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워크숍을 끝낸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 강행 여부에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3일과 24일에 개최된 민주당 워크숍에서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 의원을 향한 성토가 이어진 상황에서도, 이 의원이 ‘108번뇌’를 끝내고 당대표 선거 출마 쪽으로 결심을 굳혔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의 워크숍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근 개최된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108번뇌’ 끝내고 당대표 출마 결심 관측 VS. 민주당 다수 의원들 일제히 ‘불출마 권고’

이 의원은 워크숍 기간 동안 친문 비이재명계(비명) 뿐 아니라 다수 의원들의 '8·28 전당대회 불출마' 여론을 확인하면서 고민이 깊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설훈·홍영표 의원은 워크숍 자리에서 이 의원에게 ‘동반 불출마’를 권하고 나섰다. 앞서 친문 당권주자인 전해철 의원은 재선 의원들이 불출마를 요구하는 성명에 호응해 전당대회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이다.

특히 설훈 의원은 워크숍 전날인 22일 국회 의원회관 이 의원 사무실을 찾아 대화했던 내용을 전체토론 자리에서 언급하며 동반 불출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도 비공개 분임 토의에서 이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했다. 공교롭게도 분임토의 조 편성 추첨 과정에서 이 의원과 홍 의원이 함께 죽음으로 조로 불린 '14조'에 들어 이목이 집중됐다.

14조에 속한 의원들은 반주를 곁들여 경제 위기, 원구성 등 당 밖의 현안에 대한 얘기로 물꼬를 텄다. 이 의원도 소맥(소주+맥주) 폭탄주 한 잔을 마시며 2시간 가량 토의에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이 의원과 마주앉아 "이 의원이 만약 출마하면 작년 대선 경선 때보다 훨씬 당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동반 불출마를 제안했다. 이 의원은 홍 의원의 제안에 "대표가 된다 한들 (임기) 2년을 하고 나면 개인적으로 훨씬 더 손해인 줄 알고 있다. 고민이 많다"는 취지의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홍영표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가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홍영표 의원(왼쪽)이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덕산리솜리조트에서 열린 '새롭게 도약하는 민주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국회의원 워크숍'을 마친 뒤 행사장을 나가며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허영 의원도 이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여부를 빨리 결정해 책임공방, 남탓논란 등에서 벗어나, 모든 후보가 당의 나아갈 길에 대한 비전경쟁의 장을 만들어 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14조에 속했던 고용진 의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홍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당의 단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며 "이 의원이 여러 정치적 구상과 현재 처한 상황 등이 있겠지만, 이 의원이 출마하면 본인도 출마 여부를 굉장히 심각하게 나가는 쪽으로 고민해야 하고, 이런 상황이 복합되면 당내 단결과 통합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 의원은 "이 의원은 지금 계속 108번뇌 중인 걸로 알고 있다"며 "별다른 답은 없었고, 굉장히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의원은 "일부 참석자는 이 의원에게 조속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면서 "(이 의원 출마가)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전체에게 영향을 미치는 선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친문’ 전해철, 홍영표 등은 ‘동반 불출마’ 요구...이재명은 ‘민생 고통’ 강조하며 출마 의지 피력

앞서 전당대회 불출마 의사를 밝혔던 전해철 의원도 2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역할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전당대회만큼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는 게 맞다'라는 것이 대체적인 생각"이라며 재차 압박에 나섰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잘 평가하고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재명 상임고문이 전당대회에 나온다면 그런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워크숍 종료 후 이재명 의원은 ‘불출마 요구를 받은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국민들의 고통이 참으로 극심하다"며 '국민의 삶을 생각하는 정당으로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나 민생 어려움을 해결할 문제에 대해서 한 번 깊이있는 논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을 돌렸다.

최근 개최된 민주당의 워크숍에서 이재명 의원은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최근 개최된 민주당의 워크숍에서 이재명 의원은 친문 비이재명계 의원들로부터 거센 '불출마 압박'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전당대회 출마 여부 관련 입장표명을 언제 할 것이냐', '계속 민생을 이야기하는데, 당대표 출마 의사로 보면 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 의원은 함구한 채 자리를 떴다. 이를 두고 생각보다 의원들의 반감이 거센 것에 곤혹스러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내가 안 할 테니 너도 하지 말라는 행태에 (민심이) 분노” 주장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의원 본인이 아닌,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정 의원은 "핵심 당원들은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아무런 비전이나 가치도 제시하지 않은 채 '내가 안 할 테니 너도 하지 말라, 네가 하지 않으면 나도 안하겠다, 누구는 책임 있으니 나오지 말라'는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지난 워크숍에서 ‘8월 전당대회에 이재명 의원이 출마해선 안 된다’고 말한 비이재명계(비명) 친문 당권주자들을 겨냥해 이같이 말하며 "정치인들이 좀더 당당하게 깃발을 들고 자신이 대안임을 주장하는 자신있고 정직한 모습을 보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워크숍 이후 주말 이틀을 지역구인 경기 양주시에서 지역의 민심을 청취한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인 셈이다. “민심은 민주당 정신 차리라는 것”이라면서도 지역 민심은 비이재명계 친문 주자들을 질책하고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재명, ‘선당후사’ 내세우며 막판 출마 선언 가능성 예상돼

이 의원이 워크숍 기간 동안 면전에서 자신에 대한 ‘비토’ 목소리를 들은 만큼, 겉으로는 ‘장고’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선당후사’의 명분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워크숍에서 ‘동반 불출마’를 제안하는 홍 의원에게 "(당대표 출마가)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당을 위해 출마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도 커서 고민이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23일 워크숍 팀별 토론에서 "늦어도 다음 주에는 출마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허영 의원의 요구에 이 의원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점에서도, 출마 선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내달 11∼12일께 전대 룰을 확정짓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따라서 이 의원이 '전당대회 룰'이 확정된 이후, 후보 등록일이 임박해서 후보 등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룰이 어떻게 조정되든 이 고문이 출마하면 당선은 안정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룰 세팅을 두고 계파간 신경전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리 출사표를 던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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