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나는 감사한다. 이승만 건국 대통령에게 깊이 감사한다. 기본적 자유와 인권을 우리 헌법에 명확하게 새겨넣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와 일본 식민 통치 기간 일반 백성이 경험하지 못했던 인류의 보편적 가치, ‘자유와 인권’을 헌법의 기본으로 삼았다. 유진오 기초위원의 작업으로 가장 선진적이라는 바이마르 헌법 체계를 들여왔다.

이승만은 국제정치의 대가였을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지도자였다. 고령으로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만들려는 선거 부정을 막지 못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4.19 학생 혁명으로 물러난 다음 부상 학생을 위문하는 자리에서 청년들의 자유 의식과 정의감을 높이 치하하였다.

그 자유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낸 원천이다. 대한민국의 77년 정치사에서 4.19, 5.16과 5.18, 6.29와 같은 격변의 시기도 있었으나, 자유의 정신은 연면하게 이어졌다. 무책임한 방종(放縱)과는 다른 자유다. 그 결과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 되었고 민주정치도 꾸준하게 발전하였다. 받기만 하던 개발도상국에서 베풀어주는 선진국으로 진입하였다.

한반도에서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다. 일제시대 군수산업 시설과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한 북한의 경제가 거꾸로 한국의 56분의 1로 쪼그라든 근본 원인은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백두혈통이라고 우기는 소수의 지배계층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주민이 자유를 빼앗긴 사회는 죽은 것과 다름없다. 비판하는 입을 막아 폭압 정권은 유지하고 있지만, 그 사회는 성장을 멈춘 지 오래다. 과거에는 대한민국을 삼켜 통일하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이제는 남쪽의 경제와 문화에 흡수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 주민 2백만 명이 굶어 죽은 불행도 자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정부를 비판할 자유가 없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갈 두려움 때문에 식량을 달라고 소리칠 수조차 없다.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유가 없는 독재정권하에서 대규모 아사 사태는 계속 일어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자유를 부정하는 북한 정권에 굴종하여 온갖 만행에 눈을 감았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심지어 자유를 찾아 탈출해온 어부 2명을 적법절차를 위반하면서까지 북한 땅으로 되돌려보냈다. 민족이라는 신화를 내걸고 기본적 자유를 말살하는 북한 독재정권에 쩔쩔매는 종북주사파들은 한국 사회도 암흑기로 몰아갔다.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정당화된다는 볼셰비키 식 사고에 따라 거짓과 선동을 서슴지 않았다.

이제 그 암흑기에서 겨우 탈출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출범은 자유의 회복과 확산을 의미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언급하였다. 자유의 메시지를 한국 사회를 넘어서 세계 시민들에게도 보냈다. 전임 대통령들이 취임사에서 주요 정책을 나열했던 것과 달리 자유라는 이상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주변국의 반발도 참작하면서 앞으로 지향해나갈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였다.

법조인 출신 대통령 윤석열이 철학적 고뇌를 충분히 했을까, 다른 사람이 기초한 원고를 읽기만 하지 않을까 하고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대통령의 취임사는 자신의 철학을 자신의 언어로 전달하였다. 그 진정성이 취임식장과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윤 대통령의 취임 10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정상회담에서도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 강물처럼 흘렀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제부터 정치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은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진다고 보았을 때였다고 답하였다. 그리고선 자유에 관한 소신을 풀어냄으로써 단독 회담 10분 예정이 25분으로 늘어났고, 정상회담 전체가 대폭 늘어났다.

정상 간 신뢰 관계를 쉽게 구축하였다. 지난 몇 년간 뒤틀렸던 한미동맹을 원상으로 회복시켰다. 한미 간의 군사동맹, 정치동맹, 경제동맹과 함께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동맹을 확인하였다. 자유와 평화를 위한 협력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넓혀나갔다. 국력에 상응하는 역할의 확대이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포석이다.

