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면진료가 늘어나면서 조제약 처방이 증가함에 따라, 약국에서 처방해 줄 조제약이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조제용 의약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면진료가 늘고 조제약 처방이 늘어남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조제용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채널A 캡처]
대면진료가 늘고 조제약 처방이 늘어남에 따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조제용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 3월 오미크론 확산 때 ‘감기약 대란’ 벌어져

지난 3월 오미크론 확산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종합감기약·해열제 등 필수 의약품 품귀 현상이 심화된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당시에는 재택치료자를 비롯해, 감염 상황을 미리 대비해 상비약을 구비하려는 수요가 높았던 데서 기인한 품귀 현상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만 40만명 이상 발생했던 지난 3월에는 진통·소염·해열제, 진해거담제 등의 일반의약품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약국에서 품절 현상이 잇따랐다. 당시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처장을 비롯한 의약품 관계 당국은 제약사들을 방문하며 행정지원에 나서고 증산을 독려했다.

그와 동시에 식약처는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을 시작해 해열제, 진통제, 진해거담제 등의 국내 생산·공급 실적을 보고받았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자 이 모니터링은 중단됐다.

정부는 1일부터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 재개...제약사들은 공장 풀 가동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하자 지난 3월의 ‘감기약 대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8월 1일부터 ‘감기약 수급 현황’ 모니터링을 재개했다. 아울러 ‘감기약 신속대응시스템’을 구축해 제약사, 약국, 유통사 간 부족한 감기약 품목과 재고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대응 체계도 마련했다.

제약업계도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초 수준의 감기약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감기 치료와 관련된 일반의약품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 증대 노력을 지속해 왔다”며 “식약처의 신속대응시스템을 활용해 재고 현황 공유가 용이해지면 업계 입장에서도 유용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업체들이 4월 이후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했을 때 감기약 재고를 많이 비축해 두었을 것이므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감기약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자, 보건당국이 제약업계에 생산 및 수입 확대를 당부했다.

지난달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해열진통제와 기침가래약의 공급 확대가 절실하다며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식약처는 해열진통제, 기침가래약 등의 생산 및 수입 확대를 당부하며 의료현장의 필요를 고려해 조제용 의약품의 생산과 수입에 집중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들은 여름 휴가 기간에도 공장을 가동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제약업계는 보통 하계 휴가 일주일 동안 공장을 셧다운 한 후 설비 점검 기간으로 활용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재유행과 감기약 수급 불안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제약업체들 단가높은 완제품 감기약 생산에 치중...조제약 부족 사태 빚어

문제는 제약업체들이 단가가 높은 완제품 감기약 생산에 치중하면서 조제약으로 쓰일 약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단가로 따지면 조제용 약품이 일반의약품으로 팔릴 때보다 값이 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일반약으로 파는 게 훨씬 더 가격을 높이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조제약보다는 일반약 생산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가 지난달 28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보낸 공문에서도 ‘의료현장의 필요를 고려해 조제용 의약품의 생산과 수입에 집중해달라’고 요구한 대목이 눈에 띈다. 원스톱진료기관에서의 대면 진료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요구인 셈이다.

원스톱진료기관 인근의 약국에서는 처방전이 나와도 쓸 약이 없어, 확진자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원스톱진료기관 인근의 약국에서는 처방전이 나와도 쓸 약이 없어, 확진자를 돌려보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이런 상황에서 원스톱진료기관 인근의 시중 약국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조제용 의약품이 2~3일치 밖에 남지 않았거나, 아예 재고가 0인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처방전을 들고 온 확진자를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업계, “‘조제’에서 ‘매약’으로 감기약 수요가 바뀌어”

제약업계에서는 감기약의 주요 수요가 ‘조제’에서 ‘매약’으로 옮겨간 만큼, 업계도 이를 반영한 생산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A약품 관계자는 감기약 부족 상황에 대해 “이전에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처방약을 조제해 환자의 집으로 보내줬기 때문에 조제용 수량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감기 기운이 있으면 대부분 약국에서 일반약을 사먹는 분위기다 보니, 일반약 수요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이 햇수로 2년 이상 오래 지속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집에서 감기약을 쟁여놓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분석했다.

일부 약사들 중에는 단가가 3배 이상 비싼 일반 일반의약품 포장을 뜯어 제조약에 넣는 경우도 있다. [사진=채널A 캡처]
일부 약사들 중에는 단가가 5배 이상 비싼 일반 일반의약품 포장을 뜯어 조제약에 넣는 경우도 있다. [사진=채널A 캡처]

하지만 일부 약사들 중에는 단가가 5배 이상 비싼 일반의약품 포장을 뜯어 조제약에 넣기도 하는 만큼, 제약 업계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감기약 10종에 대한 관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조제약 품귀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