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가 입법 사안, 민주당에 저지될 가능성 커

정부가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되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되돌리는 조치다. 법인세 뿐 아니라 상속세 납부 유예 제도 신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한해 대기업에도 중견기업과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배당소득 과세 제도 개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투상세) 폐지, 증권거래세·주식 양도세·종부세 인하 등 민주당이 선뜻 찬성하기 어려울 각종 세제 및 규제 개혁안들이다.

정부는 2009년 이명박 정부(25%→22%)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첫해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고 과세표준 3천억원 이상 구간을 신설했다. 5년 만에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식인데 민주당이 반발할 게 불보듯 뻔하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함께 복잡한 법인세 과세표준(과표) 구간도 단순화한다. 기존 과표 구간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천억원 이하 22%, 3천억원 초과 25% 등 4단계로 나뉘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3단계 이하로 줄여 전반적인 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법인세율을 인하할 때는 하위 (과표) 구간도 조정하므로 중소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갈 예정"이라며 "불합리한 4단계 누진세율 구조를 단순화해서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게 기본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인세율 인하와 과표 단순화 모두 세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통과에서 야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사실상 새 정부가 과거 보수정부의 '대기업 감세'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상속세 납부 유예 제도를 신설해 가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세대 교체'도 지원한다.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받을 경우 양도·상속·증여하는 시점까지 상속세 납부를 유예해주겠다는 것으로 상속인은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한 가업상속공제와 상속세 납부 유예 중 선택이 가능하다. 정부는 현재 100억원인 사전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가업상속공제와 같은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에 폐지하기로 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투상세)는 기업이 소득 중 일정액을 투자나 임금 증가, 상생 협력에 쓰지 않을 경우 미달액(미환류소득)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과세하는 제도다. 정책 효과가 크지 않고 기업의 부담만 키우는 대표적 '패널티 과세'로 그간 재계에선 투상세 폐지를 요구해 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8년에 개정 도입(전신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2015년 도입)된 투상세는 새 정부 출범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반도체·배터리·백신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한해 대기업에 중견기업과 동일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마련됐다. 대기업의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현재 최고 10%(6∼10%)에서 최고 12%(8∼12%)로 상향되며 대기업의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는 현행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의 60%에서 80%로 상향된다.

배당소득 과세 제도도 국제 기준에 맞게 개편된다. 해외 진출 자회사가 외국에서 벌어 국내로 배당하는 소득에 과세 방식을 거주지주의(거주지 기준으로 과세)에서 원천지주의(해외 소득에 대한 과세는 면제)로 변경한다.

고광효 기재부 정책관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31개 국가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며 "세제를 선진화하고 정상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도 발표했다. 대체로 1세대 1주택자의 평균 세 부담을 가격 급등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추기로 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로 공시가가 10억원이라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이 45%면 과세 대상 금액은 4억5천만원이 된다.

종부세는 올해에 한해 1세대 1주택자에게 3억원의 특별공제를 추가로 준다. 1세대 1주택의 종부세 과세 기준선이 기존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오르는 효과를 내게 된다. 관련 법 개정을 해야 할 국회가 공전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정부가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나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 등을 보유하게 된 1세대 1주택자에게 종부세 상 1세대 1주택자로서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1세대 1주택자에게는 혜택을, 다주택자에게는 패널티를 주도록 부동산 세제를 설계했다. 뜻하지 않게 2주택자가 된 경우라도 종부세 부담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들은 올해에 한정되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종부세 개편 방안을 내달 중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대부분은 감세와 규제 완화 등 과감한 경제 활성화 정책들이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들로 대개 이명박·박근혜 정부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들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국민 여론이 민감했던 증권거래세, 주식 양도세, 종부세 등에는 협조적 태도를 보일 수 있지만 기업 관련 규제 완화나 근로시간 제도 개선 법안, 재정준칙 법안, 새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에 대해선 저지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정부안과는 다른 내용이 될 가능성 역시 높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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