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년 남성이 8일 밤 집중 호우로 물이 범람한 강남역에서 배수로를 치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은 이 남성을 '슈퍼맨'이라 칭했다. [사진=에펨코리아]
한 중년 남성이 8일 밤 집중 호우로 물이 범람한 강남역에서 배수로를 치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은 이 남성을 '슈퍼맨'이라 칭했다. [사진=에펨코리아]

8일 집중호우가 내려 물난리가 난 강남역에 자원봉사자가 등장해 화제다.네티즌들은 이 사람을 '의인'으로 부르며 찬사를 하고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물을 빼내기 위해 온갖 쓰레기와 잡동사니들로 막힌 배수로를 손수 손으로 치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북쪽의 저기압 소용돌이가 중부 지방에서 만나 정체전선이 형성돼 8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중 호우가 내렸다. 서울에 422mm가 내리는 등 기록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7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돼 인명 피해도 작지 않았다. 지반이 낮아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기곤 했던 서울 강남역 부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잠겼다.

그런데 어느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글 및 그에 첨부된 사진이 여론의 주목을 끌었다. 이 사진엔 한 중년의 남성이 손에 목장갑을 착용하고 강남역 대로변에 있는 배수로를 청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남성은 배수구 철판을 들어올린 후 배수로 틈새에 있던 여러 쓰레기들을 손으로 건져냈다. 사진상으로 확인되는 쓰레기는 음료수 캔, 비닐, 플라스틱 용기, 드링크 유리병 등이었다. 쓰레기 외 가로수에서 떨어진 나뭇잎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남성이 배수로를 치우는 모습. 사진상으로는 낙엽, 일반쓰레기가 보일 뿐 담배꽁초는 보이지 않는다. 강남역 대로변에서는 흡연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 남성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옆에 주차된 차량에서 내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진=에펨코리아]
이 남성이 배수로를 치우는 모습. 사진상으로는 낙엽, 일반쓰레기가 보일 뿐 담배꽁초는 보이지 않는다. 강남역 대로변에서는 흡연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이 남성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옆에 주차된 차량에서 내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진=에펨코리아]

이 남성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글을 올린 네티즌에게 문의하자 "8일 밤 11시 45분경 강남역 인근 진흥아파트 사거리를 지나다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홍수 속에서 막힌 배수로를 뚫기 위해 혼자 맨손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있던 남성을 우연히 목격했다"며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에 주변 편의점을 방문해 장갑 등을 사려 했지만 일대 정전으로 편의점이 정상 운영을 못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편의점을 방문한 5분 남짓 사이에 남성은 쓰레기를 치우고 홀연히 사라졌다"고도 밝혔다. 사진엔 이 남성 옆에 정차된 차량이 있어 차를 잠시 대로변에 대 놓고 내려 쓰레기를 치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나가던 행인이 목장갑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기에 차량에 구비해놓은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이 남성을 '슈퍼맨'이라 칭했다. 글의 제목이 '(실시간 강남역) 슈퍼맨 등장'이었다. 이 네티즌은 "아저씨 한 분이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 한복판에서 배수관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맨손으로 건져냈다"며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도 금방 내려갔다, 슈퍼맨이 따로없다"고 칭송했다. 

다만 사진 속 남성이 일부 배수구를 청소해서 물이 금방 빠졌다는 건 다소 과장된 면이 없잖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글을 올린 네티즌이 이 남성을 칭송하다 보니 나온 과장된 어법으로 판단된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이런 분 있다는 게 다행",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하다)' 그 자체", "의인이시다", "저런 분이 영웅" 등 사진의 남성을 칭찬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배수로에 버린 담배꽁초가 배수로 막힘의 원인이 아니냐며 흡연자를 비난하기도 했다. 다만 사진 속엔 담배꽁초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강남역 대로변에서 흡연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흡연공간도 별도로 설치되어 있다. 다른 네티즌들은 "흡연 후 버리는 담배꽁초가 배수로 막힘의 일반적 원인 중 하나긴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경우엔 쓰레기와 낙엽이 주 원인인 것 같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길가의 빗물받이나 배수구에 담배꽁초 및 보행 중 발생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상가 밀집 지역이나 유흥가 주변의 배수로엔 거리로 나와 흡연하는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가득한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배수로 위를 고무 매트로 덮는 등의 방법이 고안되기도 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비가 오게 되면 고무 매트 때문에 물이 내려가지 못하는 '역효과'가 나오기도 한다.

배수구에 담배꽁초와 낙엽이 뒤섞여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배수구에 담배꽁초와 낙엽이 뒤섞여 쌓여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길가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된 배수로는 국가법령 하수도법의 규제를 받는다. 배수로·빗물받이는 크게 공공하수도에 속하는 셈이다. 하수도법은 "공공하수도를 손괴하거나 그 기능에 장해를 주어 하수의 흐름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와 같은 자연 재해에서 배수로 및 빗물받이가 제 역할을 하려면 처벌보단 예방이 중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어느새부턴가 거리에서 사라진 쓰레기통을 다시 설치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한 배수로 막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담배꽁초와 관련해 흡연 구역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단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이는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이 공통되게 지적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민들의 공공의식 부재라는 평가다. 거리에 설치됐던 쓰레기통이 사라진 주요 원인은 '쓰레기 종량제 시행'이다. 종량제 봉투값을 아끼려는 일부 시민들이 공공을 위해 설치된 쓰레기통에 집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투기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네티즌들은 "모든 근원은 마구잡이로 아무 곳에나 버리는 쓰레기" 때문이라며 시민들의 공공의식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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