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6·23 평화통일외교정책선언(1973)」과 「평화통일 3대 기본원칙(1974)」을 천명하여 통일정책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 조치는 1980년대 한국의 통일방안의 마련 및 업그레이드에 밑거름이 되었다.

박정희의 통일 이니셔티브는 전향적이고 능동적인 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폭넓은 신뢰와 지지를 얻었으며, 당시 첨예하게 고조됐던 남북한 간의 긴장과 대결을 완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50년 전 박 대통령의 통일 이니셔티브를 재조명하고 그의 혜안과 결단을 배울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민족을 살리는 미래통일비전’을 제시하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다져 나가는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

두 교수의 발제를 요약하면 박정희 대통령이 추구한 ‘당당한 평화’를 본받으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교수의 발제에 토를 달기에 앞서 윤석열 정부는 북한 측으로부터 개무시 당할 것이 뻔한 제안 따위는 이제 그만하라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 평화는 ‘말’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니까.

1976년 판문점에서 도끼 만행사건을 저지르자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 김일성을 향해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선언했다. 너희가 도발하면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전쟁을 해서라도 너희들을 박살내겠다는 결연한 의자가 필요하다는 뜻 아니겠는가. 과연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은 북한 핵과 공산 전체주의를 박살 내고 통일을 이루어 전체주의 학정에 신음하는 2,300만 북한 주민을 구출하여 자유민주의 가치를 선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가?

세미나 장소는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관 2층 박정희홀이며, 시간은 8월 25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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