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사람은 없고,비전문가만 나선 형국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하던 중 나온 초등학교 '학제개편'은 사실상 안철수 의원의 대선후보 정책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유튜브]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하던 중 나온 초등학교 '학제개편'엔 사실상 안철수 의원의 대선후보 정책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유튜브]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한 내용 중 학제개편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은 가운데, 안철수 의원의 과거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기 전 안철수 후보가 내세웠던 교육 정책의 핵심이 '학제개편'이기 때문.

'학제개편'은 윤 후보가 내세우지 않은 공약이었다. 윤 캠프는 '10대 정책·공약' 중 교육 정책으로 '공정한 교육과 미래인재 육성'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세부사항으로는 '공정한 입시와 취업'이란 소제목 하에 △ 대학입시 제도를 단순화하여 사교육 의존도 하향 △ 입시비리 암행어사제 도입 △ 비리 확인시 대학 정원 축소 및 관련자 파면 의무화 등 강도 높은 조치 △ 정시 50%까지 확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문학 교육 강화, 역사교육 강화'를 하겠다고도 밝혔다. 즉 정책집 어딜 봐도 '학제개편'은 원래 윤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었던 셈이다.

반면 안 의원은 대선 후보 사퇴 전 '학제개편'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안 캠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공약'엔 '부모찬스 수시 폐지하고 학제개편으로 창의적 미래교육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 의원은 지난 2월 28일 EBS 특별대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에 출연해 '학제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특별대담에서 안 의원은 "이제 학제 개편을 해야될 때가 왔다"며 "1951년 6·25때 시작해서 70년동안 변하지 않았는데, 이게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초등 6년, 중 3년, 고 3년, 대학 4년 이것을 바꿔야 될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생각하는 학제개편은 만3세 때 유치원 공교육부터 시작해서 2년 마치고, 만 5세 때 5년 동안 초등학교 다니고, 만 5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육을 마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즉 지난달 29일 박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학제개편'과 안 의원이 과거 밝힌 '학제개편'이 초등학생에 한해 동일한 셈이다. 윤-안 단일화가 이뤄진 후 안 의원이 윤 정부의 인수위원장을 맡는 등 내각에 일정 지분을 담당하게 되면서 교육 정책에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펴낸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학제개편이 언급되고 있다.  '모든 학생을 인재로 키우는 교육과정 개편'의 일환으로 '미래 역량중심의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 및 안착지원'이란 표현을 담고있다. 

안 의원이 윤 정부의 교육 정책에 미친 영향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에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업무보고'엔 '유보통합(어린이집과 유치원 과정을 하나로 통합)'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입학 전의 영·유아 단계에 대한 국가 개입·지원 강화안도 포함돼 있다. 즉 안 의원이 대선 후보 시절 "만 3세 때 유치원 공교육부터 시작해서 2년 마치고"라 했던 총체적 '학제개편'이 여기에서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단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박순애 장관의 뜬금없는 만5세 입학 추진보고가 나왔다. 윤석열 후보의 공약도 아닌데,안철수 후보의 공약을 인수위원을 지낸 박 장관이 덜컥 들고 나온 것이다. 그것도 준비가 전혀 무르익지 않는 상태에서 대외적으로 표출됐다. 박순애 장관은 인수위에서도 과학기술교육분과 활동을 하지 않았다. 즉 교육정책을 다루지 않은 인물이다. 교육부 장관이 되자 마자 자신의 전문분야도 아닌 내용을, 그것도 백년지 대계에 해당하는 뜨거운 감자를 '겂 없이' 공론화한데 대해 모두들 의아심을 갖게된 것이다.

안철수의원의 공약이 추진된 것이라면 안의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윤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떨어져 '학제개편'을 포함한 윤 정부의 여러 개혁 정책들을 제대로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안 의원이 정부에 적극적으로 조력하고,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 의원은 평소 '단일화를 통해 윤 정부의 출범을 이끌어냈다'고 발언해왔는데, 여기엔 자신이 정권교체에 기여했고 그만큼 정부 내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안 의원이 윤 정권을 위해 적극 나서진 않는단 것이다.

최근에도 안 의원은 단일화의 공로를 자평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31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의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룬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발언을 통해서도 안 의원이 '윤-안 단일화'가 정권교체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재 안 의원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의하면 "한달 전 휴가계획을 세워 보좌진들도 휴가갈 수 있도록 하고, 그리운 딸을 만나기 위해 미국에 왔다"는 것이다. 여권 지지자 일부에선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안 의원이 미국으로 휴가를 떠날 게 아니라, 정부를 적극 도와야하지 않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학제개편'이 안 의원이 그린 청사진이고 윤 정부에 무한 책임을 느낀다면, 그가 최소한 새정부가 마련한 새 교육 정책을 옹호하거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분석하는 발언이라도 해야 하지 않냔 볼멘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 박 장관이 띄운 학제개편안에 대해서는 보수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뿐 아니라 학부모및 교육단체들이 대거 반발하고 있다.대의명분을 공감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준비가 전혀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란을 부추키고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31일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과의 설전 가운데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룬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무한 책임을 느낀다면 평소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윤 정부를 위해 적극 나서라"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안철수 의원은 지난달 31일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과의 설전 가운데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이룬 사람으로서 윤석열 정부에 무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무한 책임을 느낀다면 평소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윤 정부를 위해 적극 나서라"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한편 박 장관이 교육부 장관에 맞는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도 계속 제기되는 형편이다. 박 장관의 경력을 참고했을 때, 기본적으로 교육계 전문가가 아니란 것이다. 그는 행정학 학사 졸업, 행정학 석사·박사를 수료하고 환경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아 서울대학교에서 행정대학원 교수를 역임했다. 박 장관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참여했으나 과학기술교육분과가 아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을 지낸 바 있다.

박 장관이 현 학제개편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장관은 1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학이 1년 빨라지게 되면 졸업도 빨라지게 되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린 후 "어... 그렇겠죠 졸업이 1년 빨라질 수 있겠죠,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요"라고 대답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확실하지 않은 답변 태도를 비춰 봤을 때, 지난달 5일 취임한 박 장관이 같은달 22일 최종 확정된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및 29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교육부 업무보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단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박 장관이 교육 적임자인지, 새로이 수립된 정책을 잘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