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으로선 비용 들 게 없다…풍계리 핵실험장 이미 큰 범위로 붕괴"
트럼프 "'영리'하고 관대한 조치"…北, 폐쇄 공개때 전문가 초빙여부 불명

북한은 지난 12일 발표한 외무성 공보를 통해 이달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하는 방식으로 폐쇄하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2일 발표한 외무성 공보를 통해 이달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갱도 폭파하는 방식으로 폐쇄하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고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정권의 오는 23일~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를 두고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결정만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신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뉴시스에 따르면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미북 관계는 지난해 험악한 대화가 오가면서 전쟁의 위협이 커지던 국면에서 미북 정상회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하지만 회의론자들은 아직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포함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어떤 공개적인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핀 나랑 미 MIT대 정치학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나쁘지 않지만 (북한으로서는) 비용이 들지 않는 신호"라며 "(북한이 이미 도달한 핵개발 단계를 고려할 때) 당분간 아무 것도 실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 미들버리 국제관계 연구소 박사는 AFP 통신에 "북한은 그곳(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하기 전에 깨끗하게 치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BBC는 12일 "북한은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 해외 전문가들이 이 지역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며 "북한은 이전에 많은 (비핵화) 약속들을 어긴 적이 있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북한이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와 지난 1994년 체결한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전례를 들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사실상 불능화 상태로 붕괴돼 폐쇄 조치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결정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여섯번의 핵실험 후 이미 갱도는 무너졌고, 다른 실험을 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0일 과학잡지 사이언스(Science)는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의 큰 부분이 함몰된 것을 보여주는 3차원 이미지와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 논문 저자 중 한명인 실맹 바르보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 조교수는 "이것은 단지 1개 또는 2개의 터널(갱도)이 아니라 핵실험장의 매우 큰 범위가 붕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 조치에 대해 일단 환영을 표했지만, 적극적인 신뢰를 보냈다고만은 보기 어려운 정황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영리'하고도 관대한 제스처(very smart and gracious gesture)"라고 적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한미 외교장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빠르고 과감한 행동을 취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한국과 같은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4·27 남북정상회담 뒤에 청와대는 김정은이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에게 기꺼이 핵시설 폐쇄과정을 공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지만, 12일 북한 외무성 발표에는 '국제기자단'외에 '전문가 참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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