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헌법재판소.(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1. 사형제 위헌론과 폐지론의 구별 필요성

형법의 유형 중에서 사형은 가장 강력한 형벌일 뿐만 아니라, 가장 논란이 많이 되는 형벌이기도 하다.

한동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법전으로 알려졌던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뿐만 아니라, 이보다 3세기 정도 앞선 것으로 알려진 우르남무 법전(Code of Ur-Nammu)에서도 살인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하도록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사형제도의 역사는 길다. 그러나 응보형이 보편적이던 시대와는 달리 교육형이 보편화되면서 사형제도의 존폐는 세계적으로 날카로운 논쟁의 대상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사형제도가 다시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사형은 형법을 비롯한 각종 특별형법에서 형벌의 수단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1997년의 마지막 사형집행 이후로는 사형이 집행된 바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대한민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각종 흉악범죄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형제도의 존폐론에 관한 여론이 새롭게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의 문제(즉, 사형제도 존치론과 폐지론)와 사형제도의 합헌성 여부에 대한 판단(즉, 합헌론과 위헌론)은 구분되어야 한다. 전자는 입법론적 관점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이지만, 후자는 해석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재판의 권력분립적 한계 때문에 강조되는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헌법 제110조 제4항에 사형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형제에 대한 일러스트 PG.(사진=연합뉴스)
사형제에 대한 일러스트 PG.(사진=연합뉴스)

2. 사형에 대한 찬성 및 반대 논거

사형제도 찬성론(존치론)의 주된 논거는 응보적 정의의 실현, 사형을 통한 흉악범죄 등에 대한 일반예방적 효과, 사형을 통한 사회로부터의 영원한 격리 등이다.

첫째,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흉악범죄에 대해서는 범죄자의 생명도 빼앗는 사형이 정당하다는 응보적 정의관은 사형을 정당화시키는 가장 뿌리 깊은 논거라 할 수 있다. 비록 근대 형사법체계에서는 형사처벌의 목적이 보복이 아닌 교화에 있는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법감정은 여전히 응보적 정의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둘째, 사형제도가 갖는 일반예방적 효과에 대한 기대 내지 믿음이 있다. 미국에서 여러 차례의 실증 조사를 통해 사형제도의 폐지 전후로 범죄발생 비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도 있지만, 사형이라는 형벌의 범죄에 대한 억제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단순한 통계 결과로 평가하기에는 범죄와 형벌 사이에 작용하는 변수들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셋째, 사형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으며,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요소가 되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다. 물론 감형 및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을 통해 격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사형이 (잠재적) 피해자들을 가장 안심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형에 대한 반대론(폐지론)은 무엇보다 생명권에 대한 존중의 관점과 보복보다 교화를 목적으로 하는 근대 형사법 체계의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첫째, 인권을 최고가치로 하는 현대 민주국가에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권을 박탈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다른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형 이외의 방법(특히 절대적 종신형)에 의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굳이 사형제도를 존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근대적 형사법제는 응보형에서 교육형으로 변화되었다. 그런데 범죄의 중대성을 이유로 사형에 처한다는 것은 여전히 응보형의 관점에서만 설명될 수 있으며, 범죄자의 교화를 포기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미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통해 사형의 일반예방적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사형에 대해 -적어도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 오판(誤判)에 의한 사형의 심각성이다. 오래전부터 사법살인(司法殺人)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을 정도로 조봉암 사형판결, 인혁당 사형판결 등 오판에 의한 사형이 널리 알려졌고, 뒤늦게 재심에 의해 판결이 번복되더라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형제 12년만에 다시 심판대…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수십 년간 '존폐 논쟁' 대상이었던 사형제가 12년만에 다시 심판대에 오릅니다. 사형제 12년만에 다시 심판대…헌법재판소 공개 변론 外. 2022. 7. 13. 연합뉴스TV (사진=연합뉴스TV)
사형제 12년만에 다시 심판대…헌법재판소 공개 변론수십 년간 '존폐 논쟁' 대상이었던 사형제가 12년만에 다시 심판대에 오릅니다. 사형제 12년만에 다시 심판대…헌법재판소 공개 변론 外. 2022. 7. 13. 연합뉴스TV (사진=연합뉴스TV)

