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졸속, 부실 법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원이 발의하는 법률안을 검토하고 심의하는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8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홍완식 교수에게 의뢰한 '과잉·졸속 입법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 발의 법률안은 17대 국회 6천387건, 18대 1만2천220건, 19대 1만6천729건, 20대 2만3천47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 21대 국회는 이달 20일 기준으로 1만5천106건이다.

이는 17대 국회 이후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법률안 발의 및 처리 실적을 분석·공개하면서 의원 입법 활동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홍완식 교수는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활성화되고 의원 발의 법률안이 많아졌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법률안이 발의되면 부실하게 심의·의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내용이 유사하거나 부실·졸속 법률안이 발의되고, 규제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검토 없이 규제 법안이 발의되면 매몰 비용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경연 제공

홍 교수는 또 "대안 통과 기준 가결률에 비해 원안·수정안 통과 기준 가결률은 매우 낮다"며 "이전에 발의된 법률안과 유사한 법률안을 함께 대안에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가결된 것으로 보는 것은 의원발의 법안의 불필요한 증가를 초래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법안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중한 검토와 심사가 거의 불가능해 과잉·부실 입법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 면세점 특허 기간 단축으로 발생한 해고와 혼란 ▲ 윤창호법 위헌 결정 ▲ 게임 셧다운제 도입 및 폐지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면세점 특허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 관세법 개정 이후 재심사 탈락 면세점의 강한 민원 제기 등 부작용이 나오자 면세점 추가 선정 등 미봉책으로 대응하면서 혼란이 발생한 것을 놓고 "법안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입법영향분석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음주운전 법정형을 강화하는 국회의 도로교통법 개정(일명 윤창호법)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에 대해 보고서는 "국민의 법 감정에 기대지 않고 신중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게임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모바일 게임은 규제하지도 못하면서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큰 국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킨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 지난해 11월 폐지됐다"며 "효과도 거둘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입법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대해서도 "산업계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마련된 졸속 입법 사례"라고 규정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기업 규제 입법이며, 조속히 개선돼야 하는 규제"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제안하면서 "법률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집행 가능성이나 현실 적합성은 따져봤는지, 어떤 재정적 효과를 초래할지, 수범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검토하자는 것으로 입법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또 "입법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주체는 법률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으로 하고,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 등 국회 소속 입법 지원조직이 평가서 작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적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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