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KBS수신료 징수 방안을 공식 언급했다. "현재 징수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시청자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편법" 이라고 밝혔다.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TV가 없는 세대가 늘어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전기료에 얹어서 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인 TV수신료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KBS수신료 징수 방안에 대해 '편법'이라며 공식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KBS수신료 징수 방안에 대해 '편법'이라며 공식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공영방송의 편파성이 논란이 된 바 있고 공영방송 개혁 문제가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른 시점에, 한 총리 발언의 무게감은 작지 않다. 한 총리는 TV수신료 징수 방식을 문제삼았지만, TV수신료 자체가 폐지돼야 한다는 여론은 진작부터 들끓었다.

TV수신료를 내는 근거는 방송법 64조 '텔레비전 수상기의 등록과 수신료 납부법'에 따른다. 따라서 현행법상 TV수상기를 소지하고 있는 세대에서는 TV수신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IPTV보는데 TV수신료 내라고?...KBS 임직원만 찬성하는 ‘이중과세’

TV 채널이 소수로 제한된 과거와 달리, IPTV나 OTT 등 미디어 환경이 다양해진 추세에 맞춰, KBS를 보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KBS를 전혀 보지 않는데도 강제로 내야 하는 수신료는 ‘이중과세’로, KBS 직원들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KBS수신료는 ‘우리집에 TV가 없다’며 직접 신고하기 전에는 무조건 매월 2500원씩 빠져나간다. 1인 가구가 늘면서 TV가 없는 집도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KBS수신료를 자동 납부하고 있는 가구가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수신료 면제 방법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조용히 전기료와 함께 징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KBS 방만 경영은 도를 넘었다”면서 “2020년 기준으로 KBS 직원 중 1억원 이상 연봉자 비율이 46.4%”라고 지적했다. 일반 서민들로부터 TV수신료를 징수해 KBS 직원들의 연봉을 채워주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KBS수신료를 폐지해달라는 국민들의 요청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단골 메뉴였다. 다른 방송국과의 경쟁에서 밀려 서비스 이용자가 많지 않은 KBS에 전 국민이 강제로 혈세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요지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KBS도 넷플릭스처럼 원하는 사람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방송법 64조에 따르면 TV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TV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TV 수신료를 납부하게 돼 있다. 그 명분은 공영방송이라는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TV를 소지한 시청자들이 충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만 존재하던 시절에 만든 제도가 뉴미디어시대에도 존치되는 것에 대해 KBS 임직원만 찬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가 세계적 추세...국민의힘은 분리 징수 추진

수신료 강제 징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자, 국민의힘에서는 ‘공영방송 수신료가 폐지’되는 세계적 추세를 들며, 분리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TV수신료는 전 국민이 매달 받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돼 있다. 따라서 KBS수신료를 한전이 대신 받아주는 근거가 되는 한전의 약관만 개정하면, 방송법 개정 없이도 분리 징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한전은 3년 단위로 KBS와 위탁 징수 계약을 맺고 있는데, 2025년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한전이 이처럼 수신료를 위탁 징수하면서 받는 수수료는 6.15%로, 연간 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TV가 없는 세대가 늘어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KBS수신료는 ‘전기료에 얹어서 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을 띠고 있어,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전의 전기료 고지서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는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TV가 없는 세대가 늘어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KBS수신료는 ‘전기료에 얹어서 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을 띠고 있어,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전의 전기료 고지서로, 기사의 특정 사실과는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월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4년 이후 2020년까지 KBS수신료 징수 수수료 수익은 총 8565억원으로 집계됐다. 징수 첫해인 1994년을 제외하면 1995년과 1996년 190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10억~20억원씩 늘어나 2018년에는 징수 수수료가 400억원대에 진입했다. 구 의원은 이같은 수수료에 대해 한전의 ‘불로소득’이라고 규정했다.

한전에 따르면 TV수신료를 분리해서 고지받을 수 있는 경우는 파산선고를 받거나 급여가 압류된 사람이 별도의 신청을 했을 때뿐이다. 구 의원은 "공공기관(KBS)이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걷고, 수수료를 걷는 업무를 위탁받은 공기업(한전)이 사실상 불로소득을 올리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 의원은 "TV수신료 폐지 문제와 함께 TV수신료 납부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시대의 유물인 KBS수신료 강제징수 제도 폐지가 다수 여론

2015년 한 시민단체가 ‘전기요금에 통합돼 강제징수되는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게 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한 적이 있다. 당시 법원은 "수신료는 법적으로 공익사업을 위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한 특별부담금 성격을 가진다"며 "(한전 요금과) 결합해 징수할 때 비용이 크게 줄어들고 수신료 납부 수치도 증가해 공영방송 시행을 위한 경비조달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어 "한전이 요금을 합쳐 징수해 국민들에게 일시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액수에 비춰봤을 때 그 불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시했다.

벌써 7년여의 시간이 흐른 만큼,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덕수 총리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분리 징수’ 방안은 과도적 조치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디어환경의 급변 속에서 KBS가 차지하는 공익성의 가치가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 KBS수신료 강제징수라는 구시대의 유물 자체를 폐지하고 ‘시장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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