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사면복권 위원회'가 제헌절 전날인 16일 서울 용산 일대에서 '이석기 전 의원 815 사면복권 국민대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 있다. 2022.07.16(사진=이석기 사면복권위, 편집=조주형 기자)
'이석기 사면복권 위원회'가 제헌절 전날인 16일 서울 용산 일대에서 '이석기 전 의원 815 사면복권 국민대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 있다. 2022.07.16(사진=이석기 사면복권위, 편집=조주형 기자)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처음으로 '이석기 전 의원 815 사면복권 국민대회'가 16일 오후4시 용산 대통령실 부근 삼각지역 일에서 열려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날은 대한민국의 제74주년 제헌절 직전날이었는데, 터무니없게도 헌정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을 꾀하다 내란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살다 가석방 조치된 인물의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 것이다.

이번 집회에는 수백여명의 참가자들이 현장에 나타났고, 경찰 통제인원도 투입됐다.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리게 된 최초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면복권 집회'가 이렇게 진행됐다.

이같은 사건이 벌어지게 된 데에는 문재인 前 대통령의 지난 20여년간의 행적과도 무관치 않다.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에 따른 구속기소에 이어 진보정권에 의한 특별사면 및 복권, 가석방 조치가 있어왔는데, 바로 그 순간마다 민정수석 및 대통령으로서의 그의 흔적이 겹쳐진다.

이번 집회를 통해 다시금 되새겨볼만한 의미는, 제74주년을 맞이하게 되는 제헌절의 요체(要諦)이기도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있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지금까지 9번의 개정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게 됐는데,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기록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새롭게 등장한 용어로 민주주의에 대한 파괴를 방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민주주의 개념이다.

기자는 제헌절을 맞이해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헌법학자 중 한 명인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장영수 헌법학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바 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당시 그와의 대담 일부를 다시금 밝혀본다.

-헌법 전문을 들여다보다니,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나오는데 이건 새로 생긴 것인가?
▲ 제헌헌법 당시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없었다. 대부분 독일에서 이야기된 다음 갖고 온 것이다. 우리 헌법은 1948년 제정됐는데, 독일기본법은 세계대전 이후인 1949년 제정됐다. 독일은 당시 전범국가로 새로운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 있었는데 나치에 대한 반성 등의 고민이 있었고 독일기본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처음 도입됐다. 우리는 헌법 제헌 당시 기존 외국 헌법을 참고해 가면서 만들었는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나치에 대한 반성,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건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못하게 지탱하는 일종의 '기준'이라는 것인가?
▲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을 알려면 이를 알아야 한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당시 민주주의는 절대적으로 '다수결'에 의존했다. 그것의 딜레마는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다수결의 결정으로 전체주의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기조가 주류였다. 그러다보니 나치가 민주주의가 아닌 전체주의를 하겠다면서도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집권하니 어쩔 수 없었다는 것으로 흐른다. 그런데, 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볼 수 있다. 다수결로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있지만 전체주의 체제를 해보고 다시 돌아가자고 할 수가 없었다.
▲ 그런 역사적 경험을 통해 다수라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근본가치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는 '이것' 없이는 붕괴되어 버린다는, 즉 나치처럼 된다는, 다수의 지지를 받더라도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개념이 바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다. 국민주권이나 인권, 사법 독립 및 권력 분립 등이 깨지면 민주주의가 깨어지고 이것은 다수 주장이라고 해도 안된다는 것것이다. 독일에서는 '현재적 다수보다는 인류 역사의 경험을 통해 검증된 역사적 다수가 우선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일시적 선전선동에 의해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지도자가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으로 확인되면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정당이나 개인에 대해 위헌심판을 통해 다스려야 한다는, 그런 엄격한 요건을 통해서 위헌정당해산심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바로 그 핵심 요건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 문제에서 그 문제가 다뤄진 것이다.

내란음모·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후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며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3.9.5(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내란음모·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5일 오후 수원구치소에 구속수감되기 위해 수원 남부경찰서를 나오며 결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13.9.5(사진=연합뉴스, 편집=조주형 기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전체주의와의 대립과 투쟁 과정에서 만들어온 민주주의의 본질적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이를 수호하려는 또다른 노력의 한 단면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구체화된 표현인 셈이다.

여기서,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고 '무엇'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냐는 질문이 가능한데 '무엇'의 정체가 바로 전체주의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실현을 위해 전체주의 등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져야만 하는 최소한의 핵심 요소로써의 개념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헌법재판소의 2014년 12월19일 위헌정당 해산심판에 올랐던 통합진보당 해산 판정 사건(2013헌다1)이다. 이 사건은 현행헌법 제8조제4항, '정당 목적·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재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잇으며 정당은 헌재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라는 내용에 따른 것이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RO 사건이 통진당 위헌 심판의 단초로 작용했다.

이때 민주적 기본질서라 함은,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게 만들어주는 핵심요소와 근본가치 일체를 뜻한다는 점에서 앞서 헌법 전문에 실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다른 개념이 아니라는 게 관건이다.

대한민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헌법에 대한 이해와 보호의 책임은 곧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보호로 볼 수 있다. 즉, 대한민국 헌법을 이해하려면 체제에 정면 도전하려는 행위로부터 수호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로써 대한민국 헌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집회에서 나온 주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되는 모양새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던 세력에 대해 현 집권여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것인지, 혹은 다른 대책을 내놓을 것이냐는 게 관건.

한편,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관한 <펜앤드마이크>의 심층 기사는 위 관련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석기 사면복권 위원회'가 제헌절 전날인 16일 서울 용산 일대에서 '이석기 전 의원 815 사면복권 국민대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 있다. 2022.07.16(사진=이석기 사면복권위, 편집=조주형 기자)
'이석기 사면복권 위원회'가 제헌절 전날인 16일 서울 용산 일대에서 '이석기 전 의원 815 사면복권 국민대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 있다. 2022.07.16(사진=이석기 사면복권위, 편집=조주형 기자)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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