3. 헌법해석의 한계와 사형에 대한 위헌론의 문제점

사형제에 대한 찬반 논거는 각기 나름의 설득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 1996. 11. 28. 95헌바1 결정과 헌재 2010. 2. 25. 2008헌가23 결정에서 사형제에 대해 계속 합헌결정을 내렸던 것은 사형제도의 존폐론과 구별되는 헌법해석의 한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현행헌법 제110조 제4항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나 군사에 관한 간첩죄의 경우와 초병⋅초소⋅유독음식물공급⋅포로에 관한 죄 중 법률이 정한 경우에 한하여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군사재판을 위한 특별법원에 관한 것이며, 제3공화국 헌법 제106조에서 비로소 이에 관한 헌법적 규율이 시작되었다. 이후 군사재판에 관한 헌법규정은 계속 유지되었으나, 사형에 관한 규정이 도입된 것은 현행헌법이 최초이다. 그 이전에는 현행헌법 제110조 제4항의 단서 조항 없이, 단심으로 할 수 있다는 것만을 규정하였던 것이다.

결국 현행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 단서 조항을 삽입한 것은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단심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사형선고는 단심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단심으로 사형을 선고⋅집행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경솔하게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헌법 제110조 제4항은 사형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사형을 제도적으로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사형이 가능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 확인될 수 있는 헌법개정자의 분명한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하여 국내 헌법학계에서는 사형제도를 생명권에 대한 합헌적인 제한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헌법의 명문규정은 해석을 통해 넘을 수 없는 한계다. 만일 헌법해석자가 임의로 헌법의 명문규정을 무시하는 해석을 할 경우에는 해석자가 사실상 헌법제정자나 헌법개정자와 같은 위치에 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제3공화국 당시 대법원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를 유신헌법에 의해 헌법에 삽입하였던 현행헌법 제29조 제2항에 대해 그 위헌성을 판단할 권한이 없음을 확인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헌법 제110조 제4항의 의미를 ‘비상계엄 하의 군사재판’에 한정함으로써 그밖의 경우에는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1987년 헌법개정을 통해 제110조 제4항 단서를 도입한 취지와 맞지 않으며, 문구상으로 보더라도 이 단서 조항의 의미는 사형의 제한이 아니라 단심의 제한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형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사형제를 대체하기 위한 절대적 종신형(감형이나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을 주장하는 해석론과 입법론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대법원의 정의의 여신상.(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4. 사형은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인가?

사형은 인간의 생명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태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낙태는 왜 전면 금지되지 않는가?

최근 헌법재판소는 헌재 2019. 4. 11. 2017헌바127 결정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고, 이후 낙태죄 개선 입법과 관련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생명권의 절대적 보호를 이유로 사형을 위헌으로 판단할 경우, 태아의 생명권을 빼앗는 낙태의 허용범위를 오히려 확대한 결정과 모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사형이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라면, 사형의 대체형벌로 주장되는 절대적 종신형도 신체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 내용의 침해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사형도, 절대적 종신형도 모두 위헌이며, 어떤 흉악범죄자도 20~30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는 사회에 복귀하여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인가?

헌법이론적으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절대설이 아닌 상대설의 입장에서 비례성원칙에 따른 제한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체계가 오히려 인권을 위협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극단적인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 극단적인 형벌은 모두 없애는 것이 그것이 범죄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만일 사형이 폐지되어야 한다면, 그 대안으로서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적어도 사형이나 절대적 종신형 중의 하나는 있어야 극단적 범죄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기본과제를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행헌법의 체계에 비추어 볼 때 -특히 헌법 제110조 제4항을 고려할 때- 양자의 어느 하나를 선택할 것인지는 헌법해석의 과제가 아니라 입법정책의 과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사진편집=조주형 기자)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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