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정기전국대의원대회 당대표·최고위원 본경선이 3일 오전 9시부터 강원·경북·대구 지역 권리당원들의 온라인투표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했다.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들은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게 된다.

3일 제주시 연동 제주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강훈식(왼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일 제주시 연동 제주M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앞서 강훈식(왼쪽부터), 이재명, 박용진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현장에서 지역별 득표율을 공개해 전당대회 흥행을 노린다는 계획이지만,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 ‘확대명(확실하게 당대표는 이재명)’으로 고착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흥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 사실상 예비경선 득표 결과를 공개해 논란

3일 온라인투표가 처음 시작된 가운데,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예비경선 득표 결과를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 위원장은 2일 오후 MBN ‘프레스룸’에 출연,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구도와 관련해 "언론보도를 보면 예비경선(컷오프) 때도 1·2위 후보가 박빙이었다는 것 아니냐"며 "예비경선 단계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깨졌다. 경선은 경선이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민주당 전당대회가 재미가 없다, 그 이유가 ‘어대명’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우 위원장은 “경선은 경선이라서 한번 진행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후보 세 분으로 압축돼 있기 때문에 이 구도는 바뀌지 않을 거라고 본다”며 박용진·강훈식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낮게 점쳤다.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예비경선 득표 결과를 당 비대위원장이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비대위가 전당대회 룰(규칙)을 만들 때도 권역별 최고위원 투표제라는 이상한 룰을 만들어 불공정 시비가 있었는데, 우 비대위원장이 이런 말까지 한 건 매우 부적절하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권역별 최고위원 투표제는 수도권 지역이 근거지인 ‘친명(친 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에겐 불리한 룰이란 지적을 받았다. ‘친명계’의 반발에 결국 비대위는 도입을 철회했다.

우 위원장이 예비경선 득표 결과를 공개한 것을 두고 이 후보측이나 당 내부에서 우 위원장의 속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 위원장의 계산법은 크게 4가지로 해석된다.

① 우상호가 특정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당 일각에서는 우 위원장이 예비경선 결과를 실제로 정확히 알지 못한 채, 특정 후보를 밀어주려고 발언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예비경선 결과는 당 선거관리위원장(도종환)과 당 선관위 총괄 당직자, 정부 중앙선관위 파견 직원 등 3명만 알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민주당 내에서는 우 위원장의 발언과 반대로 1·2위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박용진·강훈식 단일화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우 위원장이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주려고 언론플레이를 펼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강훈식 의원은 '반명 연대'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누차 밝히며, 단일화에 미온적이다.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강훈식 의원은 '반명 연대'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누차 밝히며, 단일화에 미온적이다.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3위인 강훈식 후보가 단일화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우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특정후보를 밀어주려는 의도가 통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던 강 후보는 '반명 연대'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고 누차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3위인 강 후보로서는 ‘어차피 단일화해도 이 후보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니, 이참에 얼굴과 이름을 알려서 차기 충남지사 후보로 나설 계획’을 내심 세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②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을 위한 관심끌기용?

또한 우 위원장이 ‘민주당 전당대회 흥행’을 위해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당대표 선거가 이재명 후보의 독주로 비춰지다 보니, 당원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3일부터 온라인 권리당원의 투표가 시작됐지만, 일반 국민들은 거의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 언론에서도 거의 보도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어차피 어대명 혹은 확대명인 상황이기 때문에, 관심이 대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뭔가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는 착시 효과를 주기 위해서, 우 위원장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③ 박빙의 승부라는 주장이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우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이재명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 위원장은 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대표가 되셔도 당은 안정되는 것”이라면서 “다른 분이 되면 갑자기 이변이 되는 거니까 재미있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의 단일화는 끝까지 결렬될 거라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 위원장은 “끝까지 결렬되는 게 아니라, (이미) 초반에 결렬됐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단일화가 어렵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친 것이다. 대표 나오려고 준비한 사람이 등록한 지 며칠도 안 돼서 그만둘 리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 간 단일화 방식에 합의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단일화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 결국 흐름은 이재명 후보한테 (유리한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우 위원장은 즉답 대신, 두 사람이 굳이 단일화를 해서 이재명 후보와 싸울 이유가 없다며 우회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민주당 내에서는 우 위원장의 이런 입장이 ‘단일화 무용론’ 즉 ‘이재명 필승론’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가 어차피 단일화를 해 봤자,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없기에 단일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3일 CBS라디오에서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의 단일화는 (이미) 결렬됐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우상호 의원은 3일 CBS라디오에서 “박용진 후보와 강훈식 후보의 단일화는 (이미) 결렬됐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KBS 방송 화면 캡처]

④ 중앙위원회의 친문을 겨냥? 친명의 결집을 촉구하기 위해

우상호 위원장보다 앞서 조응천 의원이 ‘민주당 컷오프에서 1위와 2위가 박빙’이라는 주장을 먼저 했다. 조 의원은 2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개표결과를 확인한 사람한테서 들은 것이라며 “거의 박빙이었고, 당심은 그렇게 압도적인 어대명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했다. 단 중앙위원회 투표에 한정된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중앙위원회는 약 400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169명인 현역의원은 당연직으로 중앙위원이 된다. 그외 원외 당협위원장과 기초단체장 및 광역단체장 들도 중앙위원회를 구성하는 멤버들이다. 그리고 오래된 고참 당원들과 고위 당료들도 중앙위원이 된다. 따라서 이들 중에는 아직까지 친명보다는 친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중앙위원회 투표 결과만을 놓고 보면, 1위와 2위의 격차가 박빙이라는 사실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일반 국민 30%의 의견을 반영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3일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우상호 위원장의 말도 일리는 있다”며 “컷오프는 중앙위원들이 하기 때문에, 대개 파벌과 인연으로 간다”고 했다. 본인이 민주당 대표였을 때 치러진 당대표 경선에서도 압도적으로 1등을 한 모 의원이 실제 경선에서는 3등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꼴찌로 올라간 다른 의원이 당대표가 됐다는 점을 들며, 중앙위원회 경선은 올라가기만 하면 순위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로 이 점에서 우 위원장이 친명의 결집을 촉구하기 위해 ‘1위와 2위의 격차가 박빙’이라는 점을 일부러 흘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지난 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순위와 표차를 비공개로 하기로 했는데, 이런 식으로 (우 위원장이) 암시를 주는 것은 개입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발언으로 인해 오히려 이 후보가 더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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