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이언트스텝'(단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예의주시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빅스텝(단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다음 금통위 회의(통화정책결정회의 7월 14일)까지 3∼4주 남아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과 진행한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이 말하며 "많은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사이 나타난 시장 반응을 보고 (기준금리 인상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3.4%로 예상되는데, 금리 인상 속도가 우리보다 빠른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리 격차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이런 상황에서 외환·채권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0.75∼1.00%포인트에서 0.00∼0.2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다음달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이 아닌 빅스텝(0.5%포인트 인상)만 단행해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25∼0.50%포인트 높은 상태로 역전된다.

시장에선 한은도 7월 빅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금통위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이창용 한은 총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기준금리가 수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점을 들어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가 인상돼 연말 2.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통위가 연말까지 예정된 나머지 네 차례(7·8·10·11월)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연말 한국의 기준금리 수준은 2.75%가 된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0.25%포인트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매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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