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한국의 가계 빚(부채)은 세계 36개 주요국(유로지역은 단일 통계) 가운데 가장 많았다.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년 전보다 4%포인트(p) 이상 떨어졌지만 한국의 하락률은 0.7%포인트에 그쳤다.

6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36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 조사 결과 한국이 104.3%로 가장 높았다. 

10위 안에는 레바논(97.8%), 홍콩(95.3%), 태국(89.7%), 영국(83.9%), 미국(76.1%), 말레이시아(72.8%), 중국(62.1%), 일본(59.7%), 유로 지역(59.6%) 등이 올랐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p) 낮아졌지만 그 하락 폭(0.7%포인트)은 영국(7.2%포인트), 미국(4.7%포인트), 일본(4.6%포인트), 유로지역(2.9%포인트) 등에 비해 확연히 작았다.

경제 규모를 고려해도 한국 기업의 부채 비율이나 증가 속도도 최상위권이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기업의 부채 비율은 1분기 현재 116.8%였다. 홍콩(281.6%), 레바논(223.6%), 싱가포르(163.7%), 중국(156.6%), 베트남(140.2%), 일본(118.7%)에 이어 일곱 번째로 높은 수치다.

1년 새 5.5%포인트(111.3→116.8%)나 뛴 것으로 베트남(129.3→140.2%·+10.9%포인트)에 이어 36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상승 폭이 큰 것이다.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4.6%)은 25위였다. 지난 1년간 정부 부채 비율 증가 속도(45.8→44.6%·-1.2%포인트)는 15위였다. 

경제 규모 대비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48.7%)이었다. 레바논(186.6→202.2%·15.6%포인트), 태국(47.4→53.7%·6.3%포인트)이 부채 증가 속도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국내 가계대출은 금리 상승과 부동산 거래 부진 등의 여파로 4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하지만 4월 1조2천억원 늘어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리까지 계속 오르면 대출 부실과 같은 금융시스템 위험도도 올라가지만 이자 부담 등으로 가계 소비가 위축된다는 게 문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21일 취임사에서 "부채의 지속적 확대가 자칫 붕괴로 이어지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점을 과거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거시경제 안정을 추구하는 한은은 부채 연착륙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통위원도 4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작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경계를 늦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의 레버리지(차입투자) 누적으로 소득 대비 가계부채·주택가격 비율이 여전히 주요국이나 장기추세보다 높은데다,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최근 금융기관의 대출태도가 다소 완화되고 주택가격 기대도 하락세를 멈추는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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