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캐스팅’ 논란이 일고 있는 뮤지컬계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수준을 넘어서,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다. 8월 개막하는 대형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공연 라인업에서 두 차례나 주인공을 맡았던 김소현씨가 빠진 데 대해 뮤지컬 배우 김호영씨가 ‘인맥 캐스팅’을 비판하면서 옥주현씨를 겨냥한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김호영은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라인업과 관련, ‘인맥 캐스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YTN 캡처]
뮤지컬 배우 옥주현과 김호영(왼쪽)은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라인업과 관련, ‘인맥 캐스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진=YTN 캡처]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인맥 캐스팅’ 논란, 핑클 출신 옥주현 이미지 타격

옥주현은 발끈하면서 김호영에 대한 고소를 예고했다. 그러나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이 잇따라 김호영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옥 씨는 24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진 데 대해 사과했다. 또 김호영에 대한 소취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작사 측에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자신이 ‘인맥 캐스팅’의 배후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뮤지컬계의 부조리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1세대 걸그룹 핑클 출신인 옥 씨로서도 그간 쌓아온 뮤지컬 배우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이번 논란의 진실 규명이 절실한 셈이다.

두 차례 주인공 맡았던 김소현 빠지고 이지혜가 캐스팅 된 게 발단

옥주현과 김호영,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엘리자벳' 10주년 라인업이 공개되면서부터 시작됐다. 2012년 초연 당시 단숨에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뮤지컬 어워즈의 상을 석권한 뮤지컬 '엘리자벳'은 매 시즌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주인공 엘리자벳 역할을 두 차례 맡아온 김소현이 이번 캐스팅 라인업에서는 빠지는 대신, 옥주현과 함께 이지혜가 캐스팅 되면서 일부 뮤지컬 팬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특히 김소현은 엘리자벳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10주년 공연을 위해 스케줄을 비우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따라서 이지혜가 옥주현의 절친이자 같은 소속사 식구이기 때문에, 이번 캐스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는 추측이 나왔다.

두 차례 주인공 엘리자벳 역할을 맡은 김소현은 엘리자벳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10주년 공연을 위해 스케줄을 비우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YTN 캡처]
두 차례 주인공 엘리자벳 역할을 맡은 김소현은 엘리자벳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10주년 공연을 위해 스케줄을 비우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YTN 캡처]

뮤지컬 배우 김호영, “아사리판 아니라 옥장판” 발언...이지혜 절친 옥주현 겨냥?

이런 상황에서 김호영이 지난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김호영이 옥주현을 옥장판으로 비유해 저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퍼져나갔다.

그러나 옥주현은 "뮤지컬 '엘리자벳' 캐스팅 관련 억측과 추측에 대한 해명은 내가 해야 할 몫이 아니다. 수 백 억 프로젝트가 돌아가는 모든 권한은 그 주인의 몫이니 (해명을) 해도 제작사에서 할 것. 무례한 억측 추측을 난무하게 한 원인 제공자들, 그 이후의 기사들에 대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사실 관계 없이 주둥이와 손가락을 놀린 자 혼나야한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밝혔다.

옥주현과 제작사는 입장문 통해 강력 반박...옥주현은 김호영과 악플러 고소 나서

상황이 심각해지자 '엘리자벳' 제작사 역시 입장을 냈다. 제작사는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기념 공연은 2022 EMK 프로덕션 오디션(2021년 12월8일 공고)을 통해 엄홍현 프로듀서, 로버트 요한슨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포함하여 국내 최고의 스태프와 함께 치뤄진 강도높은 단계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새로운 배우들과 지난 시즌 출연자를 포함하여 VBW 원작사의 최종승인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로 캐스팅됐다"고 말했다.

제작사의 해명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옥주현은 결국 김호영과 악플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강경대응에 나섰고, 김호영 역시 옥주현이 자신에게 사실 확인 없이 상황을 판단했다며 맞고소를 시사했다. 사상 초유의 동료 배우 고소전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특히 김호영 측은, “옥주현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으로만 상황 판단을 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고, 당사 및 김호영에게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이로 인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있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남경주, 박칼린 등 뮤지컬 1세대가 ‘인맥 캐스팅’ 의혹 제기한 김호영 지원 나서

뮤지컬 배우 1세대로 꼽히는 남경주는 23일 유튜브 채널 ‘비디오머그’와의 인터뷰에서 안타깝다는 감정을 밝히면서도 "배우가 캐스팅에 관여하고 그런 사례들이 (전부터) 실제로 존재했다”고 밝혔다.

