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당 대표 직무대행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여권내 권력재편이 빠른 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강력 저지할 것으로 전망돼, ‘비대위체제 전환’을 둘러싼 ‘친윤’세력과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당 대표 직무대행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당 대표 직무대행 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비대위체제로 전환되면 지난 8일 ‘6개월 당원권 정치’ 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징계기간이 끝나도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된다.

비대위체제 전환되면 이준석 대표 복귀 못해

권성동 직무대행은 당초 현체제 유지를 주장했다. 비대위체제 논의가 권 대행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채용 논란과 관련한 '9급 공무원' 발언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유출 사태 등은 모두 권 대행의 정치적 실책이었다. 당내 비판이 거셌다.

권 대행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당헌당규상 ‘당 대표 궐위’ 또는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이라는 두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 사태는 두 조건 중 어느 것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배현진 의원이 지난 2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땅히 끊어내야 할 것을 제 때 끊지 못한다면 더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며 최고위 사퇴의사를 표명했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 내 분위기는 애매했다. ‘개인적 돌출 행동’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어떻게 이룩한 정권인데 각자도생하려고 해서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9명 중 6명이 정상적 역할 수행 못하는 사태 발생

그러나 주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31일 오전 당·대통령실·정부의 전면 쇄신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2선 후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윤영석 최고위원도 이날 오후 언론사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지금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으로서 제역할을 하고 있지 못해 사죄 드리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3명의 최고위원이 잇따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압박하자, 권 대행은 31일 오후 직무대행 사퇴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비대위 전환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 권 대행에게 체제쇄신을 압박한 것도 변수가 됐다.

이로써 국민의힘 최고위원 9명 중 과반인 6명이 사고 상태, 사퇴 혹은 사퇴의사 표명 등으로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이다.

김재원 전 의원은 지난 3월 보궐선거 출마로 최고위원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고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다. 배현진, 조수진, 윤영석 최고위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당연직 최고위원으로, 정책위의장직을 내려놓으면 최고위원도 사퇴처리가 된다. 

이로써 최고위에 남은 사람은 이준석계인 김용태 최고위원과 정미경 최고위원 그리고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성동 원내내표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 대표 직무대행은 사퇴했으나, 원내대표직은 사퇴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최고위원이다. 

다만 최고위원 총원 기준에 대해서는 제각각의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전체 9명(이준석·권성동·조수진·배현진·정미경·김재원·김용태·윤영석·성일종), 이 대표와 사퇴한 김재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7명, '선출' 최고위원들인 6명(이준석·조수진·배현진·정미경·김재원·김용태) 등 3가지 기준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친윤 그룹, 현 사태를 ‘최고위 기능 상실’로 해석하고 비대위체제 추진

‘친윤’그룹은 ‘최고위 기능 상실’로 현 사태를 해석하고 비대위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최고위 기능 상실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하나는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과 최고위 과반이 사퇴하면 된다는 주장이 맞서 있다.

권 대행은 전자의 입장을 주장하다가 후자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준석계, ‘최고위원 전원 사퇴’ 없는 비대위체제는 ‘불법’ 주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기류를 보이자, 페이스북을 통해 ‘친윤’ 세력을 맹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기류를 보이자, 페이스북을 통해 ‘친윤’ 세력을 맹비난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반면 이준석계는 ‘최고위원 전원 사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면서, 현체제 유지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이준석계로 꼽히는 김용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 체제가 불가능하고, 나는 최고위원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30일 페이스북에서도 “당이 혼란스러울수록 당헌당규, 원칙, 절차에 입각해 어지러운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비상상황이라는 수사를 내세워 원칙을 저버리고 제멋대로 당을 운영한다면, 결국 자기부정에 빠지는 꼴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의 엄마’로 불리는 정미경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사퇴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 “대놓고 개고기 팔 듯이, 대놓고 이준석 축출” 비난

이준석 대표는 31일 페이스북에서 ‘친윤’ 세력을 맹비난했다. 이 대표는 “저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 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면서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조롱했다.

이 대표는 앞서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친윤 그룹의 표리부동한 태도를 비판했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 당 대표’라고 노골적으로 자신을 비난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로서는 비대위체제로의 전환이 자신의 당 대표 복귀를 저지하기 위한 공식적 수순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대놓고 개고기를 팔 듯이, 대놓고 이준석을 축출한다는 뜻이다.

친윤 그룹, 윤 대통령의 여권 3축 개혁 요구

31일 대통령실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주의 깊게 듣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31일 대통령실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주의 깊게 듣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여권 개편의 폭과 방향은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이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과 민심을 감안해 당, 대통령실, 정부의 전면 쇄신 카드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정체제 전면 쇄신의 기치 아래 국민의힘 지도체제도 개편할 경우, 이준석 대표 등의 입지가 좁아드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친윤 그룹 인사들이 비대위체제 전환을 요구하면서 여권 3축의 동반 쇄신을 일제히 요구하는 것도 주목된다. 조수진 의원은 최고위원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바닥을 치고 올라가려면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 등 여권 3축의 동반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도 31일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지금 대통령과 함께 국정운영을 담당하는 여당, 내각, 대통령실 세 축은 무능함의 극치”라면서 “당장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새로운 인적 구축을 한다는 각오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3축 혁신의 기치 아래 국민의힘 지도체제 개편을 추진하려는 친윤 그룹과 2030지지층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맞서는 이준석 대표 간의 권력투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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