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인 가운데,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두고 민주당의 원로들이 반대 의사를 밝혀 주목되고 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그들이다.

여운 남긴 김어준, “이재명 당대표 도전하면 당선되지만 댓가를 치를 것”

반면 친이재명계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0일 유튜브 ‘다스뵈이다’를 통해 이재명 책임론을 거론하는 사람들을 향해 ‘선거에 가장 도움 안 되는 사람들’로 치부하며, 이재명의 역할에 힘을 실었다. 지금 민주당은 ‘혁신’이 부족한 게 아니라 ‘리더십 부재’ 상태라며, 그나마 이재명은 혼자서 자기 몸을 불살랐다고 주장했다.

친이재명계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0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하면 당선된다”고 단언했다. [사진=다스뵈이다 캡처]
친이재명계 방송인 김어준씨는 지난 10일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하면 당선된다”고 단언했다. [사진=유튜브 다스뵈이다 캡처]

따라서 지금 민주당의 과제는 ‘건강하고 노련한 리더십을 세우는 것’으로, 최대 관건은 ‘이재명이 당대표에 도전하느냐? 마느냐?’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이재명이 당대표에) 도전하면 당선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이재명의 당대표 도전이 ‘이재명의 미래에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지지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금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도전하면 ‘대결구도가 선명해지고 의사결정도 빨라진다’는 점, 그리고 혁신의 이미지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댓가를 치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댓가를 치르게 될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에 대해서 댓가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재명에게 직격탄 날린 유인태, “대통령 떨어지자마자 이러는 후보는 처음, 지금은 조금 쉴 때”

하지만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유 전 총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대표 출마와 관련, "본인을 위해서는 안 나오는 게 좋다고 본다"고 직언했다.

그러면서 6·1 지방선거에 이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가 동반 출마한 것을 거론하며 "그게 이번 지방선거에 하다못해 우리가 민주당이 무슨 크게 승리는 못하더라도 서울에서 구청장, 광역에서도 한두 개 정도 더 건질 수도 있을 터인데 나쁜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대선은 5년 남았다”며 “좀 길게 보고 당분간 원내 처음 들어왔으니까 길게 내다보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대통령 선거 떨어지자마자 이러는 후보는 처음 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여러 가지로 지금은 조금 쉴 때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진행자가 '친명계(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이 원해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건데 이제 와서 이재명 탓이라고 한다'고 전하자, 유 전 총장은 "당이 원하기는 무슨 당이 원하느냐. 세상이 다 아는 걸 가지고 자꾸 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라고 그래라"고 비난했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본인을 위해서는 안 나오는 게 좋다”고 직언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지난 10일 CBS라디오에 출연,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본인을 위해서는 안 나오는 게 좋다”고 직언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유 전 총장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서도 이 의원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지방선거 패배가 (이재명-송영길) 두 사람만의 책임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누적된 결과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것마저 (이 의원의) 영향이 컸다"고 단언했다.

‘이재명 책임론’ 인정하는 문희상, “선거에 지면 후보와 당대표가 책임져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지난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와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지방선거) 패인으로 거론된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잘못된 거다”라며 “선거에서 지면 성찰과 미래에 대한 제시 즉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후보(이재명)와 당대표(송영길)가 책임을 져야 했다고 지적했다. ‘(다시) 정치하려면 국민에 의해 다시 불리는 날까지, 안 하는 게 제일 좋고, 그때까지 기다려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의장에 따르면, 한 표를 져도 민주주의에선 지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인정하고 다음 작업으로 가야 했는데 그걸 생략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또 나오니 국민이 헷갈렸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전대에 나올 거라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문 전 의장은 “전적으로 본인의 판단에 달렸다”면서도 “나한테 물어보면 나는 하지 말라고 그럴 거다.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려 나올 때까지 참아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이재명 의원이 ‘김대중정치학교’ 신청한다고 해서 만류”

유인태 전 사무총장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표현에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핵심은 ‘이재명 의원이 전대에 나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민주당의 원로로, 현재 민주당 내에서 실질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객관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오랜 정치 이력과 경륜 때문에, 아직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문 전 의장의 경우, 현역 정치에서 물러나 ‘김대중정치학교’의 교장이 됐다. 6·15 남북 공동선언 기념일에 맞춰 개교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상·정치·정책·리더십을 가르친다고 한다. 1기생 50명을 선발했는데, 20여 명이 현역 의원으로 알려진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신청하겠다고 했는데 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밝혔다. 정치색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 전 의장은 2012년과 2014년 야당 시절 비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패배 등의 후유증을 성공적으로 수습해낸 덕분에, 최근 민주당 비대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 만큼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까지 입지가 확고하다.

‘정치 상식’에 어긋나는 이재명의 행보, 민주당 지지율 끌어내릴까?

이런 두 원로가 모두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게 바로 정치의 상식이라는 것이 두 원로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같이 ‘정치 상식’과는 거리가 먼 길을 가겠다는 이 의원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국민의 눈높이와 점점 멀어짐에 따라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문희상, 유인태와 같은 민주당 원로들이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지지율 수렁’에 빠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7~9일 사이에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국민들은 이런 민주당과 이재명 의원에 대해 냉엄한 판단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지난주와 그대로 45%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의 지지도는 지난 주에 비해 3% 포인트 하락한 29%에 그쳤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재명 책임론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분에 국민이 보인 반응인 셈이다.

한국갤럽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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