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그룹’에 등 떠밀린 ‘97그룹’의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 ‘어대명’ 못 꺾나?
‘86그룹’에 등 떠밀린 ‘97그룹’의 민주당 당대표 출마 선언, ‘어대명’ 못 꺾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달 앞으로 다가온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재명 의원과 세대교체론을 앞세운 ‘97그룹’(1990년대 학번·1970년대생) 간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조짐이다. 29일 강병원 의원이 가장 먼저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세대교체론’의 깃발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 29일 97그룹으로서는 처음으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지난 29일 97그룹 당권 주자 중에서는 처음으로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그러나 현재로선 민주당 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강병원, 박용진, 강훈식 등 97그룹 당대표 출마 공식 선언, ‘세대교체론’ 깃발 들어

강병원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박용진 의원이 30일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 강훈식 의원도 30일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 메시지를 통해 "이번주 일요일인 7월 3일 강 의원의 당 대표 출마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97세대 잠룡 중에서는 박주민 의원만 출마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태이다. 박 의원은 지난 29일 오는 8·28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 "조금 더 고민을 해서 최대한 빨리 좀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여러 이야기들을 하시고 있고 그래서 계속 이야기 듣고 있다. 듣고 있고 가든 부든 결정을 해야 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응천, “8월 전당대회는 이재명 대 97그룹 대결구도” VS. 박지원, “이재명 당선될 듯”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 97그룹 구도가 짜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훈 의원과 김민석 의원 등도 출마를 언급했지만, 단순화 시켜보면 이재명 대 97그룹 구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 ‘어대명’ 분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새로운 민주당으로 가자는 등 흐름만 바뀌면 얼만든지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어대명’ 기세에 눌려,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생기가 없던 민주당에 97그룹 강병원 의원이 어제 출마선언을 과감하게 함으로써, 좀 '저 집이 되는가 보다, 희망이 있다' 이렇게 느껴진다”라면서도 “이재명 의원이 출마할 거고, 강병원, 박용진 이런 분들한테 죄송한 얘기지만, 이재명 의원이 당선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97그룹 네 분이 단일화를 해서 1:1로 한번 새 바람을 일으켜보라는 것”이라며 의의를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잠룡으로 꼽히는 의원은 2강양박으로 꼽힌다. 강병원 의원, 강훈식 의원, 박용진 의원, 박주민의원이 그들이다(가나다 순).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더불어민주당 내 97그룹 잠룡으로 꼽히는 의원은 양강 강박이다. 강병원 의원, 강훈식 의원, 박용진 의원, 박주민 의원이 그들이다(가나다 순). [사진=연합뉴스TV 캡처]

97그룹 ‘세대교체론’은 70년대 ‘40대 기수론’에 비해 동력 떨어져

‘어대명’ 분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 외에도, 97그룹의 세대교체론은 1971년에 주창된 ‘40대 기수론’과 비교할 때, 태생적으로 큰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40대 기수론은,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지명전에 김영삼(당시 44세) 의원이 나서면서 야당 대통령 후보의 조건과 자격에 관해 주창한 논리를 말한다. 과거 야당이 나이 많은 후보를 지명한 점을 비판하면서, 신민당이 국민에게 활기있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40대기수>에게 리더십을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김영삼 의원의 주장에 김대중(45세) 의원과 이철승(48세) 의원도 가세해 뒤따라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후보지명전은 <40대기수>의 3파전으로 압축되었다. 70년 9월에 열린 신민당 전당 대회에서 유진산 총재는 자신과 같은 다수파인 김영삼 의원을 후보로 지명했고, 1차투표에서 김의원은 상당한 차이로 최다득표자가 되었다. 하지만 유 총재의 행동에 분개한 이철승 의원이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김대중 의원에게 투표하라고 권함으로써, 2차투표에서는 소수파인 김대중 후보가 지명됐다. 이에 김영삼 후보가 양보하며, 추종자들에게 소수파 후보를 지원해줄 것을 당부함으로써 김대중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었다.

40대 기수론은 당시 40대였던 김영삼 의원이 제일 먼저 자발적으로 제기했고, 김대중 의원과 이철승 의원이 가세했다. 외부의 논리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40대 의원들이 스스로 무대 전면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97그룹 세대교체론은 ‘86그룹’ 입김에 등 떠밀린 인상 줘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되고 있는 97그룹의 세대교체론은 당사자인 97그룹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주장됐다기보다는, 외부의 힘에 의해 등 떠밀린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강병원 의원이 29일 출마를 선언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8일 이인영 의원이 97그룹 4명의 의원을 불러 ‘도원결의’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출마를 권유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 의원은 3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인영 의원이 조찬모임에서 “세대 교체론이 지금 필요하다. 우리 당에 이런 분열되는, 계파싸움이 되는 전당대회가 아니라 통합과 혁신의 리더십을 세우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밝혔다.

86그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97그룹 4명의 의원을 불러 당대표 출마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86그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97그룹 4명의 의원을 불러 당대표 출마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의원은 그 자리에서 “그러기 위해서는 97 여러분들이 나서줘야 된다. 그래서 빨리 여러분들이 출마 선언을 해 줬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 강 의원과 강훈식 의원은 그 자리에서 “이번 주 내로 (출마 선언을) 하겠다”라고 결의를 밝혔던 점도 공개했다.

86그룹이 97그룹의 성장을 돕고 격려한다는 차원에서 이상할 것 없는 모임이라 볼 수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권유했다는 점은 배경을 의심케 한다. 97그룹이 나서서 ‘어대명’ 분위기를 제지하기를 바라는 친문의 희망사항이 투영됐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인영 의원에 앞서, 97그룹의 출마를 종용한 대표적인 인물로 이광재 전 의원이 꼽힌다. 이 전 의원은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뒤, “모두가 내 탓”이라는 차원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은 물론 반명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전해철ㆍ홍영표 의원 등이 모두 전당대회에 불출마하고, 70~80년대생 신진 세력에 기회를 주는 것이 민주당의 분열을 막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ㆍ전해철ㆍ홍영표 의원 등이 모두 출마하지 않음으로써 충청권의 강훈식, 영남권의 전재수, 제주의 김한규 등 젊은 층의 공간이 열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럴 경우 ‘이준석 대체효과’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 밀려, 97그룹의 기세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97그룹의 당대표 출마 선언이 민주당 내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전 의원은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도 소중한 자산”이라며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키워 나가야 한다”고 옹호했다. 요지는 ‘70~80년대 생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 주요당직을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 전 의원의 중앙일보 인터뷰 이후 강병원 의원은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대표 출마를 처음으로 시사했다. ‘전당대회에 도전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다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진지하게 여러 의원의 말씀을 경청하고 고심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부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냐"며 "당내 많은 논의를 통해 좋은 혁신안을 만들어냈는데, 이재명 후보, 친문 대표주자, 586 대표주자가 이야기하면 민주당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당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당대회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 초반에 세게 불었던 97그룹의 기세가 잠잠해졌다가 친문 86그룹의 격려에 의해 출마 선언에 이르렀다는 점은, 97그룹의 한계를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