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멤버로 참여하기로 했다. IPEF의 구체적 성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IPEF는 글로벌 공급망 및 무역, 탈탄소·인프라, 탈세·부패 방지 등 4대 의제에 대해 다루는 협의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일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대면으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정상급 인사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방일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대면으로, 윤 대통령을 비롯한 다른 정상급 인사들은 화상으로 참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출범 멤버로 참여한 IPEF는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이 목표...한미 반도체 기업간 이례적인 연대 움직임 두드러져

특히 중국을 제외한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이 최대 목표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IPEF가 글로벌 시장의 중심 공급망을 형성한다면, 그 공급망을 중심으로 무역거래, 인프라 구축, 탈탄소협력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관세인하와 보조금 지급 대상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일반적 자유무역협정과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IPEF는 아직 본격 가동 이전 단계이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더 빨리 움직이고 있는 조짐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 간의 협력을 시사하는 행보들이 포착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인 파운드리 시장을 둘러싸고 삼성전자, 인텔이 팽팽한 경쟁을 벌이던 것과는 또 다른 흐름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팻 겔싱어 인텔 CEO와 세계적인 팹리스 기업 ARM 공동 인수 타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7일 반도체 경쟁력을 좌우하는 최첨단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급을 위해 7일 출국해 네덜란드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해외 방문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인텔과 손잡고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을 공동 인수할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CRN 등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나 ARM 공동 투자를 논의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방한 중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두 회사 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방한 중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두 회사 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만나 양사 경영진 회의를 갖고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회동이 아니라 본격적인 협력 회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삼성전자 빼달라던 겔싱어가 변했어요?

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잡고 ARM 인수를 추진한다면 놀라운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인텔은 미국 내에서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데 주력해왔기 때문이다. 60조원 이상 규모로 추진되는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대상에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를 제외해 달라는 요구를 공공연하게 제기해온 사람이 바로 인텔의 겔싱어 CEO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반도체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한 지 1주일 만에 겔싱어가 방한해 이 부회장과 협력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이다. 겔싱어 CEO는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했다가 방한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인텔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의 성장동력인 파운드리 시장에선 대만의 TSMC가 넘볼 수 없는 1위이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손잡는다면 그 목적은 TSMC를 견제하는 공급망 구축에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미국의 팹리스 퀄컴과 손잡고 ARM 인수 추진...어떤 연대가 더 빨리 움직일지는 미지수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미 ARM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미국 퀄컴과 협력해 ARM을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SK그룹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 16년 만에 재계 순위 2위로 점프했다. SK그룹의 대표적인 자산 증가 분야는 반도체 산업으로, 지난해 자산 증가액 52조5천억원 가운데 20조9천억원이 반도체 분야다. 사진은 SK 서린사옥. [사진=연합뉴스]
SK그룹은 '반도체-배터리-바이오'로 16년 만에 재계 순위 2위로 점프했다. SK그룹의 대표적인 자산 증가 분야는 반도체 산업으로, 지난해 자산 증가액 52조5천억원 가운데 20조9천억원이 반도체 분야다. 사진은 SK 서린사옥. [사진=연합뉴스]

퀄컴은 미국의 팹리스 기업이다. 영국에 본사를 둔 일본의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ARM도 세계적인 팹리스 업체이다. 따라서 ARM을 공동인수할 경우 퀄컴은 팹리스 시장의 최강자 위치를 굳히게 되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방한해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부회장 등과 만났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만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달 30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ARM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고 반도체 산업 발전에 필수이고 우리는 인수에 관심이 있다”면서 “ARM 인수를 위해 칩 제조사 다수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30일 SK하이닉스 주주총회에서 ARM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다”라며 “전략적투자자(SI)와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선 ‘SK하이닉스-퀄컴’의 연대가 삼성전자-인텔 연대보다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밑 논의도 더 많았고 이해관계 갈등도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연대가 더 신속하게 구체적 행동에 나설지는 단언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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