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대표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거세다. ‘시행령 통제’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조 의원은 “입법권을 지키기 위한 법안”이라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검수완박에 이어 정부완박”, “국정 발목꺾기”라며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시행령 통제'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YTN  캡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시행령 통제'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YTN 캡처]

더불어민주당, 대선 패배하자 국회가 정부 통제하는 입법 추진

조 의원이 이렇게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유는, 행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을 위반할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그럴 경우 모법이 무력화되고 삼권분립이 흔들리게 되므로, 법치주의가 흔들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국회 과반을 넘는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권을 행사하는 체제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해 정부권력을 손에서 놓게 되자, ‘국회가 정부를 지배하는 입법’을 추진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법을 만드는 곳은 국회이지만, 막상 시행하려고 보면 그 법률안에 담기지 않은 세세한 것들을 시행령으로 정하게 된다. 국회에서 만든 법이 뼈대라면 거기에 살을 붙이는 게 시행령인 셈이다. 시행령은 국회에 보고해서 허락받지 않고, 행정부가 자율적으로 만들고 시행할 수 있다.

그런데 조 의원은 이 시행령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행정부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을 이용해 법체제를 왜곡할 경우,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통제할 의무가 있으나 지금은 강제할 수단이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국회 상임위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회 입법권의 무력화를 방지하고 국회의 상임위 중심주의를 감안한 적절한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모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만들 때는 수정을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인 것이다.

하지만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면서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실제 발의를 할 경우에는 정국의 갈등에 태풍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3가지 위헌 쟁점을 짚어본다.

① 삼권분립 침해, 국회를 행정부 상위기관으로 만들어

국회법 제98조 2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훈령, 예시, 고시 등이 개정되거나 폐지됐을 경우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 하도록 돼 있다. 정부가 보고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검토할 권한이 있는 것이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CBS 라디오에서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를 행정부 상위기관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4일 CBS 라디오에서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를 행정부 상위기관으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이에 대해 14일 CBS라디오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조 의원은 현재 ‘검토할 권한’을 넘어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개별적인 수정, 지시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특히 입법이 예고된 시행령의 경우,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권한까지 국회로 가져가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이 정도로 나아가는 것은 사실 행정부 위에 국회가 있다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발상 자체가 삼권분립 정신,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이 이렇게까지 헌법 정신을 어기면서까지 ‘국회법 개정안’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대선 불복과 지방선거 불복”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아직 전체적으로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결국) 대통령의 권한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전적이고 포괄저이고 일반적인 권한을 국회가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결재를 받고 행정부를 운영하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수석대변인은 설사 시행령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국회가 개별적으로 그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서 권한을 해소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개별 입법을 통해서 행정부나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어떤 시행령을 만들었을 때 그 부분을 국회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② 헌법 107조를 무력화, 사법부의 헌법 및 법률 위반 여부 심사권 박탈

윤석열 대통령은 조응천 의원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적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YTN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조응천 의원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YTN 캡처]

윤 대통령은 조 의원의 개정안 발의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위헌 소지가 많다”고 못박았다. 헌법 107조에 따르면 ‘명령이나 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 즉, 시행령이 문제가 될 경우는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사법부가 결정하는 대신, 그걸 국회로 가져와서 국회가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헌법 107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하게 되어 있고, 행정부에서 만든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는 대법원에서 판단하게 되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따라서 헌법 107조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은 ‘의회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대통령과 지방 권력은 장악했지만 입법권을 장악하지 못한 결과, 이렇게 황당한 법안이 발의되는 상황에 놓였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발의되고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식의 입법 독재가 자행될 경우, 대통령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떠넘기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③ 건국 이래 수십 년간 지속돼온 ‘국회와 정부의 입법기능 분담’을 정면 부정

조 의원은 1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시행령을 통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무력화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조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서 위임하지 않은 행정입법만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 것이야말로 '입법완박' 아니냐"고 반박했다. 현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입법완박’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조 의원의 이런 얼토당토 않는 주장과 발의에 대해 ‘조응천의 이중 플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조 의원은 그간 민주당 내에서도 쓴소리를 마다않는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의 일원으로, 나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이재명계로 분류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중도층의 지지보다는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이재명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의 지지를 구하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검수완박법이 강행될 당시, 초기에는 검수완박법에 반대했다가 나중에는 찬성으로 돌아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검사출신인 조 의원이 ‘시행령이 문제가 될 경우는 사법부가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 헌법 107조의 내용을 모를 리가 없다는 점에서, 강성 지지층을 염두에 둔 무리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로 인해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건국 이래 수 십년 간 유지돼온 국회와 정부 간의 입법 기능 분담을 정면 부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