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8일(현지시간) 북한의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가상화폐의 세탁을 도운 믹서 업체를 제재했다. 미국이 북한 관련 믹서 업체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미 재무부는 이날 가상화폐 돈세탁에 활용되는 믹서 업체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에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했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과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진다.

토네이도 캐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대상으로 하는 가상화폐 믹서다. 자금의 출처를 알 수 없도록 출처와 목적지, 상대측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토네이도는 각각의 수취인에게 자금이 전달되기 전에 다양한 거래를 받아들여 자금을 섞는다. 토데이도와 같은 믹서는 대체로 중대한 탈취 행위로 벌어들인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범법자들이 사용한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보조자료에서 ‘토네이도 캐시’가 2019년 설립 이래 70억 달러가 넘는 가상화계 세탁에 관여했다며 이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북한정권의 후원을 받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탈취한 4억 5500만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돈세탁하는 데 토네이도 캐시가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라자루스는 지난 2019년 이래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다.

재무부는 또 지난 6월 24일 블록체인 플랫폼인 ‘하모니 브릿지’ 해킹 사건으로 탈취된 가상화폐 중 9600만 달러, 지난 2일 가상화폐 관련 기업인 ‘노마드’가 탈취당한 가상화폐 중 최소 780만 달러의 세탁에도 토네이도 캐시가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토네이도 캐시에 대해 “공개적인 확약에도 불구하고 악의적인 사이버 행위자들이 자금 세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통제를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런 행태가 “상습적이었고 관련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도 없었다”고 했다.

또한 넬슨 차관은 “재무부는 범죄자와 그들의 조력자들을 위해 가상화폐를 세탁하는 믹서에 대해 계속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범죄자들을 돕는 가상화폐 믹서는 미국 국가안보의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에 있거나 미국인이 소유 또는 통제하는 토네이도 캐시의 모든 자산은 차단되고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에 보고돼야 한다.

또한 토네이도 캐시 측과 관련된 모든 거래도 해와자산통제국의 별도의 승인이 없는 한 금지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통해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재무부 제재를 소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조치가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탈취 사건 중 하나로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6억 달러 이상의 일부를 세탁하는 데 관여한 것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 해커들이 2019년 미국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라자루스 그룹과 APT38과 연계됐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범죄자와 그들의 조력자들을 위해 가상화폐를 돈세탁하는 믹서에 대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며 “미국은 범죄자와 범죄 활동 조력자를 폭로하고 방해하며 이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촉진하기 위해 악의적 사이버 행위자들을 상대로 관련 권한을 사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 관련 믹서 업체에 대해 제재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재무부는 지난 5월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가상화폐 돈세탁에 관여한 블렌더를 믹서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제재했다. 블렌더는 라자루스가 지난 3월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니티’에서 탈취한 가상화폐 6억 2천만 달러 중 일부를 세탁하는 데 사용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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