남 씨는 뮤지컬 ‘1세대’로 불리는 최정원, 박칼린 등과 함께 지난 22일 ‘모든 뮤지컬인들께 드리는 호소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업계 내 불공정을 자정하자는 호소문을 낸 이유로 “앞으로는 이런 걸 계기로 서로 좀 한번 돌아보자는 취지다. 고유의 권한은 침범하지 말고 서로 자기가 맡은 일만 충실히 하는게 좋은 공연 환경을 만드는 거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 씨는 김호영과 옥주현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 "호영이가 그런 표현(옥장판)을 한 거는 기사를 보고 알았는데 그걸(캐스팅 문제) 겨냥한 건지 안 한 건지 저는 그거는 알 수가 없다"며 "(옥주현 측이)왜 그렇게 과잉 반응을 했을까 좀 의아하다. 전화 통화로 '어떻게 된 일이냐'고 서로 얘기하면 그만이지 않나. 뭐 자기 발이 저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걸 고소까지 끌고 간 것도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들 1세대 호소문에 ‘동참’ 해시태그 적어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뮤지컬 1세대 배우들의 호소문이 발표되자, 인맥 캐스팅의 피해자로 지목된 김소현을 비롯해 배우 최재림, 정선아, 최유하, 차지연, 정성화, 박혜나, 신영숙, 임진아, 이상현, 유연, 민활란 감독 등은 자신의 SNS에 성명문을 올리고 '동참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적었다.

손승연, 이상준, 소냐, 이건명, 김지우, 김연지, 손준호, 알리, 민경아, 윤형렬, 러블리즈 케이 등이 이들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지지를 표명했다. 일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진실을 가릴 수 없다는 퍼포먼스인 셈이다.

1세대 뮤지컬 배우의 호소문과 후배들의 동참에 이어, 뮤지컬 배우 이상현이 SNS에 글을 올리며 ‘인맥 캐스팅’과 관련한 업계의 잘못된 관행이 실제 존재하고 있었음을 확인시켜줬다. 이상현은 자신의 SNS에 "이런게 싫어 무대를 떠났지만 그래도 힘을 보탭니다. 선배님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1세대 뮤지컬 배우들의 호소에 동참했다. 이상현은 뮤지컬 '베르테르', '레베카', '몬테크리스토', '엘리자벳' 등에 출연했지만 2020년 이후 어떤 작품에도 출연하지 않고 있다.

옥주현, 신중치 못했던 대응 사과하며 고소 취하...자신의 결백 강조하며 진상규명 요구

옥 씨는 2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최근 작품 캐스팅 문제에 관한 논란에 휩싸이면서 제가 뮤지컬 업계 동료 배우를 고소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고,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사과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 선배님들의 호소문을 읽어보았다”면서 “17년간 뮤지컬에 몸을 담은 한 사람으로서 저를 둘러싼 의혹들과 그것을 해명하려는 과정에서 신중하지 못했음을 깨달았고 반성했다”면서 “소송과 관련하여 발생한 소란들은 제가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소송 취하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자벳’은 2012년 초연 당시 단숨에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뮤지컬 어워즈의 상을 석권해 매 시즌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사진=YTN 캡처]
‘엘리자벳’은 2012년 초연 당시 단숨에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각종 뮤지컬 어워즈의 상을 석권해, 매 시즌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다. [사진=YTN 캡처]

그러나 “저는 뮤지컬 '엘리자벳'의 10주년 공연 캐스팅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면서 “ 오디션을 통해 본인의 실력을 인정 받은 배우들이 폄하되지 않기를 바란다. 캐스팅과 관련한 모든 의혹에 대해 공연 제작사에서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옥장판 논란의 대상인 이지혜 등에 대한 인맥 캐스팅이 허위 소문임을 규명해달라는 요구로 보인다.

고소는 취하하겠지만 자신은 결백하다는 입장은 분명히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뮤지컬계에서 공공연한 소문으로만 나돌던 인맥 캐스팅에 대한 진실 규명이 이뤄질지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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