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尹心에... 2030 "그러면 그렇지"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메시지를 주고받던 중 윤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국힘의 젊은 이준석계 정치인들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복잡한 심경을 보여줬다.

나는국대다 2기 출신 박민영 국힘 대변인은 26일 밤 본인의 SNS에 "윤 대통령을 믿었다"며 "세대를 통합하고 세대 교체의 교두보가 되어줄 시대의 리더라고 믿었다"는 말로 글을 시작했다.

이어 "(대통령을) 비판하던 저를 아버지와 같은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던 대통령을 믿었다"며 "제가 대통령의 인사 관련 발언을 비판하고 윤리위가 이 대표의 중징계를 확정하는 순간까지도 저는 대통령을 믿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윤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듯 흉금을 털어놓았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며 "이 대표의 투쟁, 그 과정에 많은 부침이 있었던 게 사실이나 그게 '내부 총질'이란 단순한 말로 퉁칠 수 있는 거냐"라고 물은 것이다. 

이어 "대통령의 성공과 국힘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쓴소리"가 아니냐며 "그로 인한 성장통을 어찌 내부 총질이라 단순화할 수 있냐"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번 사건으로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무엇을 위해 매일 밤을 설쳐가며 이토록 조금하게 뛰어온 것인지..."라며 정치판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저는 할 말은 해야겠다"며 "이 또한, 당정을 해치는 내부 총질이며 대변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사라 여기신다면 저 역시 이만 물러나겠다"며 "이제, 조금 지친다"는 심경을 보여줬다. "지금보다 나은 대한민국도 다음으로 미뤄두겠다"며 글을 마쳤다.

나국대 1기 출신 신인규 전 국힘 상근 부대변인은 짧은 네 문장으로 심경을 대신 전했다. "지도자의 정직, 지도자의 의리, 지도자의 처신, 지도자의 그릇"이란 글이었다. 이로써 윤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과 복잡한 심경을 대신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찬가지로 나국대 1기 출신 임승호 전 국힘 대변인은 "길게 썼던 글을 지운다"며 "약 1년전 새로운 동지들과 함께 희망을 쌓아가던 순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고 했다. 이어 "1년간의 고되지만 행복했던 추억들이 허무하게 흩어진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임 전 대변인은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오는, 섧은 어둠으로 가득한 밤이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젊은 국힘 정치인들이 이 대표에 대한 '윤심'을 확인하게 되자 윤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과 씁쓸한 감정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정치권에 몸담진 않았지만 정치 고관여층이라 할 수 있는 2030은 짐작한대로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 대표 죽이기'가 드디어 드러났단 것이다.

지난 8일 새벽 이 대표에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가 내려지고 난 후 이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펼쳐졌지만, 그 결과 모아진 결론은 '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의중이다'란 것이었다. 승장이자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여당의 당대표를 쳐낼 수 있는 존재는 대통령 말곤 없단 것이다.

2030 정치 고관여층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선 '그럼 그렇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란 반응이 대다수다. 

짐작은 했지만 윤 대통령의 의중을 직접 확인하게 되자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인간인데 어찌 앞뒤가 다르냐', '이전엔 대통령의 문제였다면 이젠 인간으로서의 문제'란 워딩까지 나왔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배신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두고 "이준석은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인물"이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립서비스'에 불과하냔 반응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위선 대통령'이라 칭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한 쓴 소리를 '내부 총질'로 인식하고 있단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작년 12월 초 이 대표에게 했던 발언도 재조명됐다. 이 대표가 당시 윤 후보의 대선 캠프 전면 교체를 주장하며 잠행했던 때였다. 윤 후보는 사석에서 이 대표에게 "이XX, 도대체 왜 이래"라며 불만을 토로했는데, 그 때부터 윤 대통령이 이미 이 대표를 언젠가는 쳐낼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아니냔 추측이 2030 사이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권 직무대행이 왜 이 메시지를 '넌지시' 공개했는지에 대한 의견도 드러냈다. 여러 가능성이 나왔지만 대체적으론 '일부러' 보여줬단 반응이 많았다. 정치인이 촬영되고 있단 사실을 모를리 없단 것이다. 일부러 보여준 이유로는 '윤 쪽에서 자신을 치려고 하자 당정개입의 증거를 슬쩍 보여준거다', '권이 윤과 짜고 지지자들에게 이 대표와 윤 대통령 중 양자택일하게 한 것이다'가 제기됐다. 다만 어느 가능성이든 이는 권 직무대행의 치명적 실수란 반응이 대다수였다.

2030은 이 대표도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이미 알고 있었을 거라 추측하고 있다. '당대표가 대통령실과 연락을 취하고 있었을텐데 윤 대통령의 의중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울릉도에 있는 이 대표는 이 사태와 관련해 특별한 반응을 보여주진 않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