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이재명·박용진·강훈식 의원 등 3인이 민주당 당권 후보로 압축되면서, 내달 28일 전당대회까지 한 달간의 당권 레이스 경쟁을 예고했다.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 대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이재명·강훈식 의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 대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이재명·강훈식 의원(왼쪽부터 차례로)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의 매직넘버는 ‘2’

이날 대표 예비경선은 중앙위원급 선거인단의 투표를 70%, 국민여론조사를 30% 반영해 8명 후보 중 득표율 상위 3명이 본경선에 올랐다. 중앙위원급 선거인단 383명 중 344명이 투표에 참여해, 89.8%의 투표율을 보였다. 예비경선 참가자들의 득표율 및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의 분위기 속 단일화를 통한 ‘막판 뒤집기’가 주목되는 가운데, 단일화보다는 최고위원 선거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위원회에서 비이재명계가 얼마나 포함되느냐에 따라, 당내 세력 균형이 좌우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5명의 최고위원 중 친명 후보가 2명 이상만 뽑히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재명의 매직 넘버는 2인 셈이다.

① 1강 이재명에 맞설 박용진과 강훈식의 단일화가 변수

8월 28일 치러질 대표 본경선은 대세 후보와 이를 견제하는 97세대 후보 2명이 벌이는 3파전이 됐다. 1강 후보인 이재명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박용진 의원과 강훈식 의원의 단일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의원은 예비경선 통과 후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다시 모아 유능한 대안 정당을 만들라는 뜻으로 이해한다”며 “민주당이 차기 총선과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전국정당화를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당내 기반이 부족한 제가 본경선에 오른 것은 혁신을 통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어 달라는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며 “전당대회 통해 민주당이 ‘확 달라졌구나’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저를 선택한 분들은 당의 혁신, 미래를 열라는 명령을 한 것”이라며 “이번 예비경선 결과는 민주당이 수도권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정당으로 나아가라는 명령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박 의원과 강 의원은 단일화의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차이를 보여, 단일화까지는 시일과 진통이 예상된다.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 대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 의원(왼쪽)과 강훈식 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양준서 기자]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대회에서 당 대표 최종 후보로 선출된 박용진 의원(왼쪽)과 강훈식 의원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편집=양준서 기자]

단일화에 적극적인 박 의원은 전국 순회 연설회가 시작되는 내달 3일 이전에 단일화가 이뤄지길 희망하는 입장이다. 박 의원은 지난 29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같은 또래인 강훈식 후보가 올라온 것은 단순 ‘반명 연대’가 아니라 ‘미래 연대’의 가능성도 연 것”이라며 “박용진·강훈식 미래연대로 이번 전당대회의 대반전·대이변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응축시키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 의원은 단일화 시기보다는 정치적 비전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박 의원과는 전혀 다른 의견을 냈다. 강 의원은 박 의원이 조기 단일화를 희망하는 것에 대해 “아직 국민에게 제 정치적 비전과 내용들을 설명조차 못 했는데 가혹한 것 아니냐”며 “단일화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해봐야 하지만, 제게는 국민에게 말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② 친명 서영교와 비명 고민정 중 누가 최고위원 되나...‘이재명의 민주당’ 분수령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가 뚜렷한 친명 대 비명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친명 4명, 비명 4명 등 총 8명의 후보가 본선에 진출해, 마지막 5개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다.

17명의 후보가 출마했던 최고위원 선거 컷오프 결과 장경태·박찬대·고영인·서영교·고민정·정청래·송갑석·윤영찬(기호순) 후보가 본선행을 확정했다. 최고위원 컷오프는 383명의 중앙위원이 1인 2표씩 행사해 결정됐다. 컷오프를 통과한 최고위원 후보 중 친명계는 장경태·박찬대·서영교·정청래 의원 등 4명, 비명계는 고영인·고민정·송갑석·윤영찬 의원 등 4명이다.

장경태 후보는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이며, 박찬대 후보는 ‘이재명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이재명계의 핵심이다. 서영교 후보는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 종합상황실장 출신의 신이재명계로 꼽히는 3선이며, 정청래 후보는 일찌감치 '이재명 당대표'를 외쳤던 3선이다.

고영인 후보는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좌장을 역임한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며, 고민정·윤영찬 후보는 각각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과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친문’이다. ‘비명’으로 분류되는 송갑석 후보는 광주 서구갑을 지역구로 둔, 유일한 '비수도권' 최고위원 후보로 꼽힌다.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에 선출되고, 최고위원에 친명계 의원 2명만 입성하더라도 차기 지도부는 사실상 ‘친명 위주’로 꾸려진다. 최고위는 당 대표, 원내대표, 당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2명을 포함한 최고위원 7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친명계가 2명만 당선되더라도, 이재명 의원이 공천권 등 권한을 용이하게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득표 상위 5위 안에 여성이 없으면, 여성 후보 2명 중 최다 득표자가 5위로 선출된 것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서영교·고민정 의원 중 최소한 한 명은 최고위원이 되는 구조이다. 서 의원과 고 의원 중 누구 더 많은 득표를 하느냐에 따라, 이재명 의원에게 힘이 실리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셈이다.

③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의 부진한 성적표, 당내 팬덤정치에 찬물?

지난 22일 방송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220회에 양이원영이 출연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지난 22일 방송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220회에 양이원영이 출연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예비경선에서 친이재명계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이수진(서울 동작을), 양이원영(비례대표) 의원의 탈락에 이목이 집중됐다. 두 의원은 처럼회 내에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편이었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마케팅’을 펼치며 친명계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현역 의원 10명 가운데 두 사람만 컷오프에 탈락한 것이다.

특히 지난 대선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중앙선대위 기후위기탄소중립위 수석부위원장을 맡았던 양이원영 의원은 최고위원 예비경선을 앞두고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도 출연해 지지를 호소했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야당 안팎에선 “강성 팬덤 정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힘을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최고위원 예비경선은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한 당 대표 경선과 달리, 100% 중앙위원 투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중앙위원들이 지도부가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온라인 열성 지지층을 동원한 팬덤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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