실은 윤 대통령이 서울법대에 입학하였을 때 부친 윤기중 교수가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의 ‘자유론’을 선물하였다고 한다. 그 책을 노란 줄을 쳐가면서 숙독하였다고 한다. 한때 영국, 미국 중심의 자유 진영에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스 경제학이 휩쓸었으나, 레이건 대통령 이후 밀턴 프리드먼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 경제이론이 전 세계를 이끌고 있다. 정부의 간섭은 독점금지와 같이 자유경쟁 확보를 위한 최소한으로 줄이고, 개인의 자유 선택을 최대한 허용하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발전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정부가 옳다고 하여 손을 대기 시작하면 그 취지와는 달리 왜곡되기 쉽다. 정부는 공정경쟁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주고, 운이 없어 실패한 사람들을 위해 기본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데 그치면 된다. 개인의 사고(思考)보다 지도자가 선(善)하고 우월하므로 경제에 간섭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십상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압박, 노인 일자리 양산과 같은 정책들이 주제넘은 정부의 개입이다. 통계 왜곡으로 일자리가 늘었다고 자랑했지만, 국가 예산의 비효율적인 낭비로 그쳤다. 설사 좋은 의도였더라도 실제 적용과정에서 실패로 끝났다. 때로는 권력이 부패와 손을 잡기도 한다. 대장동 사건, 라임 옵티머스 사기 사건이 좋은 예다.

문재인 정부 동안 늘어난 규제와 세금 공세에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정체되었고 일다운 일자리도 줄어들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주요 대기업이 앞으로 5년간 1천조 원의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하였다. 30만 명의 고용 창출이다. 밖으로 도망가던 투자가 국내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자유가 넘치는 공간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이를 제대로 이어가면, 다음 세대가 지금 세대보다 못살게 된다는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도 동아세아에서 미국과 중국은 패권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역사상 지역 내에서 한국의 상대적 국력은 최고점에 이르렀다. 지역 강국이 원하는 대로 질질 끌려다니는 객체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발산하는 독자적 주체로 변모하였다. 패권국 미국과의 동맹도 강화하고, 지역 강국인 이웃인 중국, 일본과의 상생 협력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 전체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도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의 중요성이 커진다. 힘이 세다고 해서 규범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한다면, 역내 질서는 흔들린다.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규범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기본이 자유다.

한반도를 크게 조망해 보자. 남쪽의 대한민국은 자유가 넘쳐난다. 반대로 북한 주민에게는 자유가 없다. 가장 처참하게 자유를 빼앗긴 사람은 강제로 북한으로 끌려가거나 억류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다. 6.25 불법 남침 이후 계속되어온 국제법 위반의 대표적인 사례가 국군포로나 전시·전후납치자, KAL기 납북자, 북송교포들에 대한 기본적 자유와 인권침해다.

지난 5월 31일 북한인권시민연합이 프랑스대사관에서 개최한 '북한 강제실종범죄'에 관한 세미나
지난 5월 31일 북한인권시민연합이 프랑스대사관에서 개최한 '북한 강제실종범죄'에 관한 세미나

마침 5월 마지막 주는 ‘국제강제실종주간’이었다. 필자가 속한 시민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은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아르헨티나 대사관, 그리고 유엔 서울인권사무소, 유엔 강제실종 실무그룹위원회와 함께 북한 정권에 의해 자유를 빼앗긴 피해자들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국제사회가 한반도의 인권침해 피해자와 시민단체와 힘을 합쳐 실상을 파헤치고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였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넘치는 자유가 북한 사회에도 퍼지도록 해야 한다. 절대 방관해서는 안 된다. 국회가 2016년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에 따라 즉각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북한 인권대사를 임명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에 반하는 대북전단금지법도 폐지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보게 된다면, 한반도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 자유와 희망의 빛을 발산하는 큰 태양이 될 것이다.

김석우 객원칼럼니스트(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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