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발언하고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란 언급을 한 사실이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 의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힘 의원들은 정치적 여파를 차단하려는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국힘 성일종 정책위원장은 2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단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성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사적인 건데, 그게 그렇게 큰 뉴스가 되겠냐"고 했다.

진행자가 "사적인 문자를 주고받을 순 있지만 '내부총질하던 당대표'란 표현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나오니 크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고 묻자 성 위원장은 "권 대표께서 입장문을 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정도로 갈음하면 되지 않냐"며 "그게 큰 정치적 의미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확대를 안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진행자는 당과 윤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서 묻기도 했다. "당심은 윤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대표의 6개월 후 복귀도 불투명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성 위원장은 "그 또한 확대 해석 아니냐"며 "대통령은 늘 중심을 잡고 있고, 당 문제를 이야기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으며,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지나가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대답했다.

성 위원장은 또 "(윤 대통령은) 늘 중심을 잡고 이야기하는 분이기 때문에, 이번 부분을 사적 공간에서 오고 간 이야기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전주혜 의원도 현 사태를 최대한 확대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듯한 발언을 방송에서 했단 평가다. 전 의원은 27일 오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메시지를 보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쳐낸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했다. 정말 윤심이 작용했다면 윤 대통령이 "당대표가 바뀌니"라고 하지 않고 "당대표를 바꾸니"라고 했으리란 것이다.

전 의원은 말의 방점이 어디있냐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당대표가 결국은 바뀌었기 때문에 '달라졌다'에 주목해야 한단 것이다. "7월 초에 있었던 윤리위 회부 결정 이전에 당이 굉장히 시끄러웠다"며 "당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산만했다"고 했다. 이어 "그 이후에 7월 11일에 직무대행체제로 간단 결정을 내린 이후 그래도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전 의원의 발언엔 권 직무대행과 윤 대통령을 감싸고 현 논란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간접적으로 윤 대통령을 옹호한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소통 채널인 '청년의꿈'에 26일 올라온 "윤석열 진심 보셨느냐"란 질문에 "대통령도 사람입니다"란 짧은 댓글을 달았던 것이다.

한편 현 사태의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권 직무대행은 26일 저녁 본인의 SNS에 사과글을 게시했다.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로 이 글은 시작됐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올린 사과문. [사진=페이스북]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올린 사과문. [사진=페이스북]

권 직무대행은 우선 사건의 경위를 설명했다. "대통령께 국힘의 통 큰 양보로 국회가 정상화됐고, 대정부질문에서도 의원님들 한 분 한 분의 열띤 질의를 통해 국민께서 힘들어하는 경제난을 이겨내려 애쓰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밤낮없이 민생 위기 극복에 애태우는 대통령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 직무대행이 "국힘의 통 큰 양보"라 한 것은 '국회 원(院)구성 협상'에 있어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와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를 국힘과 민주당이 각각 1년씩 교차로 맡기로 한 것을 지칭하는 걸로 보인다. 

권 직무대행은 "대통령께서도 당 소속 의원님들의 헌신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셨다"며 "이와 함께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러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걸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오랜 대선기간 함께 해오며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권 직무대행은 현 사태 관련하여 사과하기도 했다.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 내용이 노출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 밝혔다. 아울러 "다시 한번 국민과 당원동지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선배동료 의원들께도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며 글을 마쳤다.

다만 이러한 국힘의 사태 여파 차단 노력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는 사그러들지 않는 것이 문제며 관건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성 위원장이 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발언이 '공개'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한 것인데, 개인적 대화이므로 정치적 의미가 없다고 치부하는 건 잘못됐단 것이다. 아울러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말장난하는 것 아니냐', '최강욱 의원이 딸딸이, 짤짤이의 차이로 말한 것과 다름없다'며 비판이 이어졌다.

권 직무대행의 사과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대통령이 '일부러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게 무슨 뜻이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현재의 논란을 의식한 듯 27일 오전의 도어스테핑은 실시되지 않았다. 이는 윤 대통령이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 사태와 관련해 타이밍이 '공교롭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준석 대표는 현 상황과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조선일보>에 의하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머리로 맞고 있는 이모티콘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머리를 식히는 중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아 보인다.
 
현 사태를 진화하려는 국힘의 노력과는 달리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당대표가 '조선일보'에 보내온 이모티콘. 이 이모티콘을 보낸 이 대표의 뜻이 무엇인진 확실치 않아 보인다. [사진=조선일보]
이준석 당대표가 '조선일보'에 보내온 이모티콘. 이 이모티콘을 보낸 이 대표의 뜻이 무엇인진 확실치 않아 보인다. [사진=조선일보]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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